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피의 스크린 도어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시인들의 시가
너도 나도 적혀 있다
적혀 있는 게 아니라 장식하고 있다
시인이 되지 못한 시민들과 시인이 된 시인들이
스크린 도어에 시를 적어 낼 때
스크린 도어 하청업체 수리공의 탈출구를 알고 있었을까
수리공의 월급이 일백사십만 원이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시 한 편이 스크린 도어에서 빛날 때
노동자의 팔다리는 비명도 없이 절명한다.
거기 광고판이 년간 20억이란다
지하철 시는 스크린 도어 게재 작품으로 선정되면
신사임당 지폐 한 장 오만 원이란다
오만 원 짜리 시가 떡하니 스크린 도어를 막아서니
노동자의 입이 자물쇠 구멍으로 보인다
핏방울이 시에 튀긴다
피를 피해 달아나는 시가 흘러내린다
詩 ㅣ 임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