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노동자가 공장의 주인임을 선언하자! 다국적 자본의 자본철수에 맞서 투쟁하는 하이디스 노동자들 - 신정현
  • 조회 수: 4712, 2013-08-23 14:37:48(2013-05-07)
  • 노동자가 공장의 주인임을 선언하자!
    - 다국적 자본의 자본철수에 맞서 투쟁하는 하이디스 노동자들 -

    신정현

     

     

     

     

    자본의 운동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움직인다. 전자, 화학, 자동차 및 기타 업종의 많은 공장들이 24시간 가동되고 있으며, 자본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투자하고, 이윤이 나지 않으면 언제라도 철수한다.

     

    이러한 자본의 운동에 종속된 노동자들은 호황기에는 그나마 일자리를 유지하지만, 지금처럼 공황의 시기에는 일자리 유지도 어렵고, 더 악화된 노동조건을 수용하라는 자본의 협박에 직면하곤 한다.

    하이디스1.jpg
    이러한 현상이 경기도 동부권의 작은 소도시 이천에서 재현되고 있다. 2002년의 레고코리아(덴마크에 본사소재) 및 2007년 테트라팩(스웨덴에 본사소재)의 자본철수에 맞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에게 2013년 현재 또 다시 “자본철수 및 공장폐쇄”를 위협하는 하이디스 테크놀로지 (대만에 본사소재)에서 벌어진 것이다. 『소형 TFT-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테크롤로지 (이하 “하이디스”)는 2012년 12월 노동자 60여 명에 대한 권고사직을 시행하고, 2013년 1월부터 휴업에 돌입했다.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2001년 최종 부도가 난 이후 분리 매각될 때 2002년 11월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다. 당시 하이디스는 일본 히타치나 산요와 같은 회사로부터 기술료를 받을 정도의 LCD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매각으로 장난감 수준의 전자제품을 만들던 중국 비오이에 팔렸다.  그리고 하이디스는 8천억 원 매출에 1천억 원 가까운 이익을 내는 기업에서 비오이가 경영한 4년간 3천억 원 매출에 2천억 원 가까운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이 되었다.


    비오이가 한 일은 단 하나였다. 바로 기술유출이다. 2008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바로는 비오이 경영진과 결탁한 간부들이 4천300여 건의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했다. 비오이는 이 과정에서 기술료를 단 한 푼도 안 낸 것은 물론 오히려 하이디스의 돈으로 중국 비오이 계열사에 설비투자를 하도록 해 1천500억 원의 현금을 빼 갔다. 비오이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때 실제 쓴 돈이 1천500억 원에 불과했으니, 비오이는 단 1원도 하이디스에 투자하지 않은 채 하이디스의 모든 기술을 통째로 가지고 간 셈이다.

     

    2005년까지도 적자를 내던 비오이는 계속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2011년 4천억 원의 순익을 내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더 이상의 원하는 이윤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비오이는 2006년 9월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해 버리고 중국으로 철수했다. 그리고 하이디스는 2년간의 법정관리를 거쳐 대만 이잉크(당시 이름은 피브이아이)사에 재매각 됐다.


    하이디스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생산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의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를 감행 해 하이디스가 얻었어야 할 수익을 수탈했다. 하이디스가 만든 패널은 이잉크사의 중국공장인 티오씨(Transcend Optronic Co., Ltd)를 통해 모듈로 조립돼 납품됐는데, 이 회사는 하이디스로부터 낮은 단가로 제품을 공급받아 개당 수익을 하이디스보다 훨씬 높게 챙겨 갔다.


    한편 이잉크사는 아주 복잡한 지분구조를 통해 하이디스의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한 이득을 숨겼다. 이 티오씨라는 회사는 피브이아이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의 소유다. 피브이인터내셔널은 또 피브이아이글로벌이라는 회사의 소유이고, 피브이아이글로벌이 이잉크홀딩스의 계열사가 되는 식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피브이아이인터내셔널과 피브이아이글로벌이라는 회사의 정체인데, 두 회사는 모두 국제적 탈세 지역으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잉크는 하이디스를 인수한 이후 하이디스의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합작사들과 외주용역화을 해 왔다. 이잉크가 2011년에 투자한 대만의 충화픽처기술(CPT)이나 2012년에 투자한 에이유옵트로닉스(AUO)가 대표적이다. 이잉크는 하이디스에 설비투자를 하는 대신 하이디스의 기술을 가지고 대만과 중국의 LCD 제조업체에서 외주 용역화를 하는 것을 2년 넘게 해 왔다.


    또한, 하이디스의 기술을 가지고 자신의 계열사 혹은 거래업체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이득을 챙겼다. 그리고 수익성이 좋은 제품들은 모두 계열회사를 통해 외주생산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만 하이디스에서 생산하게 해 매출이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기형적 생산구조를 만들었다. 하이디스는 2012년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보다 35% 늘어나는 큰 성장을 했지만, 영업적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가 늘어났다.』1)

     

    하이디스는 중국 비오이부터 대만 이잉크까지 10년 동안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2001년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오이사에 하이디스를 팔아넘겼다. 자본은 이윤논리로 운동 할 뿐이다. 자본에게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008년 비오이 자본은 법정관리 기간에  하이디스를 다시 노동자들의 반대 속에서도 이잉크사에 헐값에 팔아 치웠다. 그 결과 현재 구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자본철수 및 공장폐쇄”의 위협 속에 정리해고, 구조조정의 태풍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 앞에 전국금속노동조합 하이디스지회는 2012년 하반기부터 하이디스 자본의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대비해 조합원 내부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3년 1월 1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장은 한국노총 금속노련 하이디스 위원장과 양대 노총 지역지부 의장 간담회를 하는 등 하이디스 문제를 논의하며, 공동의 투쟁을 다짐했다. 또 1월 16일 이천시장과 면담을 통해 시장이 “하이디스의 기술유출 및 공장이전”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1월 31일에는 양대 노총 관계자와 시장, 국회의원 등과 면담을 하고,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저녁에 조합원들과 이후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현재 조합원들은 “자본철수 및 공장폐쇄” 협박으로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지역의 우호적인 여론형성 및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공장폐쇄” 위협에 좀 더 명확하고 단호한 투쟁이 요구된다. 자본은 “공장폐쇄”라는 카드로 노동자들에게 “대량해고,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굴욕적 양보를 받아들이라고 공세를 퍼부으며, 양보교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2012년 12월부터 생산물량이 없다며 2013년 2월까지 휴업을 실시 후 3월부터 생산을 재개하고 있으나, 현재 상황도 노동자들에게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27일 존슨 리 하이디스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에서 노동자들 정리해고 방안인 “서바이플랜”을 운운하며, 이 계획이 확정되면 노조와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이 방안이 무엇인가는 명백하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행하거나, 생계곤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자진 퇴사하도록 할 가능성이 많다.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하이디스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새누리당· 민주통합당·민주노총·한국노총·고용노동부·지식경제부, 기타 시민단체를 포함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토론회를 통해서 “대량해고,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막아낼 수 없다.

    하이디스2.jpg
    2013년 6월부터 1년간 생산계획이 없는 데다, 5월에 1천5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라면서 노동자들을 계속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계속 불안과 두려움 떨고만 있을 수 없다. 노동조합이 지난 3월 13일부터 “분임조 조별 간담회”를 실시하고, 4월 03일부터 “전체 조합원 교육”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까지 하이디스에 노동관련법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발언처럼 더 이상 부르주아 국가기구에 매달리지 말자!


    4월 03일부터 시작하는 “전체 조합원 교육”를 통해 더 이상 자본의 협박을 거부하고,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투쟁의지를 끌어올리자! 노동자들이 자본의 끝없는 휴업설에 동요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노동자들의 분열과 양보를 노리는 자본의 전술일 것이다.

     

    자본이 집요하게 협박을 하면 노동자들은 위축되기 쉽다. 실업에 대한 두려움,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못 받을 상황은 큰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당장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는 순간 노동자들에게는 더 비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굴욕적인 양보로 꺾이면서 단결력과 투쟁력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은 다시 공장폐쇄 위협 앞에 서더라도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자본가들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가장 비참한 처지에 내몰리고 만다. 공장폐쇄라는 위협 앞에 자본이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공격할 경우, 노동자들은 죽을 각오로 투쟁해서 이것을 격퇴할 것인가, 아니면 항복하고 비참한 임금노예로 추락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자본가의 이윤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노동자 계급의 요구를 갖고 단호하게 맞서자!


    공장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었다. 부르주아 법률 아래서 공장은 자본가의 소유이지만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이 축적된 것이므로 노동자들이 주인임을 선언하자!


    단 한 명의 해고도, 한 푼의 임금삭감도, 한 치의 노동강도 강화 역시 거부하자!


    만약 자본이 끝내 공장을 폐쇄하겠다면,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일자리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공장 안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말자!
     
    지난 시기 레고코리아, 테트라팩 노동자들의 투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내몰린다면 이후의 투쟁은 수세적, 방어적 투쟁일 수밖에 없다.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공장의 공간 속에서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평조합원들이 자발성과 역동성을 발휘하도록 하자. 노동자들이 공장의 주인, 이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하자. 지역의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업종을 넘어선 연대총파업을 조직하자. 또한 경기도의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 파업을 조직하자. 여기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밀린다면, 자본의 맹렬하게 업종과 지역을 넘어선 공격을 할 것이다.

     

    당장은 실현될 수 없을지 몰라도, 지난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명확하고 단호한 투쟁만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공장폐쇄라는 상황 앞에서도 생존권을 지켜 내거나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철저하게 투쟁하면 할수록, 공세적으로 전진하면 할수록, 힘차게 연대하면 할수록, 위기의 시기에도 노동자 생존권은 지켜 낼 수 있다.


    <주>

    1)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경영상황은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의 “하이디스, 두 번째 ‘쌍용차 사태’를 막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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