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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천 복간 2호」 현 시기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패권쟁투와 사회주의자의 임무
  • 조회 수: 2578, 2019-06-19 13:25:01(2019-06-19)
  • 현 시기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패권쟁투와 사회주의자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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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천


    들어가며

     

    현재, 2008년 공황에 이어 또 하나의 공황이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무역전쟁이 불붙었다. ·중 간의 무역전쟁을 기축으로 한 이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이미 2008년 자본주의 위기 이래 고조되어 온 강대국 (미국, 중국, EU, 러시아, 일본) 간의 제국주의적 패권쟁투가 이제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예를 들어 그 동안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긴장과는 다른 수준으로 세계 제국주의 패권 다툼이 전면화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강대국 간의 무력 대결이 당면한 미래에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새로운 냉전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 냉전은 미래 전쟁 처음에는 대리전, 나중에 강대국 자신들 간의 전쟁 의 서막으로 판명될 수 있다. 국제 노동자계급이 사회주의혁명으로 제국주의 지배계급을 타도하고 권력을 잡아 이것을 제 때에 막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또한 미래 전쟁 이전에 현 시기 격화되고 있는 패권쟁투 이미 그 과정에서 제국주의 지배계급들은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인민에 대한 착취와 사회적 · 정치적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군비경쟁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여기서 오는 재정 부담을 임금 · 노동조건 저하와 긴축 · 복지비 삭감 등으로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와 함께 자국내 소수민족과 이주민 · 난민에 대한 억압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반(; semi)식민지 나라들(“남반구”, “3세계”)에 대한 억압과 초과착취를 강화하고 있다. 경쟁하는 제국주의 대국들이 세력권을 확대하기 위해 반식민지 나라들에서의 혁명과 내전, 그리고 각종 지역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영유권을 앞세워 무력 위협과 군대 파견으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같은 거짓 선동 하에 반식민지 세계에 대한 군사 개입과 침략 전쟁을 상시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국주의 지배계급들(트럼프 정부, 푸틴 정부, 시진핑 정부 등으로 대표되고 있는)은 대국 쇼비니즘(배외주의)와 군국주의로 계급투쟁을 억누르고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 계급협조를 유도하고 있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과 수정주의자들

     

    제국주의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이 이 같은 자국의 배외주의와 군사주의에 유보 없는 무조건적인 반대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나아가, 이와 같이 현 시기 격화하고 있는 강대국 패권쟁투의 계급적 의미를 밝히고,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대중에게 그에 맞선 투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현대 제국주의와 현 세계정세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는 제국주의와 전쟁에 맞서 싸울 올바른 강령 · 전술을 정립할 수 없다.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우리는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과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이 이 모든 작업의 필수적 전제이며, 우선적으로 각종 수정주의적 공격으로부터 이러한 레닌주의적 관점을 방어하는 것이 우리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글로벌 초국적 자본가계급이 형성되어 더 이상 제국주의 패권쟁투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론 조류들(좌익개량주의자들, 각종 스탈린주의자들, 자율주의 그룹들)이 있다. 또 미국, EU, 일본 등 서방 강대국들이 러시아와 중국 등 비제국주의강대국들에 대항하는 공동대형을 꾸리느라 제국주의적 패권쟁투는 완화, 소멸하고 있다는 조류들(스탈린주의자들, 중도파 트로츠키주의자들)도 있다. 의도적으로든, 무심코든 이들 유파는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을 되뇌고 있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들은 강대국들이 노동자계급과 반식민지 나라들을 더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제국주의적 패권쟁투를 지양, 초월하여 서로 간에 힘을 합쳐가고 있다는 수정주의적 논리와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을 여전히 사회주의나라, 혹은 기형화된 노동자 국가라고 선언하거나, 아니면 1990년대부터는 러시아 · 중국이 자본주의 나라가 되었지만, 양국 모두 서방 열강에 의해 착취당하는 반식민지 나라라고 주장하는 등으로 자신들의 수정주의적 논리를 정당화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자국 독점기업들이 경제를 지배하고 있고, 자본주의 가치법칙의 기초 위에서 경제가 작동하고 있는 사실을 부정한다. 또 양국 모두 세계시장에 완전하게 통합되어 있고, 특히 중국의 경우 세계무역과 대외투자에서 주도적인 국가가 되어 있는 사실도 부정한다.

     

    이들 유파의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잠꼬대인지는 간단히 드러난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국이 되었다는 사실, 중국의 독점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상위 100대 기업, 또는 500대 기업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일찌감치 제치고 미국까지도 곧 추월할 기세에 있는 (2018년 미국 25.2% 대 중국 24%) 수가 포진되어 있는 사실1), 중국의 수퍼리치 자본가의 숫자 역시 미국 다음으로 압도적 2위를 이루고 있는 사실, 중국이 주요 자본 수출국이라는 사실, 경제 대국에 조응하여 중국의 군사력도 미국, 러시아에 이어 3위를 점하고 있고, 나아가 열강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군비 증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 (세계 2위의 군사비 지출국)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산업생산과 상위 500대 독점기업에서 미 · 중의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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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이들 유파는, 러시아 경제가 외국 자본이 아닌, 내국 독점체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 러시아 독점체들이 국외 투자로 상당한 초과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사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실, 러시아가 자국 내부의 소수민족과 이주민을 억압하고 초과착취하고 있는 사실을 또한 무시한다. 요컨대, 이와 같이 경쟁하는 제국주의 대국들(중국 · 러시아를 포함하는)의 존재, 그리고 세계 재분할/세력권 확대를 둘러싼 이들 대국 간의 패권쟁투가 완화가 아니라 격화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해서는, 현 시기 세계정세의 중심 모순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들 유파가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수정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이렇다. 러시아나 중국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후진적인 한 두 측면 (자본수출 관련 수치 같은)을 따로 떼어내서, 미국, 일본 등 서방 제국주의 대국들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에 제국주의 국가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형식적으로는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견지하고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즉 레닌이 당시에 영국, 독일, 프랑스뿐만 아니라 상대적 후진국인 (차르) 러시아와 일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같은 나라들도 제국주의 국가 범주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레닌 당시에 이 후자의 대국들은 명백히 영국, 프랑스, 독일에 비해 자본 수출 면에서 훨씬 뒤쳐졌고,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본을 수입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레닌은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을 환기시키며, 이 모든 제국주의 대국들 간의 차이 (금융적 독립성 정도, 경제적 선진성 정도)를 확인해주고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에 관한 노트>>에서 제국주의 대국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위계를 매기고 있다. “1. 3개의 주요한 (완전히 독립적인) 나라들 : 영국, 독일, 미국. 2. 부차적인 (1등급이지만,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은) 나라들 : 프랑스, 러시아, 일본. 3. 이탈리아, 오스트리아-헝가리.” 그러나 이러한 위계제는 두 번째, 세 번째 위계에 있는 대국들이 제국주의 국가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자체가 불균등 발전을 본질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저들 유파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자 자신들의 수정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볼셰비키는 당시 (차르)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했다고 하고, 나아가 볼셰비키가 러시아를 반()식민지로 규정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명백히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을 수정’(즉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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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국 간 역관계의 변화 :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

     

    수정주의가 아닌, 원래의 레닌 제국주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이제 우리는 현 시기 제국주의 패권쟁투가 격화하고 있는 근저에 강대국 간의 역관계에 중요한 변화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 가 진행되어 온 것을 살펴봐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은 제국주의 나라들 가운데 절대적인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점해 왔지만, 이 압도적인 우위는 독일과 일본이 재부상한 1970년대부터 이미 상대적 우위로 바뀌기 시작했다. 8,90년대에 EU의 등장과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 패권의 쇠퇴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결정적으로 2008년 세계공황을 거치면서 중국으로부터 그 패권적 지위가 강력히 도전받는 형국에까지 이르렀다. 현재 미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제국주의 대국으로 남아 있지만, 그 지위는 같은 동료들 중의 1인자정도의 지위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세계의 헌병으로서 미 제국의 정치·군사적 우위는 이제 쇠퇴해가는 그 경제적 기반과 심대한 불균형 상태에 빠져 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1차 세계대전 직전 시기의 영국 제국주의의 상대적 쇠퇴와 닮은꼴이다.

    1945년 이후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점하며 자본주의적 가치 생산의 중심부를 이루었는데, 이후 그 비중은 점점 줄어들어 2011년에는 중국에 추월당했고, 현재(2017)는 단지 17% 남짓만을 점하고 있다.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을 보여주는 이러한 추세는 세계 상위 독점기업 및 수퍼리치 자본가의 국가별 비중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미국은 이제 세계 최대 채권국에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바뀌었고, 자본수출국에서 주요 자본수입국이 되었다. 동시에 세계 무역 및 금융 결제수단으로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유로에 이어 위안, 루블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미국의 국방 예산은 지금까지도 나머지 4대국(중국, EU, 러시아, 일본) 예산을 합친 것보다도 크지만, 이 같은 군사비 지출로도 최근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패배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는 시절이 지나가버렸는데, 이는 특히 2013년 가을에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제네바에서 러시아와 협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또 비슷한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힘을 과시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헌병 노릇을 계속하기에는 힘이 (특히 경제적으로) 부친다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이며, 동시에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이 추세를 저지하고 다시 돌려놓겠다는 미국 지배계급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의 신흥 제국주의 대국으로서의 부상은 2000년대 이후 단연 세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은 2011년 이후 미국을 추월하여 자본주의 잉여가치의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세계 상위 100, 500, 2,000대 독점기업 리스트에서 차지하는 중국 기업 수는 일본, EU를 일찌감치 제치고 현재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주요 자본수출국으로서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최대 투자국 중 하나다. 이로써 중국은 반식민지 세계에 대한 초과착취로부터 상당액의 특별이윤을 전유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으로서, 미 국채 보유고를 줄여나감으로써 미 달러와는 독자적인 활동반경을 구축해가고 있다. 다른 브릭스(BRICS) 국가들과 함께, 월드뱅크와 IMF에 대당하는 글로벌 뱅크로서 신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을 설립했다. 미 제국주의의 각종 자유무역협정에 맞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과 EU (또는 독일, 영국, 프랑스)와 러시아도 제국주의 대국으로서 미·중과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미·중 가운데 한 나라와의 동맹을 통해서만 세계무대에서 제국주의적 지위를 유지, 강화해나갈 수 있다. 그들은 미중 양대 축 가운데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서는, 따라서 이 축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서는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가 없는 처지다. 그리고 어느 쪽 동맹 축에서든 지배적인 역할은 일본, EU나 러시아가 아니라 미·중이다.

    5대국 이외에도 호주, 남한, 스위스 같은 하위 제국주의 국가들이 있다. 이 나라들 모두 자국 독점 부르주아지가 지배하고 있다. 이 나라들 모두 남반구에 대한 초과착취에 참가해 왔다. 그 결과로 중간계급의 상당 부분과 노동귀족을 매수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로 자본을 축적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이들 국가가 너무 취약하여 강대국들과의 동맹 속에서 하위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통해서만 세계경제와 세계정치에서 자신의 독자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처지다. 이 하위 파트너들이 반식민지가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강대국에 착취당하지 않으며, 반대로 제국주의 세계질서로부터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득을 본다. 이를테면, 스위스와 미국 (또는 남한과 중국) 간에는 그 규모와 영향력에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모두 제국주의 국가이며, 노동자계급은 양국 간 무력충돌 시에 어느 쪽이든 자국정부와 자국지배계급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자국정부의 패전을 촉진하기 위해 투쟁하며, 이 제국주의 전쟁의 내란으로의 전화를 위해 투쟁한다.


    현 시기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과 노동운동 내 사회배외주의 세력

     

    현 시기 강대국들 간의 제국주의 패권쟁투가 격화함에 따라 제국주의 전쟁 위험을 상시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운동은 1차 세계대전 당시와 다르지 않게 점점 더 각종 사회배외주의 조류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사회주의를 자임하는 많은 조직들이 현 시기 세계 재분할/세력권 확대를 놓고 다투는 제국주의 대국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말하자면, 중국과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며), 또는 모든 제국주의 국가에 대해 일관된 혁명적 패전주의 입장을 취하기를 거부하면서 필연적으로 패권쟁투의 양축 중 어느 한 축에 기회주의적으로 영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 수정주의 경향은 다음 두 조류 중 하나로 나타난다.

     

    a) 친서방 사회제국주의자/사회평화주의자 : 구 서방 제국주의 대국들에 투항한 세력들로서 이들은 평화주의 입장을 취하여 서방 제국주의 대국들의 전쟁을 공공연하게 지지한다. 또는 이들 전쟁에 대항하는 저항투쟁을 지지하길 거부하여 결과적으로 이들 전쟁을 지지한다.(아프간, 이라크, 말리, 가자 지구 등에서). 여기에는 서구의 사민주의와 각종 ()스탈린주의 세력들(예를 들어 유럽좌파당)이 포함된다.

     

    b) 친중 · 친러 사회제국주의자/사회평화주의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개입과 중국의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적 대외정책을 지지 공공연하게든, 은밀하게든 하는 세력. 또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같은 러 · 중 제국주의의 대리인(마름)을 지지하며, 민주주의 인민봉기에 반대하는 세력. 여기에는 스탈린주의 조직들과 중도파 트로츠키주의 조직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카스트로-차베스주의 당들이 포함된다.3)

     

    1차 제국주의 전쟁 중에 레닌이 노동자운동 내 각종 사회배외주의 · 사회제국주의 · 사회평화주의 조류들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정립한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을 견지하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자만이 제국주의 전쟁과 제국주의 패권쟁투, 대국 배외주의와 군국주의에 맞서 일관되게 투쟁할 수 있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일 뿐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하에서 평화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계속일 뿐이다.) 레닌이 종종 인용했던 클라우제비츠의 이 유명한 격언은, (마르크스주의적 언어로 바꾼다면) “노동자계급은 전시에나, 평화시에나 똑같이 자국제국주의 정부에 근본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혁명가 칼 리프크네히트의 구호 주적은 국내에 있다가 현 시기에도 사회주의자(제국주의 나라의)의 구호여야 한다.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자계급은 자국지배계급의 국내 정치적 위기 무역전쟁 같은 제국주의 패권쟁투로 야기된 를 자본의 지배를 타격하고, 나아가 전복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 볼셰비키의 제국주의 전쟁을 내란으로 전화하라가 현 시기에도 사회주의자의 강령이어야 한다. 혁명적 패전주의는 전쟁이 터져야만 유효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금부터 실행해야 할 프로그램이다.

     

    현 시기에 구체적으로, 사회주의자는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적 배외주의 노동운동 내 자본가계급의 하수인인 개량주의 · 기회주의 세력들의 사회배외주의를 포함하여 에 단호히 반대한다. 사회주의자는 노동자운동 내 그 어떤 강대국 지지에 대해서도 자국의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에 대한 지지든, 외국의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에 대한 지지든 반대한다.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은 그 시초부터 노동자운동 내 사회배외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동반할 때만이 위선적이지 않은 진지한 투쟁이 될 수 있다.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은 평화시에 (말하자면 무역전쟁에서) ‘자국방어/ ‘국익옹호를 전파하는 노동운동 내 기회주의 세력과의 투쟁으로 표현된다. 이 같은 노동운동 내 사회배외주의와의 투쟁이 없는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이란 있을 수 없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과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의 기초 위에 발 딛고 서 있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는 언제나 이들 기회주의 세력을 노동운동 내 부르주아지의 하수인으로 규정해왔다. 현 시기 가속화되고 있는 강대국 패권쟁투와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에서 이들 기회주의 세력이 취하고 있는 태도와 전술은 주로 다음 세 가지 거부로 요약된다.

     

    ) 현 시기 강대국 패권쟁투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세계 재분할/세력권 확대를 둘러싼 쟁투, 반식민지 세계에 대한 초과착취를 둘러싼, 노획물 분배를 둘러싼 쟁투임을 부정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인정하길 거부한다.

     

    ) 제국주의 침략자와 그들의 현지 대리인에 대항하는 피억압 인민의 민족해방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을 지지하길 거부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공산당은 아프간 침공, 말리 군사개입 당시 자국 정부의 전쟁 수행을 지지했다. 러시아의 스탈린주의 조직들은 시리아에서 푸틴 정부의 전쟁 수행을 지지했다. 이들 스탈린주의 조직들과 중도파 트로츠키주의 조직들은 시리아의 민주주의 인민봉기를 비난하고 러시아 제국주의의 대리인 아사드 독재정권의 편을 든다.

    제국주의 강대국의 패배를 위해 피억압 인민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의 불가분의 일부다. 피억압 인민의 해방투쟁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 없이 강대국에 반대한다는 것은 잘해야 순수관념적 반제국주의이고, 최악으로는 감춰진 사회제국주의. 한편 모든 강대국에 대한 반대 없이 이 또는 저 해방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한 제국주의 진영에 반대하여 다른 한 제국주의 진영의 편에 서게 되는 위험을 수반한다. (그에 따라 해방투쟁 세력을 이 또는 저 강대국의 대리인으로 탈바꿈시킬 위험을 또한 수반한다).

     

    ) 이주민 평등권을 일관되게 지지하길 거부한다. 또 난민 국경개방을 위해 투쟁하길 거부한다. 예를 들어 집권당으로서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난민을 되돌려 보내는 EU신속송환 프로그램을 지지했다. 영국공산당과 중도파 조직들은 이주민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사회배외주의적 캠페인(“영국 일자리를 영국 노동자에게!”라는 구호 아래 벌인 파업 같은)을 지지했다.

    지난 20년 간 제국주의 나라들에 이주민이 대규모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로 제국주의 대도시의 주민 구성에서 이주민 (2세대, 3세대 자손들까지 포함하여)이 점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들 이주민은 제국주의 나라 내부의 소수민족처럼 초과착취 받고 있고, 제국주의 나라 노동자계급의 유의미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을 보다 더 긴박하게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실제로, 현 시기 이주민 · 난민 정책에 대한 태도는 전시에 진보적 조직이 제국주의 전쟁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주민 · 난민에 대한 배외주의적 증오와 차별, 배제에 맞서 이주민 · 난민의 완전한 평등권과 국경개방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와 모든 나라로부터 온 피억압자의 국제적 단결을 이루어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노동운동 내 사회배외주의 세력과의 투쟁은 혁명적 패전주의 전술에서 그 불가분의 구성부분이다.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이 전시에서뿐만 아니라 현 시기 격화하고 있는 제국주의 패권쟁투에서도 전술로 구체화되는 것은 바로 이 사회배외주의와의 투쟁에서다. ‘국 옹호 논리로 노동자들을 계급협조로 몰아가는 노동운동 내 사회배외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동반하지 않는 혁명적 패전주의는 실제의 패전주의가 아니라 입으로 하는 패전주의, 순수관념적 패전주의다. 레닌은 사회배외주의를 노동운동 내 기회주의의 완결판이라고 불렀다.

     

    사회배외주의란 현 전쟁에서 조국 옹호사상을 주창, 전파하는 것이다. 이 사상은 논리적으로 볼 때, 전쟁 중에 계급투쟁의 포기로, 전쟁공채에 대한 찬성투표로 이어진다. 실제로 사회배외주의자들은 반프롤레타리아적, 부르주아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옹호하고 있는 것은 외국의 억압에 대해 싸운다는 의미에서의 조국 옹호가 아니라 강대국의 하나로서 식민지를 약탈하고 타민족을 억압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노동운동 내] 기회주의를 사회배외주의로 변형시켰으며, 기회주의자들과 부르주아지 간의 은밀한 동맹을 공공연한 동맹으로 탈바꿈시켰다...

    기회주의와 사회배외주의는 동일한 경제적 토대를 갖고 있다. 특권을 갖고 있는 소수의 노동자층과 소부르주아지의 이익이 그러한 토대인데, 이들은 자국부르주아지가 타국을 강탈해서 얻은 이윤의 일부 부스러기를 누릴 권리와 지배 민족으로서의 지위에서 오는 특권을 옹호하고 있다.

    또한 기회주의와 사회배외주의는 동일한 이데올로기적 · 정치적 내용을 갖고 있다. 계급투쟁 대신에 계급협조, 혁명적 투쟁방법의 포기, 혁명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의 혼란을 이용하는 대신에 혼란에 처한 자국정부를 돕는 것 등이 그것이다.”(레닌, <<사회주의와 전쟁>>)

     

    현 시기 남한에서도 노동운동 내 사회배외주의 세력은 한반도 평화슬로건 하에 자국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협을 지지하며 남한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와의 계급협조로 노동운동을 몰고 가고 있다. 경협이란 것이 독점자본의 북한 진출을 통해 값싼 노동인력을 초과착취하고 원료자원을 약탈하고 북한을 금융적 종속의 그물망에 얽어매서 완전히 반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의 일환임을 모를 수가 없음에도 말이다. 사회배외주의 세력은 반제를 말하지만, 이 반제는 자국의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반제, ‘자국의 제국주의 부르주아지와는 싸우지 않는 반제다.

    사회배외주의 세력은 또 미·중 패권쟁투에 대해서도 미 제국주의의 중국 사회주의 봉쇄 전략을 둘러싼 다툼으로 규정하여 중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정하고 제국주의 패권쟁투에서 일방을 지지하는 사회제국주의로 빠져들고 있다. 사실상 이들 사회배외주의자들은 미·중 제국주의 패권쟁투에서 중국의 노동자계급에게 조국 옹호사상과 배외주의를 전파하며 자국제국주의 지배계급을 지지하라고, 그리하여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과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대의를 배반하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맺으며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은 노동자계급에게 전시든, 평화시든 자국의 제국주의 지배계급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다. “주적은 국내에 있다!”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자계급은 자국지배계급을 주적으로 하여 제국주의 반대, 전쟁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

    현 시기 제국주의 패권쟁투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제국주의 나라의 사회주의자는 자국의 배외주의와 군국주의에 맞서 싸울 뿐만 아니라, 동시에 노동자들 속에서 남한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사회배외주의의 배반자적 본질을 폭로하고 대중을 혁명적 패전주의 쪽으로 전취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또 평화주의적 환상 유포에 맞서 싸우며, “제국주의 전쟁을 사회주의를 위한 내란으로 전화하라!”는 레닌의 반전 강령에 확고히 발 딛고서, 현 시기 제국주의 패권쟁투 격화 속에서 야기되는 지배계급의 국내 정치적 위기를 이용하여 계급투쟁을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와 피억압 인민의 국제적 단결로 모든 제국주의 강대국(미국, 중국, EU, 러시아, 일본)에 반대하여 투쟁하자!

     

    주적은 국내에 있다! 세계 무역전쟁을 자국지배계급에 대한 계급투쟁 강화로 전화시키자! 제국주의 전쟁을 혁명적 내란으로 전화시키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사회주의혁명 만세!



    <주>


    1. 1) 수정주의자들은 중국의 국유기업은 이윤 획득을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으므로 자본주의 독점자본에 포함될 수 없고, 따라서 중국은 자본주의 · 제국주의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서도 수정주의자들은 레닌의 국가독점 자본주의테제를 부정한다. 그리고 이미 중국의 국유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복지수당 폐지를 단행하여 착취 강화와 이윤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서방의 자본가들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들이 내는 연간 세계 상위 독점기업 리스트(“글로벌 포춘 500” 같은)에 수많은 국유기업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2. 2) 사실, 이 수정의 원조는 1930년대 스탈린의 저 악명 높은 이론’, 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제국주의가 아니라 반식민지였다고 선언한 이론이다.(<<소련공산당사 (볼셰비키) : 소교정>>) 1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과 볼셰비키 당이 제국주의 대국들 간의 전쟁에서 교전국 각국의 노동자계급은 자국정부의 패전을 촉진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혁명적 패전주의)고 호소하며 러시아의 패전을 위해 투쟁했던 것을 다 뒤집은 것이다. “1917년 이전의 러시아”, 1차 대전 당시의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라 반식민지이므로 러시아의 노동자계급은 자국 정부의 패전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조국방위를 위한 투쟁(민족해방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닌의 제국주의 이론에 대한 스탈린의 수정주의가 사실상 당시 플레하노프, 멘셰비키, 나로드니키(에스에르) 등의 사회배외주의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귀착되고 있다

    3. 3) 혁명적 패전주의 강령을 형식적으로는 인정하지만, 반식민지 세계에서 (제국주의 침략자의 패배를 위한) 민족해방투쟁 지지를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제국주의적 경제주의자를 여기에 세 번째로 추가할 수 있다. 서방의 구 제국주의 대국들뿐만 아니라, 중국 ·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국주의적 성격을 인정하지만, 제국주의와 그 대리인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혁명과 반제국주의 투쟁을 제국주의 대리인들 간의 분쟁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기권주의 입장을 취하는 중도주의 그룹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4. 또 제국주의 시대에는 제국주의 전쟁 이외에는 가능하지 않으며, 민족해방 전쟁은 곧 제국주의 전쟁으로 전화된다며, 반식민지에서의 모든 투쟁을 제국주의 대리전으로 규정해버리는 좌익유아적 경향도 여기에 포함된다.   


    <편집자 주>

    이 글은 토론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싣게 된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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