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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7호] 삼성공화국-최고 권력과 싸우는 투사들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동지 인터뷰
  • 조회 수: 5953, 2018-09-07 13:15:50(2018-09-07)
  • 삼성공화국-최고 권력과 싸우는 투사들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동지 인터뷰 

    photo_2018-04-24_09-48-51.jpg 

    Q. 이재용과 박근혜 재판 판결은 한국 사회가 "삼성 공화국"임을 증명했습니다. 삼성 권력이 사법 판결도 좌우하는데, 이렇게 거대한 권력에 맞서 직접 싸워오신 주체로써 느끼는 현실은 어떠신지요?

    A. 법리적으로는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법률가들의 전망이 있기도 했지만, 전임 양승태 대법관이 퇴임 직전 급조한 항소심 재판부에 배당된 점, 항소심 재판부와 이재용 변호인과의 특수관계, 이재용을 옹호하는 언론의 총공세 등 선고가 다가올수록 불안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무엇보다 촛불 항쟁의 열기가 거리에서는 사라진 상황이었고, 시민사회가 대응하는 힘도 조금 줄었었고요.

    삼성은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작업환경측정결과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 산자부 등 국가기관과 언론을 총동원해서 보고서 공개를 막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이 싸움은 작은 성과들을 쌓아오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대 덕분입니다.

     

    고황유미님의 아버지 황상기님이 싸움을 시작한 지 11년이 넘었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고군부투하시던 당시 얘기를 지금도 아버님이 종종 얘기하시곤 하는데요. 그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러저러하게 인연이 닿아 도움을 주신 분들, 연대를 아끼지 않는 분들 덕분에 싸움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삼성의 거대한 권력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싸움을 시작할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힘과 끈기로 삼성과 잘 싸워왔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은 강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 결국 변화는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photo_2018-04-24_09-54-19.jpg

    Q. 최근 폭로된 노조파괴 문건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다시 구속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는데,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삼성이 노조파괴까지 하면서 반노동자적, 반인권적 경영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삼성이 지금까지 성공해 온 이유, 발 딛고 서 있는 토대 자체가 불의와 불법을 가리지 않고 사용해 온 방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급 등으로 많이 부풀려져 있지만, 사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업계는 임금수준과 복지, 과도한 노동 등의 노동조건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과는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사실, 엄청난 속도로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강도의 착취와 노동자 통제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소리소문없이 대규모 해고를 일상적으로 자행하기 때문에 삼성에 40대 중반 이후의 노동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불법파견으로 고용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없어서 이런 사실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전자산업계 전반에 무노조경영이 일반적이기도 합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불법 비자금을 폭로했을 때 드러난 바 있듯이, 삼성이 총수 일가를 위해 저지르는 불법은 일상적이고 규모도 엄청납니다. 이런 불법적이고 불의한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동조합 같은 내부감시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삼성에게는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가진 거대한 권력 자체가 노동조합 같은 건강한 비판자, 감시자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Q. 뇌물공여, 노조파괴, 산업재해 등 헤아릴 수 없는 삼성의 범죄행위는 단순히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절대권력을 가진 재벌의 잘못된 사회 지배, 노동자 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와 반대로 사회가 기업을 지배하고, 노동자가 일터를 통제해서 스스로 안전과 인권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삼성이 가진 거대한 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충기 문자가 얼핏 보여준 것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행정, 입법, 사법 권력뿐만 아니라, 언론과 학계까지 삼성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Q. 박근혜를 연인원 1,700만 명이 넘는 촛불 투쟁이 계기가 되어 끌어내렸듯이, 삼성도 전 사회적인 투쟁이 있어야 작은 승리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싸워오셨습니다만, 앞으로도 긴 싸움이 계속될 것 같은데, 오랜 기간 싸우시면서 바뀐 상황(삼성, 정부, 주체)은 있습니까?

     

    한국 사회에서는 삼성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싸움의 과정에서 삼성의 본질은 얼마나 폭로되었나요?

     

    A. 지난 촛불은 정말 위대했습니다. 촛불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부분에서 방향을 바꾸었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직업병 문제에 한정하면, ‘사과, 보상, 예방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삼성의 주장이 우리 사회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었는데, 촛불 이후에 ‘직업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라는 진실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삼성을 포장해주는 기사들이 포털사이트를 도배하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예전과 달리 불법세습, 삼성직업병, 노조탄압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직업병 싸움 10년을 거치며 삼성 공장의 위험을 알리는 다양한 결과들이 쌓이고, 직업병 인정 사례도 늘어나고, 일부 기업의 전향적인 변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지난 촛불을 계기로 급격히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직업병 인정판결이 훨씬 더 많아져 이제 대법 판결까지 나왔고, 반도체 전자회사의 보상과 예방대책도 조금씩 진전되고 있습니다.

     

     

    Q.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삼성노동자의 문제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고, 삼성 작업장의 직업병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조합원을 비롯한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삼성 투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A.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도급을 중단하고 정규직화한다는 삼성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합의가 있었습니다. 물론 삼성이 두 손 놓고 이제 마음껏 노조 활동하라고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만,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정말로 무너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상기 아버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얘기가 있습니다.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삼성에서 이렇게 계속 노동자들이 병들고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많은 노동안전 활동가들도 얘기합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안전규제를 만들고 감시해도, 회사 내부에 감시하는 눈이 없다면 한계가 뚜렷하다고요.

     

    매년 2500명 가까이 산업재해로 죽는 나라, 병들고 다쳐도 눈치 보느라 산재신청도 못 하는 나라를 바꾸는데 노동조합이 할 일이 많습니다. 삼성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많은 노동자들이 함께 해서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그동안 반올림 투쟁에 연대했던 분들께도 한마디 해주십시오.

     

    A. 반올림은 사실 피해자 가족과 몇몇 활동가들, 연대단체들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라는 잘 보이지 않았던 문제를 드러내고 바꾸는 데에는 함께 연대해준 분들의 힘이 컸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삼성이라는 한국사회 최고권력과 맞서 싸우고 있는 반올림 활동가의 인터뷰로 국제코뮤니스트전망의 입장과 다를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2차 조정에 대한 합의 서명에 대한 반올림 입장글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의 첫 매듭이 만들어졌습니다”


    1. 오늘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2. 2013년 2월 삼성으로부터 교섭제안을 받은 지, 5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2015년 7월 조정위원회로부터 1차 권고안을 받은 지는, 꼭 3년 하루가 지났습니다. 2015년 10월 삼성전자의 거부로 그 권고안에 대해 논의 한번 해보지 못하고 거리에 나와 대화 재개를 기다린 지는, 1,022일째입니다. 


    3. 이처럼 지난한 시간을 거쳤음에도 당사자들의 직접 대화가 아니라 중재라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게 된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조차 저 길고 힘든 시간들이 없었다면 결코 내딛지 못했을 소중한 한 걸음입니다.


    4. 짧지 않은 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조정위원회에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채 중재안에 사전 합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조정위원회가 처음 출범할 때부터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하신 약속을 믿기로 했습니다. 이번 2차 조정 제안서에 담긴 말처럼 ‘우리 사회 공동체가 지향해 나가야 할 미래가치의 하나로 구현될 수 있도록’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잠재적 피해자와 향후 미래에 나타날 잠재적 피해자에게도 적절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그 약속, 꼭 지켜주시리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5. 중재합의는 삼성전자에게도 힘든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 어렵게 도달한 약속인만큼, 기업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가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와 바람이 삼성에게 가 닿았기를 희망합니다.


    6. 변변한 바닥도 지붕도 없이 시작한 노숙농성장에 찾아와, 두 번의 겨울과 세 번의 여름이 지나는 동안 함께 혹한과 폭염, 비바람을 맞아 준 지킴이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들 덕분에 별 다섯 개 호텔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7. 고통, 절망, 분노의 시간들을 홀로 견디면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피해 노동자와 가족 여러분, 당신들의 인내에 경의를 표합니다.


    8. 오늘 서명한 합의에 따라 이제 저희는 내일 저녁 문화제를 끝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농성장을 닫으려 합니다. 2015년 10월 7일, 간절했던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시작한 농성이었습니다. 첫째는 삼성 직업병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려야 했고, 둘째는 삼성에 의해 중단된 협상이 다시 열리도록 해야 했습니다. 길 위에서 천일을 버틴 끝에 결국 모두 이루어냈습니다. 응원하고 연대해 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일궈낸 소중한 승리입니다.


    9. 이제 우리는 천일 넘는 노숙농성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합의를 통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매듭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매듭이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중재안이 완성되고 실행될 때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지켜보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8년 7월 24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http://cafe.daum.net/samsunglabor/MHzN/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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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삼성 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었습니다. 새로운 게 하나도 없는 너무나 ‘낯익은 비극’입니다” (반올림 활동가 이상수 씨)

    9월 4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 공장의 유해 화학물질 누출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반올림, 청년전태일, 화성환경운동연합, 다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함에도 이를 방치하며 ‘위험을 외주화’하는 삼성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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