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 2012 부르주아 대선에 맞선 코뮤니스트노동자의 입장
  • 조회 수: 11398, 2022-03-09 13:15:17(2012-12-14)
  • 2012 부르주아 대선에 맞선 코뮤니스트노동자의 입장


    변혁모임과 대선 공동기구, 노동자 후보 전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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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공동기구, 태생적 한계와 선거주의

     

    연출이 시작됐다.

     

    변혁모임이 전국활동가대회를 통해 노동자대통령 공동선거투쟁본부를 제안하면서, 반자본주의, 반신자유주의, 야권연대 반대, 노동자 민중후보 완주기조로 한 이른바 진보좌파·사회주의 그룹 간의 대선 공동기구는 형식적으로 현실화됐다. 물론 진보신당의 선거용 임시(가설)정당정치옵션에 대한 태도를 둘러싸고,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일군의 사회주의 그룹은, 대선 공동기구를 구성하기 전부터, ‘답안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진보정의당, 통진당과의 분별 정립이며, 두 번째는 야권연대 비판, 공동전선 촉구다. 여기에 수식어가 첨가되는데, 다름 아닌 대중투쟁과 선거운동의 결합이다.

     

    답안은 처음부터 가짜였다.

     

    첫째, 진보신당은 총선정국에서 야권연대에 자신을 넣어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던 세력이 아닌가. 더구나 진보신당 내 주요 지도부 발언과 상당수 평당원 흐름이 진보정의당 정치 철새인 노회찬, 심상정류와 통합을 원한다는 것은 운동가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른 한 축으로 구()사회당 계열은 과거 10여 년간 조직 정체성을 선거주의로 일관해왔는데,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그 체질이 바뀐다? 게다가 97년 대선 시기 국민승리21의 페이퍼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진보신당 가설정당에 대해, 사회주의 그룹은 공개적인 반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사회주의 그룹은 동상이몽적인 일괄타결(대선 기조, 강령, 투쟁) 운운하면서, 가설정당까지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들이 말하는 노동자 후보 전술은 기껏해야 정치적 수사를 동원한 전형적인 선거주의다.

     

    둘째, 과연 야권연대를 반대하는 대중투쟁이 선거공간에서 후보를 내세워 인위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가? 이들은 대중투쟁이 일군의 사회주의자들의 필요에 따라 호출하면 되는 요술 방망이쯤으로 생각한다. 야권연대 정권교체 열망 현상은 현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의 결과이자, 동시에 부르주아 선거에 대한 환상의 표현이다. 따라서 야권연대를 근본적으로 반대하기 위해서는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선거 환상 자체에 대한 폭로와 비판을 전개해야 한다.

     

    투쟁의 공간에서 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고 자기조직화를 통해 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 계급이 단련되고 스스로 전망을 가질 때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 투쟁에서의 자기조직화와 직접정치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정치조직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정치투쟁과 강령실천은 소홀히 하면서 손쉬운 선거 개입으로 조직화를 이루려는 세력들이 많다. 선거철만 되면 바빠지고 활동력이 높아지는 정치조직이 여기에 속한다. 투쟁은 회피한 채 선거에서는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는 노동자 조직도 여기에 해당한다.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어렵지만, 조직동원과 자금모금으로 표현되는 선거의 조직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가보안법의 탄압에도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민주의자들도 상당수 수용하는 경제 요구를 노동자계급의 행동강령이라고 내걸고, 그들과 기꺼이 연합하면서 부르주아 정치 공간에서 벌이는 선거 개입이야말로 사회주의운동을 급격하게 퇴보시키는 정치적 타락행위이다.

     

     

    변혁모임, 계급정당 건설?

     

    그간 진행된 변혁모임을 보면, 통진당에 대한 반정립 슬로건만 있을 뿐, 노동자계급정당 실체논의는 사라지고, 보통명사인 계급정당만 외치고 있다. 자신의 전략적 과제와 정치적 전망인 당에 대한 최소한의 강령적 원칙 내용에 대한 토론은 고사하고, 선거 참여를 해야 한다는 선당위론만이 팽배하다. 그리고 그들은 선거 절차와 기술적인 문제로 이동하면서, 대선후보군을 확정했다. 노동자계급정당의 그간의 정치적 성과와 정치적 강령을 전체 계급에 제출하는 문제의식은 실종되고, 대선후보군 상층 지도부의 순교자적투쟁만이 요구된다. 내용 없는 현장변혁, 계급정당 선거를 역순 한 일정 박기 투쟁, 선거용 희망버스를 호소한다. 결국, 선거정치 희망버스에 동원되는 대중은 자신의 현장 정파적 이해에 맞는 조합원으로 한정될 것이다.


    변혁모임 내부에는 당에 대한 다양한 이질적 흐름이 존재하는데,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차이조차 스스로 밝히지 않은 채, 뭉뚱그려 노동자후보만을 얘기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대선 통일전선 이상을 뛰어넘기 어렵다.

     

    강령에 입각하지 않고 우파에 대한 상대적 반정립으로 자신들을 규정한 좌파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활동가 당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계급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정당의 이름으로 조합주의를 보호해줄 뿐이다. 이들이 활동가 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순간, 강령에 입각한 실천을 통해 노동조합 배후정치와 확실한 단절을 이뤄내겠다는 선언은 공문구가 되어 버렸다. 혁명당의 역할은 코뮤니스트 정치와 노동자계급을 직접 만나게 하는 것이지, 중간에서 활동가(조직)를 통해 배후조종하거나 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계급투쟁과 코뮤니스트 혁명의 최종목표 사이에 어떠한 중간단계나 대리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노동자계급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야만 하며, 그 목표에 이르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의식적인 투쟁에 달려있다.

     

    혁명당 건설은 철저한 강령 원칙과 실천 검증에 따른 혁명적 사회주의/코뮤니스트 세력의 재구성을 통해, 그리고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새로운 주체들과 코뮤니스트 운동이 계급투쟁 속에서 직접 만나, 계급 안에서 혁명적 주체를 세우고 자기 조직화를 이루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그런데 운동을 과거로 돌리고 있는 사노위 등은 강령적 실천과 혁명적 주체의 자기 조직화라는 본질을 망각한 채, 조급한 정세 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자기 조직 유지와 양적 확산만을 위해 강령원칙을 폐기하면서 당 건설 운동을 후퇴시켜왔다. 이들은 진공상태에서 당 건설을 할 수 없다면서, 변혁모임의 이른바 노동자계급정당 흐름에 영합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착취체제가 지속하는 한 계급투쟁에 진공상태는 없으며, 오히려 계급투쟁과 혁명적 계급의식을 담아낼 그릇이 부족할 뿐이다. 계급투쟁과 계급의식의 발전 없이 혁명당 건설은 불가능하다. 계급투쟁의 깊이는 당 건설의 주체를 담보해주고, 계급의식의 발전은 강령으로 표현된다. 당 건설의 주체와 강령을 포기한 당 건설이야말로 진공상태의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술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민주노총)이 정치방침으로 결정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당 운동은 파탄 났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한 근본적 원인은 노동자 해방으로서 이념 부재, 소위 80년대 소부르주아 이념인 NL(민족해방) 노선 추구, 개혁적 사민주의와 선거·의회를 주축으로 한 활동이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논의는 기존의 구도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공허한 주장이다. 결국, 새로운 조직적 대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코뮤니스트 정치조직을 제안하며」 참고)

     

    몇 년 전부터, 이른바 사회주의자 내부에서는 전술적 문제를 놓고 대립하기 시작했는데, 이 전술적 운용의 실천적인 대립은 선거 시기 진보신당과 같은 의회주의 좌파를 포함하는 공동전선(통일전선) 문제였다.

     

    우리는 여기서 원칙 중심의 전술기회주의적 전술을 구분한다. 한마디로 기회주의 전술의 특징은 단기 목표의 강조, 현재 시점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기회주의의 모든 전술은, 미래의 격동을 준비하면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는 대신, 주로 특정 시기만을 위한 정파적 이해와 실천 운동 역량에만 관심을 둔다. 반대로 원칙 중심의 전술은 혁명 운동 발전의 총체적 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운동의 근본적 임무와 계급투쟁의 방향, 미래를 향한 장기적 실천을 전개한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정세를 관통하는 핵심은 자본주의 쇠퇴와 위기, 새롭게 올라오는 대중행동 투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민주의 세력은 자본주의 재구축을 위해 나서고 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본주의 생산의 문제는 도외시한 채 오직 분배 정의만을 외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생산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역사적인 파산이 명백해졌고, 코뮤니스트 사회의 전망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코뮤니즘이라는 대안 사회가 인류의 단순한 희망과 꿈이 아니라 역사발전의 물질적 필요성이며, 우리가 실현해야 할 역사적 과제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세계적인 계급투쟁은 다시 한번 혁명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분출되는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이 보여준 용기와 결단, 그리고 깊은 연대의식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코뮤니즘은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르주아 선거판에 진보정당’ ‘노동자 후보의 이름으로 끼어들어 노동계급을 배신하고 부르주아의 한 분파로 행세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다수파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보다 왼편에는 노동자정치를 주장하면서도 부르주아 정치를 흉내 내는 세력들이 소수파로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정치를 노동자계급 고유의 영역인 투쟁의 장에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선거공간에서 할 수 있다면서 그 속에서 선전선동과 조직화를 꿈꾸며 선거운동을 선거투쟁으로 미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을 위한 어떠한 성과도 선거나 그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없다.

     

    현시기 대선 정국을 둘러싼 사민주의와 동거, 의회 선거정치 몰입은 계급적 대중행동을 저해할 뿐이다. 대중에게 선거는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후보) 중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선거 결과가 마치 계급 대중 의지가 실제 실현되는 것 같은 환상을 만든다. 이것이 부르주아 선거제도의 핵심 기제가 아니었던가!

     

    그동안 선거에 개입했던 노동자정당, 진보정당들은 완전한 의회주의 정당으로 자리 잡았고, 이들을 지지했던 민주노총의 정치는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수많은 배신과 운동권 출세주의를 양산했다. 통진당, 진보정의당류와 진보신당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다. 또한, 이들과의 정치적 공동전선이나 입당전술을 사용하는 자칭 사회주의 세력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

     

    말로는 선거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참여하는 선거는 훌륭한 전술로 둔갑한다. 선거에 휩쓸리지 않고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선거 이후를 준비하는 운동의 흐름은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거주의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건강한 노동자와 혁명세력을 대기주의, 기권주의로 몰아가면서 모든 운동을 대선 블랙홀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이것이 운동마저 삼키는 부르주아 선거다. 부르주아 선거의 본질은 지배계급의 위기를 평화롭게 넘기는 것이며, 격화되는 대중 투쟁을 잠재우고 대중의 불만표출을 잠시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선거에 휩쓸리지 말고 투쟁의 동력을 유지해 선거 이후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지배계급에 맞서야 한다.

     

    선거는 짧다. 두 개의 노선은 대립하고 있다. 사민주의와 동거, 선거정치 몰입이냐, 계급적 대중행동 투쟁 촉구냐?

     

    이제라도 부르주아 잔치판에서 뛰쳐나와 노동자계급의 자리에서 자본주의가 인류 참상의 원인이고, 이를 넘어서는 코뮤니스트 사회만이 대안이라고 대중적으로 공개적으로 말하고 싸워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자기해방(자본주의 전복과 노동자 권력)의 전망으로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선거유세용 집회나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대중총회를 건설하자. 아래로부터의 파업/투쟁위원회, 대중집회를 통해 노동자들이 정치적 의사표현과 투쟁의지를 제한 없이 표출하는 수평적 노동자 직접행동’, ‘노동자 직접정치’의 토대를 만들!

     

    선거 시기에는 더욱더 모든 것에서 소외되었던 비정규/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 장기투쟁 사업장, 장애인, 소수자, 빈민, 실업자, 이주노동자 등 미조직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에 집중하자. 노동자투쟁과 미조직 프롤레타리아트들의 직접행동이 결합하는 아래로부터의 프롤레타리아 연대을 실현하자!

     

    선거에 참여하는 대선투쟁이 아니라 부르주아 대선(정치) 자체에 맞선 분노한 노동자들의 직접행동을 조직하자.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부르주아 정치 참여(대선)자금을 모금하지 말고 선거 이후 계급전쟁 준비를 위한 물리력을 조직하자!


    2012년 12월

    국제코뮤니스트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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