국제
  • 중동 갈등에서 드러나는 제국주의적 이해와 이데올로기
  • 조회 수: 1099, 2016-03-19 12:14:21(2016-03-19)
  • 중동 갈등에서 드러나는 제국주의적 이해와 이데올로기



    1월 1일, 사우디 왕정은 시아파 지도자 남르 알님르에 사법살인을 저질렀다. UN과 EU, 미국은 “도발적”이고 “종파 간 긴장을 악화”시키는 조치라고 격렬히 비판했다. 당연히 이란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시아파 강경파들이 사우디 대사관과 영사관들을 공격했고,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사우디에 “신의 복수”가 내릴 것이라고 발언하며 긴장을 더 부추겼다. 이후 세계 언론은 더욱 더 위험해진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아라비아 간 “종교” 전쟁가능성에 대한 뉴스로 채워지고 있다.


    종교적 적대의 문제는 분명 사태의 일면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단지 표피적인 문제일 뿐이다. 종교보다 더 물질적인 힘들이 중동의 복잡한 제국주의적 역학관계에 작용하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2014년 중반 유가 하락이 시작될 때만 해도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낙관적이었다. 배럴당 115달러였던 유가가 30달러로 떨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또 당시 주요 금융조직들이 내놓은 “경기후퇴는 끝났다”라는 선전을 믿고 유가 하락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처음 사우디의 태도는 나름 합리적인 경제적 결정에 의거한 것이었다. 과거에도 사우디는 유가를 올리기 위해 감산에 나선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생산을 늘린 다른 산유국들, 종종 러시아 같은 OPEC 비회원국에게 시장을 잠식당했을 뿐이었다. 2014년 중반에는 과잉생산의 주원인이 미국 셰일오일에 대한 투기 탓이라고 잘못 비난받았다. 높은 생산원가와 일반 유정과 달리 쉽게 폐쇄할 수 없는 생산과정의 비탄력성 때문에 셰일오일 업자들은 배럴 당 80달러 밑으로 가격이 떨어지자 힘든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생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의 추락은 브라질, 베네수엘라, 러시아에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 (러시아는 예산을 10% 삭감했고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2014년 말 사우디는 제재로 석유수출이 금지된 이란이 앞에 예를 든 나라들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란이 균형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배럴 당 131달러가 되어야 했다. 이는 사우디가 팔짱을 끼고 상황을 방조하게 된 또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실제로 사우디 석유장관 알리 알나이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배럴 당 20달러까지도 견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 당 10달러에 불과하므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나라가 아무 부담을 받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가 하락은 감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산유국들이 가격하락을 증산으로 메꾸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어떻게 이윤율 하락 경향이 오히려 상품의 과잉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결과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산은 이전의 고유가 상황에 근거해 있었다.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는 데에만 배럴당 104달러가 필요하다. 18개월 동안 계속된 유가의 추락은 그 동안 재정적자를 지탱하던 왕국의 막대한 부를 급속히 좀먹고 있다. 이는 다시 1935년 이래 아라비아 반도를 지배해온 사우드 왕가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두 가지 위협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전통적인 석유 매장지를 장악한 채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전제군주제국가인 사우디는 보통 국제사회의 갈등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1945년 이후 미국과 동맹은 이 나라를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두 기둥 중 하나로 만들었다. (다른 하나의 기둥은 물론 이스라엘이다.) 따라서 사우디 왕정의 기반은 확고부동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역사는 결코 가만히 정지해 있지 않는다. 어느 시대의 가장 영원해 보이는 특징도 언젠가는 변화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 왕가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왕정이 의식하고 있는 내부의 가장 큰 두 가지 위협은 (인구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는) 시아 소수파와 1979년 이후 크게 성장하고 있는 지하디스트 운동이다.


    2016년 연두부터 벌어진 사형집행은 이 두 그룹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처형된 47명 중 43명은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지하디스트 추종자들이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님르 알님르(그의 무기는 말뿐이었다.)를 비롯한 시아파 반정부인사들이었다. 이는 1979년 메카의 그랜드모스크를 점거한 죄로 “종교적 극단주의자” 63명이 처형된 후 처음 벌어진 반정부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사형집행이었으며, 잘 계산된 행위이긴 했지만 동시에 일종의 공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작년 5월,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자살 폭탄테러로 카티프의 시아파 사원에서 22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이 대응으로 사우디 보안군의 수장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가 카티프를 방문하여 “보안군은 그 누구든 국가를 반대하는 자들에게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아파 반정부인사들의 처형은 일단 수니 다수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살라피즘(수니파 극단주의 운동) 테러리스트들의 처형을 “보상”하는 조치로 보인다.


    선왕 압둘라와 전임자들의 치세에서 왕국은 반대의견과 불만을 보조금과 비교적 한가한 일자리들 및 여타 사회적 편의 등으로 매수하려 했다. 예컨대 2011년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 때, 압둘라는 자신의 신민들에게 1300억 달러 상당의 복지예산 프로그램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런 규모의 관대함을 이제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난 회계연도 말, 석유 총수익은 15% 떨어졌고 올해는 23%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업률은 약 12%이다. 청소년층이 차지하는 높은 인구비율은 실업률을 더 증가시키기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수 백 만 개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석유로 벌어들이는 정부의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거대 건설 회사들의 통제와 지배에서 민간부분을 회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절박한 시기는 절박한 방책을 요구한다. 지금 사우디가 80년 만에 세계 최대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최소한 부분적으로 사유화하려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의 가치는 2위 석유회사의 3배에서 30배로 평가되고 있으며, 따라서 런던이나 뉴욕 같은 주요 금융 센터에서 상장될 것이다. 일반 차량에 대한 석유 보조금이 삭감되고 있으며, 사우디 증권거래소는 소매업 부분처럼 외국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결국 “12월 정부는 원유가의 ‘과도한’ 변동성 때문에 국가적 우선사업으로 지정된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기 위한 부양금 487억 달러를 조성하는 보기 드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살만 현국왕과 측근들은 석유와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건설 산업 일변도의 사우디 경제를 다양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이것이 빠르게 증가하는 청년 실업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층의 실업은 이미 지하디스트들에게 풍부한 신병보급소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가장 손쉬운 대응은 ISIL과 시리아의 알누스라를 대신할 다른 지하디스트 그룹들에게 돈을 대주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그 단체들에 가입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이다.) 지도층들은 그런 배출구가 없다면 국내에서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동에서의 제국주의적 대립


    하지만 알님르를 처형한 사우디의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또 다른 변화 요소는 국제적인 상황에 있다. 그것은 미국이 주도한 이란과 핵협상 타결이다. 작년 초 석유 문제에 대해 우리는 “미국 의회는 이란 강경파들만큼이나 핵협상 합의를 원치 않는다.”고 썼다.


    하지만 양국에서 다른 이해들이 반대파들을 압도했기 때문에 핵협상은 타결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의회와 혁명수비대(파스다란)는 각자의 대통령 오바마와 로하니에 의해 억눌리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핵은 진짜 이슈가 아니다. 오바마는 부시 정권 당시 이라크에서 빠져든 끔찍한 상황으로부터 미국을 해방시키기를 원할 뿐 아니라 악영향이 더 퍼져나가기 전에 시리아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 한다. (리비아와 터키의 쿠르드자치구를 주의하라.) 로하니는 빈사상태에 빠진 이란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필요한 경제개혁을 위해 제재 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란은 자국의 원유생산 비용이 사우디아라비아(배럴 당 10달러)보다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큰 문제는 제재조치 해제로 더 많은 석유가 세계 시장에 풀리게 됐다는 점이다. 혁명수비대와 다수의 물라(시아파 성직자)들과 그들의 부하들은 밀수 수익을 통제함으로써 수출금지 상태에서 이익을 얻고 있었다. 제재 해제는 그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들은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추종자들로 호메이니는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이 점거되고 외교관계가 중단되자 서방과 단절을 꾀했다. 또 그들은 당시 시아파 소수파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지역들에 자신들의 “이슬람 공화국”을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란 물라들은 자신들의 정치 게임이나 이념에 사우디 시아파가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사우디 시아파의 불만은 그들의 정치·경제적 부자유 때문인 면이 컸다. 그러나 이란 물라들이 사우디에 퍼부은 신랄한 비난들은 잊혀 지지 않았다. 1980년, CIA는 이슬람 공화국을 몰락시키리라는 기대를 품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부추겨 이란을 침공하게 했고, 이어진 8년간의 전쟁 동안 사우디는 이라크를 지원했다. 사우디는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점령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로부터 등을 돌렸다. (후세인은 이란을 공격한 대가로 쿠웨이트를 가지는 것을 미국이 허락했다고 오판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이란이 고립되자 사우디는 자신만의 작은 제국주의적 모험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우디는 소련 침략자들에 대항하는 무자헤딘 게릴라들에게 돈을 대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키스탄 독재자 지아 울 하크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아프간 난민들을 대상으로 마드라사(이슬람 학교)들을 세우고 자신들의 이슬람 종파(와하비즘)를 수출했다. 이 마드라사들이 배출한 학생들(탈리브)은 탈레반이 되었고 소련군이 철수하자 결국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사우디가 지원한 “세이크의 살라피즘(사우디 국교인 와하비즘을 부르는 다른 말. 사우디는 “와하비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존재조차 부정할 것이다.)”은 곧 체첸, 보스니아 등 무슬림 소수파가 있는 거의 모든 곳으로 퍼져나갔다.


    사우디의 돈은 살라피즘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살라피즘은 “불신자들” 뿐 아니라 다른 무슬림들의 증오도 새롭게 조장함으로써 더 많은 갈등을 일으켰다. 무슬림들에게 비신자와 이단자(특히 시아파) 사내들을 죽이고 그 아내와 딸들을 범하라고 요구한 것이 18세기 설교자 무함마드 빈 압드 알 와하브의 이념이었다. 그것이 오늘날 ISIL이 저지르고 있는 만행들과 기분 나쁠 정도로 비슷하게 들리는 것은 그들이 대체로 그 교리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몰락하고 바트당 정권이 무너진 후, 사우디 왕정은 이라크에서 알 말리키의 시아파 정부에 대항해서 일어난 수니파 반란을 지원했다. 그 정책의 배후에는 이미 본능이 된 시아파 이란에 대한 증오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뢰할 수 있는 한 아랍 인사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가 올해 여름 수니파 아랍 지도자들에게 지하디스트들에 반대하는 연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인사가 ‘이슬람국가는 당신네가 테헤란과 손을 잡은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주의 집권당인 다와당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수니파의] 대답’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ISIL이 이라크 시아파를 반대하는 것보다 더 큰 야망을 가졌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사우디는 곧 괴물을 풀어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슬림을 다시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칼리페이트 수립 선언은 아랍에 대한 사우디의 패권에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이제 아사드 뿐 아니라 IS도 반대하는 다른 수니파 지하디스트들을 찾아내는 것이 사우디에게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현대 중동의 복잡한 제국주의적 역학관계 속으로 들어선다. 이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 IS라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다. 때문에 협력의 가능성이 더 커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우디에게 상황 전체가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란이 고립상태에서 빠져나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제 그 양국에서 벌어지는 사태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결과에는 사우디가 증오해 마지않는 다마스쿠스의 아사드 정권의 생존도 포함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예멘과 레바논 같은 곳으로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될 것이다. 제재 해제 이후 석유 수출을 늘리고자 하는 이란의 희망(현재 이란에 참여하고 있는 서구 석유회사는 없지만 석유생산을 늘리기 위한 협상은 이미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은 사우디의 이해관계에 대해 똑같이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점에서 알님르의 사형집행은 고의적인 도발의 성격을 띤다. 이란 지배계급의 분열을 본 사우디는 이란이 미국과 마지못해 맺게 된 새로운 동맹관계를 파기할 행동을 벌이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하마터면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다. 사우디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즉시 1979년 미국대사관에 대한 공격과 이어진 장기간의 인질농성을 상기시켰다. 이 공격의 배후에 있는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는) 이란 강경파 역시 로하이 정부가 추구한 서방과의 새로운 관계를 허물어뜨리고 싶어 했다. 사우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각 수니파 동맹들에게 대사관 공격에 대한 비난 뿐 아니라 이란과 외교 관계 단절을 설득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우디가 기대한 만큼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로하니는 재빨리 사우디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비판했으며 곧 범인들을 붙잡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파 광신도들이 1979년처럼 영웅 대접을 기대했다면 분명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이란 지배계급은 여전히 분열되어 있었지만, 적어도 현재는 로하니 일파가 구체적인 경제적‧군사적 성과들을 들며 혁명수비대와 그 동맹들을 누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은 서둘러 미국에 새로운 동맹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 시켰다. 그것의 가치는 지난 1월 12일 미국 해군 경비정이 이란 영해를 실수로 침범했을 때 더욱 두드러졌다. 혁명수비대가 미군을 나포했지만 48시간 내에 석방해 돌려보냈고, 존 케리는 새 외교노선의 승리를 자랑할 수 있었다.


    이런 소식은 물론 사우디에게 좋은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사우디가 바레인, 이집트 같은 나라들로 구성된 새로운 수니파 아랍 동맹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바레인, 이집트 등은 재정적으로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지만, 과거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사우디 정책에 반대했던 카타르 같은 옛 라이벌 아랍강국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 국왕이 아들에게 양위한 후) 카타르의 지지를 얻은 것은 사우디에게 작은 위안이다. 사우디가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무차별 공습을 가할 때 지원했던 국가들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적인 외양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의 종속국인 예멘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우디 왕정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증표일 뿐이다. 이 역시 의심이 현실을 만들어내는 한 예이다. 후티 반군은 시아파지만 이란에게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후티 반군은 이란 시아파 다른 종파이며, 그들의 무기는 기본적으로 현 예멘군이 쓰던 것이다.) 사우디의 공습은 후티 반군이 (예멘 영공이 사우디 공군에게 완전히 장악된 현실에서) 이란과 빈약한 항공노선을 만들게 했을 뿐이다. 이는 다시 이란 제국주의의 부상에 의해 자신이 포위되고 있다는 사우디의 주장을 강화시키고 있다.


    더욱 불안정한 세계


    사우디의 이란에 대한 우려는 옳다. 미국은 이라크와 (공공연히 얘기 하지 않지만) 시리아에서 이란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도움 없이는 IS를 물리치지도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사우디 살라피즘이 소련이라는 악의 제국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됐을 때, 미국은 이를 묵인했다. (뿐 만아니라 군수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그것은 인도네시아에서 말리까지 널리 퍼져있는 수니파들의 광범위한 반(反) 서방운동으로 변형되었다. 서방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 왕정으로서는 그 역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살라피즘이 자신들의 편협한 이슬람 교리에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죽이는 것으로 스스로를 구별정립하기 때문에 서방과 시아파 이란의 제휴는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진퇴양난에 처해 있는 사우디 왕정이 이란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은 수니파 기반의 충성을 유지하려 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한 가운데에서 그 결과는 더 큰 유혈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것은 더욱 부후화된 세계 제국주의 “질서”라는 더 큰 그림 속에 있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대리전들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발발한 충돌들은 해결도 되지 못하고 있다. “평화 협상”은 아무 성과도 낳지 못하고 전쟁 위에 또 다른 전쟁이 겹쳐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전쟁들은 다 기억하기도, 심지어 다 들어보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파푸아 뉴기니에서 토착 원주민 세력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누가 알겠는가? 그것은 전 지구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잊혀진 많은 충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지구의 자원을 통제하기 위한 투쟁을 추동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경제적 위기가 놓여있다. 이러한 국지적 충돌들은 주요 강대국들이 아직 이를 이용해 직접적인 이익을 챙기는데 관심을 가질 뿐이기 때문에 3차 대전으로 비화되지는 않고 있다. 그들은 자국 노동계급으로부터 크게 압박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절박하게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노동계급이 가만히 있고 현재 강제되고 있는 다양한 삭감과 긴축 정책을 수용하는 한 강대국들을 지배하는 계급은 아직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수단들에 여유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 더 위험한 것은 태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대치가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작지만 중요한 나라들이 직면하는 문제들이다. 경제적으로 더 약한 나라들일수록 군사적으로 더 위협을 느낄 것이며 더 호전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군사‧외교적 보호 대신 안정적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상호 보장을 기초로 수십 년 동안 동맹을 지속해왔다. 세계 경제 위기에서 그런 확실성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 2016년 우리는 그들로부터 흘러나올 더 많은 야만적인 충돌과 재앙들을 예상해야 한다.

    Jock (leftcom)
    2016년 1월

    번역 : 사노신
    원문출처 : http://www.leftcom.org/en/articles/2016-02-12/imperialist-interests-and-ideology-in-the-struggle-for-the-middle-east


    [편집자 주]

    최근 한국은 북핵 사태로 불거진 미중 대립이 관심사이지만 러시아와 인접한 북유럽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고 있는 중동에서 전통의 대국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노신은 최근의 중동 갈등에 대해서 비교적 잘 해설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 국제 좌익공산주의 홈페이지 leftcom의 1월 기사를 번역해 보았다. 웹환경 가독성을 위해 본 기사의 각주는 생략했다. 기사 내용은 사노신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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