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붉은글씨] 3호를 발간하며
  • 조회 수: 9418, 2015-12-18 15:36:41(2015-08-27)
  • [붉은글씨] 3호를 발간하


    민주노총의 1차 총파업이 끝났다. 한상균 집행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하지만,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 내외부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총파업의 선봉이 되어야할 전교조, 공무원노조, 금속대공장 정규직등 조직노동의 중핵의 참여는 형식적인 선을 넘지 못했다. 5월 1일 밤, 집회 참가자들은 밤새 치열하게 싸웠지만 함께 남아서 싸운 민주노총 조합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일주기를 맞은 세월호 투쟁은 메이데이를 거친 이후 오히려 가라앉는 국면이 되었다.


    울산에서 총파업 집회는 이경훈 현대차 집행부의 폭력으로 얼룩졌다. 폭력 사건 이후 이경훈 집행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너도나도 이경훈을 어용이라 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그에 대해 징계 조처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경훈은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폭력사건으로만 징계를 받는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다. 이경훈 집행부는 이미 8·18 합의로 징계 받았어야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성명서 한 장 외에 아무 조처도 하지 못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을 총파업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국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산토끼도 집토끼도 다 놓친 격이다.


    8·18 합의를 암묵적으로 추인해준 금속노조 집행부는 또 어떤가. 단지 때리지 않았을 뿐 항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슷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최근 기아자동차 김종석 집행부는 이경훈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일부 하청노동자들의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보수적인 법원에서조차 인정한 불법파견 판결을 무시하는 행태였다. 그들이 비정규직을 희생양 삼아 통상임금 교섭에서 좀 더 많은 떡고물을 얻어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사측에게 불법파견의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민주노조 운동의 성과이자 대표체라는 민주노총은 이미 몇몇 상급단체까지 어용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눈치 보기 급급할 뿐 공식 질서 내에서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폭력사건은 기존 운동질서가 그동안 상급단체들과 대규모 정규직 노조의 어용 행위와 반노동자적 작태들에 대해 눈을 감고 침묵해온 결과일 뿐이다. 이런 상황은 현재 조직노동운동의 문제가 비단 몇 사람의 어용세력과 관료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성찰과 원칙의 확인, 그리고 이로부터 새로운 운동을 다시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1차 대전이 발발한 후, 유럽의 모든 사회주의 세력들이 애국주의의 광풍에 휩쓸려가고 있을 때, 제2인터내셔널로 대표되는 기존의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이 전반적으로 파산하고 붕괴하는 시기에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극소수의 좌익들 ― 즉, 독일의 로자 룩셈부르크 지지자들과 좌익 공산주의자들, 러시아의 볼셰비키와 트로츠키주의자 등 ― 이 시대의 유행에 반해서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고자 침머발트에 결집했다. 이 운동은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인터내셔널, 코민테른의 건설로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혁명적인 좌익은 모두 침머발트 좌파로부터 시작했다.” - [붉은글씨] 창간호 발간사 중 -


    창간호에서 우리는 “[붉은글씨]의 창간을 통해 새로운 침머발트 좌파 경향을 창출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운동과 결합하고자 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의지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대다수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전쟁 찬성으로 돌아섰을 때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한 원칙적인 사회주의자들이 침머발트 좌파로 결집하여 새로운 공산주의 운동의 싹이 되었던 것처럼 선거주의·민족주의·조합주의·노동자주의에 경도된 경향들과 단절하고 새로운 혁명적 경향을 창출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3년이 흐른 지금 이러한 흐름은 보다 실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호의 특집에서 다룬 재능교육 투쟁과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투쟁, 그리고 이번호에 다루지 못했지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는 오늘날 민주노조 운동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또한 쟁점에서 다룬 노동자연대·대학문화 성폭력 사건은 한국의 정치조직과 운동사회가 얼마나 성폭력사건의 운동적 해결에 무능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실천에 무관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대다수 운동진영은 기존 운동질서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이 사건들에 대해 불명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붉은글씨를 만들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붉은글씨]가 제기했던 새로운 침머발트 좌파의 결집이라는 정신은 이러한 실천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침머발트 좌파에 볼셰비키를 비롯해 멘셰비키 좌파, 트로츠키 지지자, 로자 룩셈부르크 지지자, 미래의 좌익공산주의자 등 다양한 입장들이 있었듯이 우리는 [붉은글씨] 역시 이러한 실천적 경향 내에 여러 입장들이 논쟁하고 교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붉은글씨]는 국제코뮤니스트전망과 사회주의노동자신문 두 단체가 공동으로 발간해 왔다. 하지만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두 단체의 공동사업이 아니라 [붉은글씨]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개인들의 모임으로 발간 주체를 전환하려 한다. 이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실천적으로 계급적 원칙을 견지하고자 하는 많은 동지들을 만나려고 한다. 새롭게 재탄생할 [붉은글씨]와 ‘붉은글씨를 만드는 사람들’이 혼돈과 무원칙이 난무하는 운동의 혼탁한 현실에 새로운 주체들을 형성하는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2015년 5월


    붉은글씨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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