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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대학입시거부선언문] 우리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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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대학입시거부 공동선언문

    우리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 대학입시거부선언자는, 지금 여기서 우리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한 시기에조차 입시에 뒤처질까 꾸역꾸역 학교에 나가는 학생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다.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적인 교육 과정은 멈추지 않고, 오늘은 수많은 수험생들의 인생을 판가름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됩니다. 학생들을 위험에 몰아넣고도 입시가 각자의 안전과 삶보다 우선되는 것은, 결국 성적으로 사람을 등급 매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한국의 교육 구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 아래서 버려지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며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합니다.

     

    코로나 시대에도 입시로부터의 해방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고3의 삶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시험 결과가 인생을 가르며, 대학에 가지 않는 삶이야말로 이 사회에선 ‘위험’한 것이니까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안전’은 없었습니다. 고3은 좁은 공간에 밀집된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존재가 되어야 했습니다. 절대 의심 증상이 발현되어서는 안 되었고, 의심 증상이 있어도 ‘증상 없음’을 체크 해야 했습니다. ‘건강도 실력’이라는, 아픔조차 허용하지 않는 말이 통용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그저 아프면 안 되는 몸이 됩니다. 재난은 학생들을 입시와 학벌의 피라미드 아래에서 그저 공부만 하는 존재 정도로 여기거나 그런 존재가 되길 강요하는 한국 사회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입시와 안전을 양손에 올려놓고 학생들을 가둬두기만 하는 사회에 우리는 분노합니다.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낙인과, 공부해서 한 등급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구원의 기회는 학교에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 우리에게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탓이 되고 쭉 낙인찍힌 채 살아가야 합니다. 입시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만을 보고 기억하는 이 사회에서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잊히고 지워진 존재가 됩니다. 교육의 공간이라는 학교에서 가장 열심인 것이 그저 낙인찍히지 않기 위한 경쟁이라면 너무나 허무한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학교는 바로 그런 곳입니다. 너무도 허무해서 맥이 빠지는 곳입니다.

     

    그냥 공부 하면 되지, 라는 가벼운 말에 또 자책하지 않기 위해 기억합니다. 나이별로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우리를 조여왔던 ‘공부해야 할 시기’들을 지나치고도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 끝없는 공부를 체감했을 때의 억울함을 기억합니다. 모두가 낙오되지 않는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지금’의 감각을 기꺼이 내버릴 때, 차마 그럴 수 없어 좌절했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왜 기계처럼 살지 않느냐고 자신을 채찍질하던 수많은 날을 기억합니다. 지금을 살고자 했던 마음들이 훨훨 날아가 버리고, 지독하게도 외롭게 남겨졌던 매순간의 우리 자신을 기억합니다.

     

    당사자들이 말을 꺼내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학벌에 죽고 사는 세상에 머물겠다는 직감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을, 입시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입시보다, 대학보다, 학벌보다, 우리의 삶이 더 중요합니다.

     

    2020년 12월 3일

    2020 대학입시거부선언자 | 잿녹, 일움, 인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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