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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4호] 기획특집Ⅰ 새로운 주체와 새로운 운동의 창출을 위해 : 기성 운동을 넘어서는 운동 인터뷰 - 하나
  • 조회 수: 7876, 2015-01-20 20:25:15(2014-07-28)

  • 기획특집Ⅰ ‘새로운 주체와 새로운 운동의 창출을 위해’

    기성 운동을 넘어서는 운동, 비정규, 비주류, 비공인, 소수자, 활동가 인터뷰 - 하나






                                                                                                                                             [인터뷰이] 김정도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 그리고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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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현재 모든 운동이 잘되지 않은데, 왜 운동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십니까?


    A. 하던 것을 그대로 해 와서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했으면 모두 바꿔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바꾸려는 결의부터 있어야 하는 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꾸 옛날을 재현하려고만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도 87, 96년을 되새기는데, 벌써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40, 50대 활동가들이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데, 이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망했다고 생각합니다.




    Q.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 상황에 생존권 위협과 민주주의 후퇴 속에서도 대중들은 왜 행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A. 우선 목적의식을 가진 활동가들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중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행동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이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조직이나 활동가들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결의나 희생만이 요구되고,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반적인 운동의 퇴조와도 연관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전반적으로 운동이 퇴조하는 상황에서 동지가 지금 하고 계신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퇴조하다 못해 이제는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어쩌겠습니까. 해야죠. 사실 힘이 빠집니다. 잘 되는 것도 없고 방법을 찾아야죠. 여기서 그만두면 저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겠죠. 전반적으로 무너지고 해체되는 상황을 끝까지 보고 난 다음에는 재건하거나 수습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여기서 그만두면 영원히 노예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저 스스로는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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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동지가 현재 하는 활동(운동)은 과거 운동의 연속선상에 있습니까? 전혀 새로운 운동입니까?


    A. 저 자신의 활동은 과거 운동을 연속해서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 과거를 비판하고, 선배를 비판하지만, 아직 여기서 벗어날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지향하지만, 구체적으로 학습이든 실천이든 이론이든 부족해서 아직은 과거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만약 과거 운동의 연속이라면 낡은 운동과 새로운 운동이 어디에서 부딪치고 있나요?


    A. 과거의 운동이 낡고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 하더라도 아직 새로운 것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전망한 대로 갈 수 있을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주저하게 됩니다. 다들 새로움을 이야기하는 데 아직 제가 신심을 갖고 구미를 당길 만한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Q. 그것이 생각에 머물고 있습니까? 행동에서 이미 새로운 행동과 낡은 행동이 부딪치고 있나요?


    A. 근본적인 세대교체나 물갈이가 없는 상황을 탓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낡은 행동과 새로운 행동이 모순적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낡은 행동이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의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기본도 안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Q. 맑스주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계급의식이란 무엇인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비밀외교는 반동의 정치다. 혁명의 정치는 항상 대중에게로 향하고 비밀정치를 뿌리 뽑는 것이다. (조직)내 문제들에서도 당은 항상 널리 공개한 채 토의하라. (이것은 물론 합법적인 시기에만 해당한다.) 당내 비밀외교는 해롭다. 자신의 의견을 감추는 사람은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다. 반대로 혁명의 대의를 전술의 기여에 복종시키는 사람도 그러하다.”

     

    동지가 활동하는 공간에서 조직(활동가) 내부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공개적이고 대중을 향한 토론,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공개적이고 외부로 향한 활동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활동하는 부분들이 워낙 고립되어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식상한 대답인데, 기본이 갖춰져 있어야 외부를 향하는데 제가 저만의 정체의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을 향해 영합하는 대중영합주의나 저들이 말하는 대중정치가 아니라면, A라는 것을 가지고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 A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이 질문을 놓고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아직 질문할 단계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Q. 계급의식은 학교수업, 강좌에서와 같이 명제[교리]체계로서 대중에게 주입되지 않으면, 오히려 대중의 경험에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운동의 퇴조 속에서 대중들이 일상과 투쟁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오히려 계급의식의 발전에 해로운 경험들이 많은데, 동지가 활동 (투쟁) 과정에서 경험한 것 중에 계급의식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례와 해로운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제가 경험했던 중에 학생운동을 할 때 총장실 점거투쟁이 있겠죠. 확 불타올랐다가 폭삭 말아 먹었으니까요. 그 투쟁 속에 두 가지가 병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망해가고 있었고, 실제로 그 이후에 망했는데, 폭발적으로 달아 오는 분기점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한 번 큰 투쟁 있고 가라앉은 그 시기에 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고 해로움이 되고 둘 다 한 사례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해로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 투쟁을 거치면서 잠깐 손을 놓던 적도 있었고, 같이 했던 동지들이나 선후배들이 떠나가기도 했고, 인연을 끊기도 했고 저는 그 투쟁이 지금 저 자신을 형성하는 데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학교 내에서는 나름의 선동선전을 경험한 것이니까요.

     

    그 속에서 잘한 점은 더 잘하고, 그때 왜 못했을까 반성하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절반은 이기고 절반은 졌다고 평가하는데 결론은 졌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소송을 걸어서 퇴학투쟁이 이겼지만 남은 게 없어서 졌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저의 올곧은 신념과 원칙이 남았으니까 그 측면에서 보면 이긴 것이고 평가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국면에서 전략 전술적인 판단이 있었는데, 만약 다르게 판단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만약 당시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더 성장했기 때문에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러저러한 시도를 해 봤을 것이고, 좀 더 잘할 수 있었겠죠.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그 경험이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혁명의 운명은 항상 광범위한 비정치적 대중이 결정하며, 혁명적 에너지는 일상의 작은 것들 안에도 있다고 하는데, 동지의 활동은 이러한 대중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지금은 영향을 못 미치더라도 이후의 계획은?


    A.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적으로 지금 당장 가시화 할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할 수 있는 사례들에도 있고, 제 투쟁으로 없어질 학과를 막아낸 경험이 있는데, 그 학과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이 어디서 제 번호를 알았는지 전화를 해서 뜬금없이 선배 덕에 입학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기도 했는데, 자그마한 경험에서 내가 투쟁을 헛되이 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운동 안에서의 어찌 보면 자그마한 경험에서도 그러할진대, 드넓은 투쟁의 광장에서는 그런 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지배계급의 탄압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대중행동의 분출을 억누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 운동사회 내부문제로 운동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 철도파업과 민주노총 침탈 - 총파업에서와 같이 자본가들의 탄압은 오히려 투쟁 의지를 상승시키는데, 상급단체와 운동사회 내부가 오히려 대중의 투쟁 의지를 꺾어놓고 있다." 라는 말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운동단체(사회)가 대중행동을 억누르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본인들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감당 못 할 정도로 투쟁이 커지거나 투쟁이 꼬여버리거나. 철도 같은 경우는 지도부가 예상한 것보다 커진 것이죠. 쉽게 얘기해서 관료들이 그어놓은 선을 넘은 것이죠.


    또한, 재능투쟁과 관련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습니다. 특수고용직 재능투쟁만 봐도 서비스연맹에서 2011년 쓰레기 중재안을 냈을 때 (특수고용직 노동자 기본권과 완전히 배치된 안인데) 그 안을 거부하고 싸운다는 것이 거의 전무후무한 정도로 엄청난 결단이었죠. “감히 우리말을 안 들어인데, 실제 감히 그것을 넘어섰으니 상급단체든 조직이든 단체든 밉보인 것이죠.




    Q. 활동가들의 빈곤과 개인적 갈등들은 종종 활동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개인 문제로 내버려두지 말고 운동사회(조직)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 되죠. “나 힘들다이때 얘기를 잘 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안 되고, 모두가 좀 여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쉬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쉴 틈이 없으니까, 활동을 그만두거나 죽음을 택하거나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조직이나 개인 모두 운동의 과정에서 실수하는데, 실수할 경우 기본 단위에서뿐만 아니라 중앙 단위에서도 교정이 이루어져야 운동이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실수의 원인을 개인이나 하부단위로만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동지가 중앙단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면(현재 또는 미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그것은 사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안에 따라서 덮을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제가 중앙에 있다면 꼬리 자르기가 아닌 그 사람을 제명해야죠. 원칙에 맞게 해야죠. 이 얘기를 하기에 앞서 무너지는 것을 넘어서 해체되는 상황에서 시스템의 문제 조직 전반의 문제로 확산시켜야죠. 그런 분위기조차 형성이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느 조직을 지도하는 입장이라면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상황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노위 당시 상황에 대해 해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관련 문건들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결론은 해산하는 것이 맞았다고 봅니다.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합니까?




    Q. 어려운 질문에 답변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동지와 운동의 미래에 대해 간단히 질문하고 마칩니다. 지금 당장 동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A.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 자신에 대한 여유로움과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고, 같은 맥락에서 정치적 전망을 세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빈 머리 뜨거운 가슴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당이 있어야 하는데...... 노동당, 노동자계급정당 이런 정당 말구요......




    Q. 10년 후 동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A. 10년 후에는 제가 서른 중반 인데 계속 운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핵심은 비정규직 운동이기 때문에, 최근 1년 정도 제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최근에도 여러 단체에서 상근을 제안했는데, 상근활동가부터 하지 않고 현장에서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PS. 동지는 10년 후에 어떤 동지들과 함께하고 있겠습니까?


    A.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제 수준과 역량이 깊지 않아서요. 다만 지금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과 오랫동안 같이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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