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김용균 동지 2주기] 용균에게
  • 김용균 동지 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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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균에게



    용균아!

    너를 언 땅으로 돌려보낸 지 벌써 두 해째가 되었구나.


    사람들은 너를 ‘김용균이라는 빛’이라고 했다.

    너를 가둔 죽음의 어둠이 빛이라니!

    나는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알았다.

    용균이 네가 죽음을 살리는 삶의 빛이고, 비정규직의 빛이고, 

    노동과 생명의 빛이라는 사실을!

    슬픔을 겨누며 뚫고 나온 그 작은 빛이 보였다.


    잊지 마라, 잊지 마라, 잊지 마라......


    분노는 썩어도 슬픔은 썩지 않는다.

    슬픔은 발효되어 한웅큼의 사랑이 되는 것!

    사랑은 분노를 달구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돌멩이 속으로 스며드는 것!

    나의 가장 가까운 지척에서 

    너의 피와 살이, 뼈와 눈물이 굳어지기 전에

    가슴이 저미도록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너를

    뜨겁게 끌어안는다.


    사무치게 안타깝지만 너는 너무 빨리 떠났다.

    스물네 살, 한창 푸른 청춘을 

    아무도 수리해주지 않은 고장난 꿈으로 남겨두고

    네 마지막 온기가 흐르는 육신 한 점을

    컵라면 용기에 부어놓고 갔다.


    살아있는 모든 핏줄들이여!

    저주받은 노동의 대지에서 죽어가겠네.

    세상의 모든 선과 악이 부딪쳐 싸울 때

    아, 착하고도 맑은 청년 용균아!

    가슴이 저미도록 네 이름을 부르리라.


    나는 지금 단식을 하고 있다.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외치고 있다.

    오늘, 내가 차갑게 잠든 겨울 하늘 노을빛으로 사라져도

    네가 맞선 자본과 국회 도적떼와 노동자의 적들은 

    여전히 나를 짓밟고 있구나.

    하지만, 너는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는 너를 따라 반걸음 앞으로 나아가리라.


    너는 못 다한 생을 다시 살고자

    날마다 다시 태어난다.

    나는 네 앞의 생을 내가 살고자 

    다시, 또다시 태어난다.

    환한 웃음으로 너는 살아 우리 함께 손잡고 걸어온다면

    아, 나는 얼마나 가슴이 저미도록 기쁠까!


    어머니!

    빛나는 내 눈과 내 음성을 기억해주세요.

    죽어서 살다 살다, 언젠가 나는

    나를 잊어버린 내가 그리워지면

    마음이 애달픈 친구를 터벅터벅 찾아가서

    이미 죽어버린 그에게도 작별 인사를 할 테요.


    내 눈동자 속에 지어진 나의 집

    그 기억의 문을 닫지 말아 주세요.

    눈 감으면 공장 철문이 열리고

    우르릉 쾅, 쾅!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 들리고

    지느러미도 없는 새까만 별들이 추락하는 소리

    아가미를 벌린 나는 숨이 막혔어요.

    결국 나는 영원히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어둠 깊숙한 이 세상의 처음과 끝

    잃어버린 몸을 찾으러 간다.

    지옥보다 먼 곳으로, 깜깜한 공장의 감옥으로

    비명도 없이 가볍게 찢어진 잿빛 울음을 울고 간다.

    누가, 이제 내 젖은 얼굴을 쓰다듬어주는가?

    누가, 이제 어떤 약속을 내밀어

    나를 고요히 잠들게 하는가?


    보라, 수많은 주검이 

    그물망처럼 흩어진 바람에 구멍을 내고 있다.

    보라, 바람의 껍질 같은 넋들이 

    나뭇잎처럼 떨어진 목숨을 덮을 때마다

    나는 저 죽은 구름 너머 햇볕의 능선으로 날아간다. 

    밤새 햇볕을 보지 못한 새가 그곳에서 타버린 재가 되었다.

    주검과 재의 입김으로 낳은 어린 별 하나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보내주었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오, 고통의 힘이여!

    가난한 영혼이여!

    소화되지 않은 추악한 인간의 욕망을 게워내고

    우리는 제발 인간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간신히 네 손톱을 주워들고 

    우리의 노동이 우리 모두의 삶과 진실이 되는 너의 묘지로 간다.


    詩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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