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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저미도록
임성용
잊지 마라
사랑은 빗방울 같은 것
내가 이 땅 위에 한 방울 빗물로 떨어져
코뮤니스트의 이름으로 스며들기 위하여
오로지 그 하나의 신념을
사상과 실천으로 펄펄 담금질하기 위하여
나는 내 몸을 거침없이 달구는 풀무가 되고자 했나니
나는 이미 부박한 삶을 떠난 내 영혼이
가장 가까운 지척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안다
사무치게 안타깝지만 조금은 빨리 돌아가
회호리바람 같은 청춘을 여기, 내려놓고
붉은 가슴 붉은 글씨에 새겨진 혁명의 씨앗을
내 육신의 마지막 핏줄 속으로 흘려보내고 간다
저주받은 노동의 대지에 뿌려진 피와 땀들이
세상의 모든 선과 악으로 부딪쳐 싸울 때
나는 가슴이 저미도록 못다한 내 노래를 부르리라
오늘, 내가 고요하게 잠든 노을빛으로 사라져도
내가 맞선 적들은 여전히 나를 밟고
욕창처럼 욱쑤시는 뼈마디에 투쟁의 노래 그치지 않고
나는 사랑하는 계급과 동지와 혁명의 숨통을 끌어안고
환한 웃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되돌아오리라
날마다 나는 다시 태어나 내 앞의 일생을 마저 살고자
나를 찾아 내가 내일, 낯선 사람처럼 걸어온다면
아! 나는 얼마나 가슴이 저미도록 기쁠까
어머니시여, 아내와 아들과 누이들이여
벗들이여, 눈물겹게 보고픈 사람들이여
내 끈질기게 빛나던 눈동자와 열렬한 음성을 기억해다오
살다 살다 언젠가 나는
덧없이 잊혀지는 내가 못견디게 그리워지면
나는 터벅터벅 나를 찾아와
가슴이 저미도록 내 이름을 부리리라
마음이 애달픈 친구여
차마 나에게 작별을 고하려거든
너는 끝까지, 가슴이 저미도록 살다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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