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재능투쟁] 만행! 1,934일 - 임성용
  • 조회 수: 3903, 2013-09-05 12:49:25(2013-08-23)
  • 만행! 1,934일
     

     
     

     


    1,934일!
    이 숫자는 무엇인가?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노동자복직투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록인가?
    1,934일!
    해와 달이 바뀌고 눈비가 내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스물두 번 바뀌고
    5년이 넘고 6년이 다가서는 이 시간은
    그저 가뭇없이 지나가는 세월일 뿐인가?
    2,000일이고 3,000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거꾸로 밀려오는 세월의 너울일 뿐인가?
    과연 이것은 인간의 기억을 마비시키는 만행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광기인가, 살해인가?
     
    인간의 머리로 이 만행을 한 번 생각해보라
    1,934일은 결코 입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날들이다
    소리 내어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쁘고
    세다가 세다가,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아득한 숫자이다
    이것을 입에 올리기는 쉬워도
    이것을 일천, 이천이 넘는 기록으로 넘어선다는 것은
    그만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가혹한 일이다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핏발이 선 뇌에는
    일천구백서른네번, 깊고도 깊은 상처의 고랑이 파이고
    간절한 외침으로, 차디 찬 냉소와 능멸로
    분열과 갈등으로, 아니 또 다른 지속과 반복으로
    저 무고한 하늘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먹구름만 떠돈다
     
     
    2007년 12월 21일부터
    서울시청 앞, 재능농성장 바로 이곳에
    천막 한 개를 덮어쓴 사람들이 있다
    이곳은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투쟁의 진지
    이곳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고독의 심장
    이곳은 그 어떤 타협도 편 가름도 용납할 수 없는
    끝장을 보려는 사람들을 끝장내는 마지막 사수의 성벽
    시작이면서 끝이 되고야말 바로 이곳에서
    비바람과 함께, 뙤약볕과 함께
    철거계고장과 끝없는 회유와 협박과 함께
    뜯기고 짓밟힌 맨몸으로 먹먹하게 나뒹구는 가슴들이 있다
    백일이 열아홉 번이 지나 천일기도, 이천일 통천기도라면
    그 뜻이 하늘에 닿아 하늘을 울리고도 남으련만
    도대체 벙어리, 귀머거리, 청맹과니들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여기, 이 자리에 있다
     
     
    이 몸서리치는 만행의 원흉은
    재능교육이다
    재능교육은 어떤 곳인가?
    재능은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
    재능교육은 돈벌이를 위해 그냥 학습지 장사를 하는 곳인가?
    특수고용직이라는 선생님들을 모집해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인가?
    통조림을 만드는 곳도 아니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곳도 아니고
    학습지라는 교육에도 분명 교사가 있고 노동자가 있고
    인권이 있을 텐데
    부당한 계약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교사들을 단칼에 해고시키는 재능교육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마저도 거부하는 재능교육
    그러면서도 방송국과 대학까지 거느리고
    버젓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팔고 있는 재능교육
    이 비열한 반교육, 반인권, 반노동의 자본가는 누구인가?
     
    재능교육!
    정말로 당신은 얼마나 출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인가?
    그렇다면, 재능 있는 당신에게 우리들이 묻겠다.
    당신이 사옥 앞에 걸어놓은 광고 간판,
    ‘우리는 약속합니다.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재능교육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저 약속에는 사람의 인권은 들어있지 않은가?
    저 꿈에는 교사들이 지녀야할 노동의 권리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약한 사람의 권리부터 지켜주는 것이 인권이고, 그것이 교육인데
    당신은 조난당한 배에 혼자 올라탄 돈 많은 사장일 뿐인가?
    아홉을 가졌으면서도 나머지 한 개를 채우려고 하는 욕심쟁이인가?
    교사들을 시켜 학부모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힘이 대단히 센 사람인가?
    재능교육, 당신은 우선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어야만 한다.
     
     
    세상 사람들아!
    쓸데없는 재능을 배우려고 노력하지 말아라
    아, 사람들아! 이제는 1,934일에 귀를 기울이는 재능을 가져라
    단단한 돌멩이마저 거리에 던져놓으면
    추위에 얼어붙고 땡볕에 녹아 바람에 부서지고 말 1,934일
    그 수많은 날들을 아이들 곁에서 떠나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 비정한 세상의 재능을 염려하라
    그리고, 누구든지 재능선생님들의 신발을 신어보아라
    그리고, 누구든지 그 신발을 신고 1,934일을 걸어보아라
    단 하루라도 거리에 앉아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말로 재능 있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온 세상에 알려주어라
    참세상, 참교육이 어떤 것인지를 재능교육 자본가에게 가르쳐주어라.

     

    -임 성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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