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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5호]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조회 수: 8315, 2017-08-14 21:35:00(2017-08-14)
  •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의 처음. 어두운 화면, 심장병 환자 다니엘(데이브 존스)이 질병 수당을 심사받는 화면으로 시작한다. 영국 복지 행정 담당자의 기계적이고 권위적인 질문 속 다니엘은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에게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 1995년 작)으로 잘 알려진 80세의 켄 로치 감독은 자본주의 영국 사회의 답답함에 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들 수밖에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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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제.  영화는 목수로 일하던 다니엘이 심장병을 얻어 질병 수당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하고 대신 구직 수당을 신청하게 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을 복지의 주체 처지에서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수당을 신청하러 간 복지 상담 센터에서 런던에서 일자리를 잃어 두 자녀를 데리고 뉴캐슬로 온 케이티를 보게 된다.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의 외주업체는 시간과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말로 부당한 업무처리에 항의하는 케이티를 밖으로 쫓아낸다. 센터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지켜보기만 한다. 기다리던 다니엘은 다음 차례의 사람에게 양보를 얻어내지만, 어느 곳에서도 분노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고요하다. 그나마 어려운 경제에도 안정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통제방식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경찰의 통제선을 넘지 못하는 시위대, 어떠한 폭력도 안 된다며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들 과연 우리는 케이티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난과 자존심.  다니엘의 도움에 자기 집에서 먹을 것을 함께 나누던 케이티가 식료품 보급소에 가서 보인 행동은 우리의 가슴을 울컥하게 하였다. “너무 배가 고파 그랬어요.” “죄송해요” 그리고는 가게에서 생리대를 훔치다 경비원에게 적발되어 홀에서 보이는 눈물. 딸에게 낡은 신발과 식표품 보급소에서의 엄마 행동을 두고 학교 친구들이 놀린다는 소리를 듣고 경비원의 소개로 만난 성매매 업자. 결국 케이티는 그곳에서 일하게 되고 다니엘은 케이티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케이티를 찾은 다니엘은 안타까워하고, 케이티는 수치심을 느끼며 서로의 관계에도 금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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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3주년이 된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 집주인에게 남긴 “죄송합니다.” 또 얼마 전 공사장에서 얻은 부상으로 집세를 내지 못하다 자살한 분이 남긴 유서 “죄송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가난과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영국과 한국 사회 모두 개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떠넘기고 있다.

    한국의 복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복지 주체들에게 소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이 사회의 복지 관료들은 복지비용을 줄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모든 방법을 이용해 당연히 복지를 누려야 할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쳐 포기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 세계이며, 자본주의는 경제 공황은 계속되고 있고, 위기 속에서 노동력은 남아돌고 생산물은 팔 곳을 잃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체제의 한계 상황이라서 복지의 문제는 체제의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 가족.  딜런이 물고기를 사포로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다니엘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먼저 간 몰리의 이야기를 한다. 좁은 곳에서의 생활로 산만해진 딜런이 다니엘을 만나며 다시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 사회의 양육 문제가 양육자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느끼게 해준다. 먼저 간 몰리는 자본주의의 대량생산과 이윤추구를 위한 축산 때문인데, 그것은 몰리 뿐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와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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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  이 영화에서는 많은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다니엘과 케이티 사이의 관계는 삭막한 영국 사회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따뜻한 사이다. 그러다 케이티의 직업 선택으로 관계가 멀어지지만, 케이티의 딸 데이지가 다니엘을 찾아가 마음의 문을 닫은 그를 바꿔 놓는다. 데이지는 다니엘에게 “우릴 도와주셨죠?” “저도 돕고 싶어요.” 라고 말한다. 다시 그는 케이티의 팔짱을 끼고 질병 수당의 항고 결정을 보러 간다. 이 장면을 통해 다니엘도 케이티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결정을 보지 못하고 만다. 켄 로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다니엘 전기가 끊긴 집에 사는 케이티에게 전기요금을 주고, 케이티는 저녁에 자기 몫을 다니엘에게 주고, 옆집 청년은 다니엘의 수당 신청을 돕는다.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 케이티가 읽는 다니엘의 유언장은 사회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나’의 존엄성을 지키라는 감독의 메시지로 보인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이것이 노장 감독이 답답한 현실에서 하고자 했던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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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다니엘이 공을 튀기고 있는 딜런에게 낸 “코코넛과 상어 중에 무엇이 사람을 더 많이 죽이지?” 나중에 딜런이 답을 한다. “코코넛이요.” 이유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상품이 된 코코넛은 더 많은 노동자를 죽게 하기에, 상어보다 무서운 존재가 바로 자본주의이다. 케이티의 자존심을 무참히 밟아 버린 가난, 굶주림, 마트에 넘쳐나는 진열된 상품이 아닌 생활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는 사회... 유리창 앞의 물고기들이 작고 닫힌 창을 넘어 넓고 푸른 혁명의 바다로 바람을 타고 ‘항해’하는 날은 어제쯤일까?

     

     영화의 배경인 영국과 유럽의 프롤레타리아 투쟁에 함께 하는 국제주의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이글을 마친다.

     

    “다니엘은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존엄을 보여준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의 존엄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낭독되어 그에게 돌아온 말과 모순된다. :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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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은 자신을 프롤레타리아가 아닌 시민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이 된다는 것은 사회계급이 아니라 국가에 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프롤레타리아에 있어 시민과 프롤레타리아의 차이는 근본적이다. 지배이데올로기가 착취자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동원하는 일은 시민권 또는 민주주의의 방어라는 이름으로 항상 존재한다. 이것은 부르주아지의 논리일 뿐이다. 시민권 방어는 프롤레타리아의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경쟁과 분열과 자본주의 세계의 영속화로 이어진다.

     

    다니엘 블레이크가 표현한 것처럼, 그의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배제된, 위험에 빠진, 착취당하는 수백만의 프롤레타리아가 공유하고 있다. 그곳이 영국, 프랑스, ​​중국 또는 그 밖의 어디든, 임금 노동의 동일한 자본주의적 법(률)은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더라도 자본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우리를 분쇄하여 무너뜨리고, 우리를 죽이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진정한 계급 연대는 무엇보다 투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국가를 넘어선 의식적, 집단적 투쟁.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라는 공산주의자 선언의 구절은 꿈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꿀 열쇠다. “1)

     

     

    국제코뮤니스트전망이길수


    <주>

    1) Review: "I, Daniel Blake", a film by Ken Loach, 국제코뮤니스트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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