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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 복간2호」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김종원 | 사실연 회원

     

    마르셀로 무스토,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 1881-1883년의 지적 여정, 강성훈·문혜림 옮김 (산지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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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서문에서,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진 후 무시당했던 마르크스의 사상이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 다시 한 번 분석과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안타깝게도 이 즐거운 소식이 우리와는 무관해 보인다. 책의 구성은 4개의 장에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붙어 있는 형태이다. 존재의 근본 법칙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투쟁이라고 말하는 마르크스, 프롤로그는 이렇듯 쓸데없이 감동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존재의 근본 법칙으로서 투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옮긴이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생산도 투쟁(자연과 인간의 투쟁)이라는 해석을 소개한다. 이 해석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말한 투쟁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책을 읽는 독자의 과제일 것이다. 어쨌든 마르크스는 마지막까지 투쟁을 하다가 떠났다. 에필로그는 마르크스의 생에서 마지막 몇 주의 슬픈 이야기다.

      1삶의 고충과 새로운 연구 지평에서는 마르크스의 정신의 도구였던 장서 목록을 볼 수 있고, 삶의 고충 속에서도 그가 보여준 높은 연구열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마르크스는 1881년 초에 민족학 노트라는 인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연구의 기본 사상은 엥겔스의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다.1) 마르크스는 이 작업을 통해 심화된 역사적 지식으로 생산양식들을” “재배열하여 공산주의 사회로의 최종 변화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일부일처제 가족, 가부장적 가족에 앞서는 가족 형태에 주목하고, 사적 소유와 일부일처제 가족의 관련성을 언급한다. ‘부르주아 문명의 일시성,’ “양성 간 동등성,” “국가의 기생적이며 일시적 성격,” 사적 소유의 발달에 따른 일면적인 개인의 형성이라는 인간 조건의 변화에 관한 그의 분석이 이러한 인류학 연구를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또한 인류학 연구를 통해 마르크스는 단계론적 진보관, 다시 말해 단선적 역사주의를 완전히 거부했다. 그리고 사회변화를 오직 경제적 변혁에만 연결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일축했다.” 저자는 이것이 마르크스 말년의 이론적 노작이 가진 핵심적 특징이라고 평가한다. 이 시기에 마르크스는 대수학이나 미분 같은 수학 이론에도 관심을 보였고 수학 연구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이쯤에서 문과, 이과 구분하며 자기 한계를 설정하는 우리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늙은 마르크스는 여러 삶의 고충을 겪으면서도 이론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세계의 사건들을 계속 관찰했고 그에 대해 동지들과 가족들에게 논평했다.” 이렇듯 그는 세계의 시민이었다.

      2국제 정치와 러시아 자본주의에 관한 논쟁은 책에서 가장 이론적인 장이다. 말년에 마르크스가 러시아의 사회적 후진성유럽 단위의 노동계급 해방의 주요한 걸림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로 출발한다. 인류학에 몰두하고 있던 18812월 마르크스는 러시아 혁명가 베라 자술리치의 편지를 받는다. 당시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농촌 공동체를 사회주의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기를 기다리며 도시에서만 투쟁하고, 농민들이 도시로 유입되어 기존 노동자들과 경쟁하면서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욱 열악하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엇갈린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편지는 러시아 농촌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통과해야만 공산주의로 갈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었다. 저자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확대가 공산주의 사회의 탄생에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라는 확신은 마르크스의 전 저작을 관통한다는 말로 이 문제를 풀어간다. 저자는 자본의 확대가 노동 시간을 최소화하여 사람들이 자유 시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을 포함하여 공산주의의 객관적 조건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산자들의 새로운 능력·생각·욕구도 등장한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인용한다. 여성 해방과 가족 관계의 현대화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작에서 사회주의 사회의 보편적 모델을 구상하는 것을 신중하게 회피했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연군 속에서 인간 사회가 모든 곳에서 동일한 경로를 따라야 한다거나 동일한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없다.” 그는 그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오인된 테제, 즉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은 역사적으로 불가피하다는 테제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서 저자는 러시아 인민주의자 미하일로프스키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을 다룬다. 그런데 논점이 조금 이상하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필연성을 논하다가 자본주의 발생 형태는 모든 사회에서 동일할 수 없다는 아주 명백한 주장으로 슬쩍 넘어간다. 그리고 다시 중심을 잡아 러시아 농촌 공동체가 자본주의적 생산이 지배하는 세계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마르크스의 분석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공산당 선언러시아어 2판 서문에서 러시아의 농촌 공동체의 운명은 서유럽 프롤레타리아 투쟁의 운명과 연결된다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 질문에 답한다. 마르크스의 관심이 모든 곳에 적용 가능한 순수하고 도식적인 이론를 만드는 것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천적이었음을 보여주려는 항목이다.

      3장의 제목은 올드 닉의 고난이다. 올드 닉(Old Nick)은 사탄 또는 악마라는 뜻으로 마르크스의 험악한(?) 얼굴 때문에 붙은 애칭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에 대한 나쁜 평판이 지배적이던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이 올드 닉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우선 마르크스의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이 아직 소수였던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질투, 왜곡과 싸우는 마르크스의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가정사와 건강 악화 그리고 아내의 죽음이라는 고난이 닥친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마르크스는 역사 연구에 매진했다.

      4무어인의 마지막 여정은 요양을 위하여 무어인의 고장 알제리로 떠난 마르크스의 여정에서 시작한다. ‘무어는 얼굴이 검었기 때문에 붙은 마르크스의 별칭이다. 악화된 건강 때문에 아랍인들 사이에 퍼져 있는 공동 소유의 특성은 연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관찰 결과를 편지에 담아 보냈다. 무슬림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 알제리의 미약한 공권력(국가), 유럽인들이 자행한 폭력, 아랍의 풍습 같은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18825월 알제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치료를 위해 모나코 공국에서 3주의 시간을 보냈다. 파리 근처에 있는 딸 예니의 집에 돌아와서도 기관지염, 늑막염, 류마티즘 등의 병세를 치료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리고 가을에는 엥겔스가 머물고 있는 런던으로 갔다. 건강 때문에 맛있는 맥주를 마시러 외출할 수도 없고, 자본독일어 3판 작업을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1882년 영국이 이집트를 점령한 사건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 연구했고, 러시아의 사회·경제적 문제도 연구했다. 이런 마르크스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저자는 갑자기 마르크스의 비판에는 성역이 없었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자신의 사위들도 마르크스의 비판의 대상이었고, 자신의 사상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확실한 것은 내가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는 거요라는 말로 응수했다.

      책의 부제가 지적 여정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론적 결과물을 습득하려고 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다른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는 것도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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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 전 아침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 제목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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