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붉은글씨 4호] 재능교육투쟁, 올바른 평가를 위하여
  • 조회 수: 3186, 2016-03-23 14:08:41(2015-11-23)
  • 재능교육투쟁, 올바른 평가를 위하여*


    강종숙|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들어가며


    지난 9월 11일, 농성투쟁 2,822일 만에 재능교육투쟁이 끝났다. 동시에 아직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기에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도 하다. 남아있는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투쟁평가일 것이다. 이 글은 바로 재능교육투쟁의 올바른 평가를 위한 것이다.

    재능교육투쟁은 투쟁주체들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그 평가 역시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이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한 문제의식의 제출, 그리고 재능교육투쟁에 대한 동지들의 생각을 모으는 실마리로써 기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능교육투쟁은(이하 ‘재능투쟁’)은 그 기나긴 시간만큼 운동진영 내부에서 말 그대로 수많은 논쟁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양상으로 전개됐다.

    ‘재능투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수많은 조직과 개인들은 이 과정에서 조직적·정치적으로, 때로는 인간적·도덕적으로까지 어떠한 입장과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난감해 했고, 입장을 피력했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고, 본의 아니게 또 다른 분란의 한가운데에 서기도 했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이하 ‘지대위’)를 구성하고 투쟁했던 투쟁주체들은 이 과정에서 종탑어용세력에 의해 “제명”, 형사고발, 민사소송 피소를 당하였으며, 종탑어용세력과 서비스연맹의 투쟁 말살 책동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하지만 이러한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공조직과 제 정치조직들은 종탑어용세력들의 투쟁 파괴 행위에 대해 애써 침묵하거나 외면함으로써 어용세력들이 제멋대로 활개를 치는 데 일조했다.

    반면에 ‘지대위’는 공조직과 제 조직들의 지지와 엄호 없이 재능교육 자본과 ‘공권력’의 탄압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재능투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와 같은 상황전개는 무엇보다 운동의 전반적 후퇴로부터 기인한다. 왜냐하면 ‘재능투쟁’의 발단, 전개과정과 그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과 원칙에 근거해 바라보았을 때 이에 대한 입장정리와 실천, 행동 역시 전혀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재능투쟁’이 온갖 추문에 얼룩진 채 그토록 기나긴 시간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기본과 원칙, 이를 공고하게 만든 관료적 조직질서, 이러한 토양 위에 기생하는 관료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조직의 무능과 타락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재능교육 자본과의 싸움을 끝내고도 아직도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으며, 여전히 ‘재능투쟁’은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객관적 현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재능투쟁’의 교훈을 올바로 이끌어내야만 한다. 이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이고, 2,822일 동안 흘렸던 수많은 동지의 피, 땀, 눈물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이며, 우리 운동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현실


    민주노조운동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도무지 민주노조운동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 지 오래다.
    언제부턴가 투쟁요구의 쟁취 여부와 관계없이 합의는 곧 “승리”라는 희한한 등식이 등장하더니, 조합원들과 교섭내용을 공유하기는커녕 산별노조와 정치조직의 주도하에 “블라인드 교섭”이라는 신풍속도가 펼쳐지고, 합의 내용조차 밝힐 수 없는 합의를 두고도 “투쟁주체들이 결정했으니 존중해야 한다.”라고 하고, 합의 내용에 복귀 후 노동조합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겨도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보수적인 법원조차 인정한 불법파견을 부정하고 현대차 자본과 함께하는 지도부와 산별노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동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쟁과 노동조합을 포기한 자들의 편에 서서 분회를 해산한 서울일반노조, 스타케미칼 동지들을 제명한 자들이 이제 구미지역에 처음으로 결성된 비정규직 노조인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민주노총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지경까지 이른 금속노조 구미지부.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재능교육지부 투쟁의 원인 제공자와 거짓 합의로 동지들을 기만한 종탑어용세력을 옹호하고 나아가 ‘재능투쟁’ 내내 자본과 경찰이 제시한 양보안을 강요하며 투쟁의 발목을 잡았던 서비스연맹 위원장 강규혁과 사무처장 이경옥…….

    이외에도 곳곳에서 민주노조라면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짓거리들을 버젓이 자행하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위원장, 본부장, 지부장 감투를 쓰고 활개를 치는 자들이 넘쳐난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노동조합 체계를 장악한 관료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와 조직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 당장은 물론 머잖은 미래에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희망조차 가물가물하다는 데에 있다. 이는 민주노조, 특히 투쟁사업장에는 재앙과 같다. 압도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에 맞서 싸우기 전에 언제나 내부의 적인 어용세력이라는 1차 관문에서 투쟁 동력을 소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 투쟁 기간 내내 이중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익히 보아온 광경


    ‘재능투쟁’ 역시 이러한 민주노조진영의 현실 속에서 악전고투해야 했다.

    ‘재능투쟁’은 2007년 당시 이현숙 집행부의 단체협약 체결로부터 시작됐다. 재능교육 학습지교사 대부분의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안을 ‘민주노조’ 집행부가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집행부의 행태에 대해 서비스연맹은 묵인하고 나아가 지지했다.

    이렇듯 ‘재능투쟁’은 시작부터 학습지노조 내부의 어용세력과 맞서는 투쟁이었고, 동시에 어용세력을 지지하는 서비스연맹의 입장과 "조직질서"를 거스르는 투쟁이었다. 또한, 투쟁 기간 내내 학습지노조의 투쟁요구와 충돌하는 재능교육 자본과 서비스연맹의 요구나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자본으로부터는 탄압을, 서비스연맹으로부터는 외면과 방해를 당해야만 했다.

    2013년, 이른바 ‘8.26합의’는 투쟁의 양대 요구 가운데 하나인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포기하는 내용이었지만 “승리”로 포장되었고, 서비스연맹을 비롯한 ‘공조직’은 변함없이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했다. 나아가 당시 5년여의 투쟁 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함께 투쟁했던 투쟁사업장과 정치조직들까지 ‘8.26합의’를 지지하거나 묵인하고 방조했다.

    이와 같은 모습은 ‘8.26합의’ 내용과 달리 2013년 12월 31일까지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2014년 7월 15일 무늬만 단체협약을 “체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재능투쟁’에서도 이미 일반화된 운동의 후퇴와 민주노조에 똬리를 틀고 있는 어용관료집단의 ‘활약’, 그리고 이들과 공생하며 눈치를 보는 정치조직들의 퇴행이라는 익히 보아온 광경이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재능투쟁’에 나타난 색다른 광경


    과거에는 어용이라고 하면 보통 자본의 꼭두각시를 의미했다. 즉 대개 자본의 조종에 따라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대가로 떡고물을 받아 챙기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언제든지 자본의 필요에 따라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자본의 하위파트너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용은 이러한 처지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투쟁요구와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방어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꾸려놓고, 적극적・능동적으로 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복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하좌우에 자신들을 비호할 세력을 구축하고 온갖 왜곡과 날조를 일삼으며 후퇴와 양보를 종용하고 이를 몸소 실천해 나가고 있다.

    ‘재능투쟁’에서 종탑어용세력 역시 이와 같은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고공농성이라는 노동자들의 최종수단을 투쟁요구 관철이 아니라 배신과 후퇴를 위해 동원했다. 농성자가 종탑에서 수시로 내려오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들과 함께하며 민주노조운동진영 전체에 흙탕물을 끼얹은 것도 모자라, 이 사실이 공개되자 진실을 은폐하는 것과 동시에 오히려 여성임을 내세우며 반격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종탑농성’ 돌입과 동시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 중심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억 원의 조합비 횡령”을 들먹이며 추문을 확대재생산하고, 열 명도 채 안 되는 종탑어용세력들이 비상총회니 조합원회의니 해가며 학습지노조를 장악하기 위한 수작에만 전념했다.

    이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종탑어용세력이 재능교육 자본과 맺은 합의는 핵심요구 사항이 완전히 빠진 것일 수밖에 없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승리”로 포장하기 위해 혈안이 됐고, 그 실상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더 큰 거짓과 악다구니로 이를 은폐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학습지노조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자들이 사활을 걸고 앞장서서 종탑어용세력을 비호하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무정형한 개인들로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여 끊임없이 악랄하게 ‘지대위’의 투쟁을 가로막으며 재능교육 자본의 이해에 정확하게 복무했다.

    또 하나, 평소에는 그럴듯한 원칙을 내세우며 투쟁을 외치다가도 막상 투쟁과정에선 노조관료들과 어용세력의 행태에 눈을 감거나, 거기에 부화뇌동하거나, 투쟁 내내 시류에 따라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 온 정치조직들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재능투쟁’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거나 노동조합에 작은 기반이라도 있는 정치조직들은 계급적 이해와 요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들 조직의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며 그 종파성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이처럼 ‘재능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색다른 광경은 기존의 어용세력과 질적으로 분명하게 다른 집단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고, 현존하는 정치조직들의 수준과 본질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줬다.


    나가며


    ‘재능투쟁’의 시작은 노동조합이 합의해 준 말도 안 되는 임금제도의 전면개정을 요구하며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노조운동의 후퇴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대위’는 ‘재능투쟁’의 의의를 설명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첫째, 재능투쟁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투쟁이다. 우리의 투쟁은 단위사업장에서 현안문제를 걸고 현장투쟁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투쟁이다.

    둘째, 학습지노조 내부의 노사협조주의 세력, 투쟁회피 세력에 맞서 싸우는 투쟁이다. 우리의 투쟁은 갈수록 '진화'하는 노사협조주의 세력, 투쟁회피 세력의 영향력을 분쇄하는 투쟁이다.

    셋째, 단위노조의 노사협조주의 세력을 옹호하며 끊임없이 양보안을 강요하는 상층 관료집단에 맞서 싸우는 투쟁이다. 우리의 투쟁은 상층 관료집단과 현장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어 그들의 영향력을 차단하여 약화시키고 현장에서부터 민주노조운동의 기본과 원칙을 복원해 나가는 투쟁이다.

    넷째, 우리 운동의 기회주의 세력들을 폭로 타격하고 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분리해 내는 투쟁이다. 기회주의 세력들 역시 그럴듯한 언변과 교묘한 외피로 무장한 채 투쟁하는 노동자들 주위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일견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 세력, 상층 관료집단과 달리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과 실천적 귀결점은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기회주의 세력은 노사협조주의 세력, 투쟁회피 세력의 방패막이가 되어 맹활약을 펼침으로써 재능투쟁이 해결로부터 멀어지는데 톡톡히 한몫을 해오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이러한 기회주의 세력을 넘어서는 투쟁이다.

    아직 ‘재능투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네 가지 의의의 성패를 최종적으로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재능투쟁’의 의의를 되돌아보며 그 성과와 한계를 분명하게 짚어야만 한다. 이를 바탕으로 끝없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원칙을 복원해 내야 한다. 도대체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내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대위’는 ‘재능투쟁’ 평가가 바로 이렇게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재능투쟁’ 평가서를 제출할 것이다. ‘재능투쟁’ 평가가 더 풍부해질 수 있도록 동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공식 블로그 주소 : blog.daum.net/jei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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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이메일 주소 : jeiou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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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정규직 최장기 농성투쟁 사업장으로 무려 2,822일 만에 농성투쟁을 끝낸 재능교육투쟁에 대한 평가를 위한 글이다. 이 글은 붉은글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으며,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강종숙 동지가 기고했다. [편집자]


    * 이 글은 2015년 11월 발행되는 <붉은글씨 4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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