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 [코뮤니스트 11호] 112주년 세계 여성의 날 - 부르주아 페미니즘을 넘어 성해방으로
  • 조회 수: 3479, 2020-05-17 16:37:29(2020-03-09)
  • 112주년 세계 여성의 날

    - 부르주아 페미니즘을 넘어 성해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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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생산의 분업은 잉여를 낳았고 이는 계급 분화와 사유재산 발생의 배경이라고 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일부일처제가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무리 사회에서 가족으로의 경제단위 변화는 모계 중심의 사회를 뿌리째 흔들며 여성을 종속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이는 성차별의 시발점이 되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억압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강요되었다. 여성의 처신, 옷차림, 성 역할에 대한 성차별은 억압적 사회 구조를 표현하는 것이자 정당화하려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즉 성차별, 나아가 성억압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부르주아 페미니즘은 여성해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성평등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부르주아 페미니스트들은 현존하는 계급 사회의 틀 안에서 평등을 구하고 이미 존재하는 특권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특권을 위해 싸운다.”고 비판하였다.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가 서프러제트(여성참정권론자)이다. 부르주아 페미니즘은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해서 제국주의 전쟁을 지지하기까지 하였다. 게다가 부르주아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들이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면서도 재산에 따른 제한 선거권을 지지했다. 반면 콜론타이를 비롯한 맑스주의자들은 모든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역시 계급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투표권 쟁취에 한정하지 않고 노동권, 동일임금, 유급 출산 휴가, 무료 보육 시설, 여성 교육 등을 위해 싸워야 하고, 나아가 남성 노동자들과 함께 사회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르주아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억압의 원인이 남성의 성차별적 의식과 행동이며, 남성이 여성 억압에 집단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관점은 성차별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무지와 자본주의 사회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극단적으로는 반여성적 반노동자적 입장으로 나아간다.

     

    최근 래디컬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자행된 성소수자(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그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차별은 성별 이분법, 이성애 중심주의, 성 역할의 고착화를 바탕으로 한다. 가부장제 권력과 투쟁한다는 페미니즘이 이번 사례에서는 오히려 성별 이분법과 성 역할의 고착화를 강요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탈코르셋을 실천한다는 그들이 단톡방 가입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주민등록증과 목소리, 손과 손목 인증이다. 즉 손목이 굵고 손이 두툼하면 가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또 다른 사례에서 국가는 트랜스젠더 직업군인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차별과 착취에 기반을 둔 국가가 이번에도 성차별 고착화라는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런데도 그들은 주민등록번호 인증이라는 이중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행태를 보여주었다. 여성해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며, 나아가 성평등에 대한 조금의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래디컬 페미니즘은 성차별이 생물학적 성 차이에서 비롯된 자연적 역할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수용하는 전형적인 성차별주의자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쇠퇴기에 자본은 위기 때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는 전쟁, 기아, 정리해고라는 가혹한 자본주의 공격의 첫 번째 타깃이다. 여성노동자의 고통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노동자는 이중으로 착취당하고 차별받는다. 하지만 부르주아 페미니즘은 자본에 착취당하는 여성노동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왜곡까지 한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페미니즘 역시 부르주아 일반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제국주의 전쟁을 지지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쟁을 벌이고, 이주민을 차별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여성 지도자들을 지지하기도 한다. 결국, 그들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그들은 차별과 착취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노동자계급에게 성차별 철폐는 사회관계 속에서 분석하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적 뿌리는 성억압의 원인이 계급사회와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9172월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페테르스부르크 여성노동자들은 세계여성의 날에 거리로 나와 아이에게 먹일 빵을 달라”, “참호에 있는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여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기념일인 이유이다.

     

    부르주아 페미니즘의 주장처럼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다. 여성차별에 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방식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때 남성에 적대한 여성해방은 오히려 성평등과 성해방의 장벽이 될 뿐이라는 것을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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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적 뿌리는 프롤레타리아 여성과 남성에게 노동해방과 여성해방이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평등은 남녀 간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계급 타파와 인간해방의 주제이다. 또한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성평등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가족을 경제단위로 하는 자본주의에서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성평등은 성차별, 성억압, 성폭력이 구조화된 사회인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야 실현할 수 있다.

     

    여성해방, 성해방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페미니즘도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따라서 여성해방 운동은 자본주의 체제와 싸우면서도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권리를 방어하고 가해세력(시스템)에 맞서 근본적으로 투쟁하는 코뮤니스트 운동이어야 한다. 여성해방 없이 코뮤니즘 없고, 코뮤니즘 없이 여성해방 없다

     

    진정한 성해방은 노동자계급 분열의 원인이자 착취와 차별의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를 타파한 코뮤니즘(공산주의)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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