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구의역
  • 조회 수: 3140, 2020-05-29 11:33:13(2020-05-29)
  • 1.jpg
    구의역


    피의 스크린 도어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시인들의 시가 
    너도 나도 적혀 있다
    적혀 있는 게 아니라 장식하고 있다

    시인이 되지 못한 시민들과 시인이 된 시인들이
    스크린 도어에 시를 적어 낼 때
    스크린 도어 하청업체 수리공의 탈출구를 알고 있었을까

    수리공의 월급이 일백사십만 원이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시 한 편이 스크린 도어에서 빛날 때
    노동자의 팔다리는 비명도 없이 절명한다.

    거기 광고판이 년간 20억이란다
    지하철 시는 스크린 도어 게재 작품으로 선정되면
    신사임당 지폐 한 장 오만 원이란다

    오만 원 짜리 시가 떡하니 스크린 도어를 막아서니
    노동자의 입이 자물쇠 구멍으로 보인다
    핏방울이 시에 튀긴다
    피를 피해 달아나는 시가 흘러내린다


    詩 ㅣ 임성용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communistleft 165 2024-02-29
notice communistleft 161 2024-02-28
90 communistleft 2551 2017-09-25
89 communistleft 2576 2017-09-19
88 communistleft 2586 2017-09-01
87 communistleft 2437 2017-08-16
86 communistleft 2818 2017-05-12
85 communistleft 4262 2017-03-26
84 communistleft 4843 2017-03-26
83 communistleft 3568 2017-03-23
82 communistleft 3319 2017-03-23
81 communistleft 4896 2017-03-20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