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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3호] 우리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모두 담아내는 카메라를 든 사람 영상활동가 [김수목 동지]
  • 조회 수: 8122, 2013-09-14 23:26:39(2013-09-14)
  • [인터뷰]

    우리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모두 담아내는
    카메라를 든 사람 영상활동가
    김수목 동지

     

    정현철


    누가 시켜서 누구의 부탁을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투쟁의 현장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아내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내는 사람들, 렌즈로 담아내는 모습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면 주저 없이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직접 뛰어들기도 하는 사람들. 영상활동가를 만나 보았다.

     


    Q. 오랜만이다.  근황은 어떠한가?


    A. 요즘은 2007년부터 촬영했었던 GM대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다큐멘터리 편집을 하고 있고, 청소년, 노인, 이주노동자들의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수목1.jpg

    Q. 동지와 같은 사람을 구체적으로 영상활동가(비디오액티비스트)라 부르는데, 그렇게 호명한 지 오래되진 않았다. 영상활동가는 정확하게 무엇인가? 단체에서 역할을 맡아 하는 것과 전업적으로 하는 영상활동의 차이는?


    A. 내가 생각하는 영상활동가는 영상을 통해 발언하고 세상과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는지 여부는 상관없는 것 같다. 다만, 단체에 소속 되어 있다면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영상을 통한 다른 활동들이 더 있지 않을까 싶다.


    Q. 그럼 영상활동가에 대해 조금 더 물어보자. 언젠가 인터뷰에서 ‘흐름을 같이 하지만 주체가 되지 못해 소외된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걸 본 적 있다. 지금은 어떠한가?


    A. 지금은 현장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현장에 결합하고 있을 때는 솔직하게, 투쟁에 결합하지만 한 발짝 물러선 관찰자가 될 수밖에 없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 이런 제안을 해도 되나?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주체가 아니니까 라며 마음을 닫거나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건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런 감정도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Q. 영상활동가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가?

     

    A. 예전에는 단순히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람들 정도의 반응이었다면 현카(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가 만들어진 이후 영상활동가의 고민과 활동을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형성된 것 같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분들을 만나면 현카에 대해서 질문도 하시고, 요즘은 뭐 찍냐, 힘들지 않냐 등 영상활동가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Q. 동지의 작업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다. 영상을 촬영해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가? 대중들은 영상과 어떻게 만나는가?

     

    A. 예전 노동넷에서 활동할 때는 투쟁 현장을 촬영해서 속보 형식으로 올려 내용을 공유했다면 GM대우 이후에는 현장의 속보성 영상보다는 좀 더 깊이 투쟁하는 사람들과 현장의 분위기, 환경 등을 살피고 느끼고 담아보고자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만들어진 영상들은 투쟁 당사자들의 집회 현장에서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인터넷(유튜브)이나 영화제 등을 통해서도 선보이고 있다.

     

    Q. 동지의 영상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A. 내용에 대해 공감해 주기도 하고, 거친 영상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실 그런 지적들은 여전히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Q. 영상활동가의 영상이 대중들에게 정치적 또는 계급의식면에서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A. 영상활동가는 당연히 영상을 통해 연대를 하는데, 이러저러한 투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일반 사람들에게는 정보 전달이 될 수도 있겠고 투쟁의 주체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영상활동가는 본인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영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영상의 성격과 주 관람층이 달라지는데 그래서 때로는 투쟁 주체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필요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Q. 위의 측면에서 영상활동의 한계는?

     

    A. 영상활동가는 투쟁현장에 한 번 갔다가 취재하고 끝인 사람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쟁현장과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하려는 사람들이다. 촬영을 해도 현장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 바로 편집하지 못하기도 하고, 내가 현장에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현장을 계속 지키기도 한다. 영상의 질적인 면에서 방송국 등에서 만들어지는 영상과 차이가 나기도 하고, 내용 전달 면에서도 영상활동가는 투쟁의 주체들과 생각이 비슷하다 보니 친절한 영상이 못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일반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었을 때 방송에서 만든 영상보다 오히려 다가가지 못함을 느낄 때 영상활동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나는 어떤 사람이지? 투쟁을 하는 주체인가? 영상만 찍는 사람인가? 등의 자기 정체성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영상활동의 한계를 느꼈던 것도 같다.

     

    Q. 숲속홍길동 동지의 죽음 이후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을 만들었다. ‘현카’의 최근 상황은 어떠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현카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는데, 투쟁의 주체와 연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상활동가들이 함께 만든 단체이면서 모임이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무엇이라도 해보자 해서 만들어졌고, 기륭의 현장을 지키셨던 고 김천석님과 투쟁현장이면 어디든 달려가셨던 고 숲속홍길동(이상현)님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모아졌고, 현실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교육, 공연 등을 기획하기도 했고 현재는 서울 외 지역의 미디어센터와 함께 현장을 지키는 영상활동가들에게 제작지원을 해주어 밀양 송전탑 투쟁이나 대한문 쌍차 투쟁의 영상활동가들이 장비, 진행비 등의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Q. 현카의 제1회 영상활동가 제작지원에 뽑혔다. 축하하고~ 소감은?

     

    A. 많이 쑥스럽고 민망하다. 함께 받은 두 팀은 현재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난 투쟁이 끝난 이후 편집한다는 이유로 GM대우 및 다른 현장을 거의 가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 편집을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Q. 동지에 대해 좀 더 물어보자. 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 햇수로 10년이 되었고, 현카의 제작지원을 받은 건 그간 당신의 활동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건데, 지난 10년을 반추해본다면 어떠한가.

     

    A.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어 올라왔는데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였다.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배웠고, 미디어교육이라는 또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때론 힘들게 때론 즐겁게 보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영상을 마무리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Q. 그럼 솔직한 질문 하나 더, 동지의 활동은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아니다. 아니 빈곤과 겨우 먹고사는 경계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물어보자. 영상활동과 배고픔의 경계가 닥칠 때 동지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방법을 생각해본 적 있나?

     

    A. 먹고 사는데 지장 많다. (웃음) 영상활동을 통해서는 거의 수입이 없고 한 번씩 알바로 하는 촬영이나 편집, 미디어교육 등을 통해 생활비는 충당한다.
      안정적인 활동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말할 텐데, 조직이나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긴 할 터이지만 아직 어디에 소속되어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고 싶다고 다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웃음)

     

    Q. 인터뷰하느라 고생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A. 앞으로는 다큐멘터리 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 그래서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GM대우 비정규직 작품 편집이 끝나면 전국 여행을 해보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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