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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의 기억] 어느 코뮤니스트에 대한 세 가지 기억
  • [코뮤니스트의 기억]  어느 코뮤니스트에 대한 세 가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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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작지만 큰 원칙


    남궁원 동지의 아들 건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2004~2005년 무렵, 남궁원 동지는 우리가 자주 모이던 당산동이나 신촌이 아닌 자기 집 근처인 신림동(난곡) 언덕에 있는 골목 식당으로 나와 한 동지를 불러냈다. 조직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 그런 만남은 필수적이었지만, 남궁원 동지는 좀처럼 자기 집 가까운 곳으로 불러내는 일이 드물었고 만나는 상대가 누구든 자기가 먼저 찾아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의외였다. 내가 후배였지만 그때 한번 신림동에 갔던 일을 제외하고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그가 우리 동네로 찾아오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은 만남에 있어 시간, 장소 문제조차 철저했던 남궁원 동지가 우리를 자기 집 근처로 부른 이유가 바로 건이의 육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날도 건이를 데리고 나와 우리와 한참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물론 그는 육아 문제로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운동을 핑계로 육아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회의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남궁원 동지가 유일하게 허용하는 것은 육아 문제로 사정이 생길 때는 이유를 불문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 원칙은 본인에게도 적용되었고, 그의 단호한 태도로 인해 우리는 운동뿐 아니라 가정이나 일상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하나둘씩 갖게 되었다.

     

    , 남궁원처럼


    그는 외모나 말투와 다르게 실무에 있어 매우 꼼꼼하고 운동적 감성도 섬세했다. 나는 내가 관심 있거나 잘하는 것에만 꼼꼼하고 나머지는 큰 틀에서 어긋나지 않으면 그냥 진행하는데, 남궁원 동지는 늘 나의 불철저함을 비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형처럼 하면 스트레스받아 오래 못 살아요.’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운동만큼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어서 늘 고민이 많았고 지치곤 했다. 폭주하는 버릇이 생긴 것도 그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한 번인가는 남궁원 동지가 중요한 글을 쓰기로 되어 있는데, 기간이 임박하여 나한테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해 와서 이유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어느 현장 동지들과 약속한 강연이 하나 있는데, 2~3일 준비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해서 일주일 넘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한 시간짜리 대중강연을, 그것도 자기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를 하루 이틀 준비하면 되지 일주일씩이나 준비하느냐고 했더니, 그는 내용은 이미 준비되었는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의식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강연을 하려면 강의 원고를 수십 번 바꾸고 연습해보고 나서 강연을 해야 그나마 그분들이 실망을 덜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크게 반성했다. 그리고 역시 남궁원처럼 해야 돼를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반복했다.

     

    , 술버릇


    그는 참 오래전부터 인상적인 술버릇으로 운동 사회 안에서 이름을 높였다. 그의 술버릇의 장점은 쓴소리만 하되 허튼소리를 하지 않아서, 듣는 이가 기분은 상하되 마음은 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쓴소리를 듣는 게 불편한 사람들은 일찍 자리를 뜨거나 피했었다. 게다가 치명적인 단점은 잘못한 사람들이야 쓴소리를 자주 들어도 싸지만, 진심으로 오류를 반성하고 새롭게 변화한 사람에게도 과거 일로 쓴소리를 반복하게 되어 서로 간에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나와도 술을 가끔 (사실은 자주) 마셨는데, 열 번 중에 한두 번은 위와 같이 유쾌하지 않은 술버릇을 보여주었고, 나머지는 달랐다. 아마 같이할 일이 많아 쓴소리나 과거 일보다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와 논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나와 마음이 맞는 일이 생기면 너무 좋아하며, 딱 한 병만 더하자고 하며, 그 술병이 비워질 때까지 사랑한다’ ‘내가 너를 얼마나 믿는지 알지’ ‘나 없어도 네가 알아서 할거지를 남발하며, 숨겨두었던 긍정적 감성을 분출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술버릇의 양면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떠나기 전 몇 개월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먼저 다가가 긍정적 감성을 자극해 주지 못했다.

     

    이제 그의 술버릇 중 (누구라도 수십 번은 들었을)  똑바로 해!!!를 기억할 것인가?  (진심이 통했을 때만 들을 수 있는) ‘사랑한다를 기억하며 살 것인가?  그동안 당한 것을 갚아줄 틈도 주지 않고 그는 먼저 떠났기에 똑바로 해!!!’를 돌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를 떠나간 그에게도, 함께 하는 동지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돌려주며, 진정한 붉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국제코뮤니스트전망 | 이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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