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7호] 다시 혁명조직의 기본을 말하다.
  • 조회 수: 5217, 2018-09-17 12:19:49(2018-09-16)
  • 다시 혁명조직의 기본을 말하다.

     

     최근의 이른바 (노동당) 비선/언더 조직 사건은 그 조직이 무엇을 지향하고 무슨 활동을 하는 가와 상관없이 가부장적, 위계적, 반여성주의적, 반인권적 조직 행태가 드러나면서 모두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20년 전 기준으로도 지금 폭로된 폐해들은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의 탄압이 극심했던 시기 혁명 운동 조직은 필연적으로 비공개, 비합법, 수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모든 비공개 조직이 이토록 폐쇄적이거나 억압적이지는 않았다.


    현재에도 코뮤니스트 조직과 같은 혁명조직은 활동을 공개적으로 해나가면서도 적들의 공격과 탄압에 대비한 조직구조로 되어있다. 하지만, 혁명적인 조직일수록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가장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져야만 혁명적 실천과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내부에 분파활동의 자유는 철저하게 보장하지만, 사적인 비선이나 언더는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언더’ 조직 사건과 같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규율은 조직과 운동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시킨다. 혁명조직의 규율은 강요가 아니라 정치의식의 균질화와 민주적 토론능력을 통해 강화되기 때문에 토론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는 운동을 갉아먹는 반운동적 해악으로 간주하고 그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그렇다면 혁명조직은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다시 혁명조직의 기본을 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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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조직(당)의 본질에 대하여

     

     프롤레타리아 혁명당은 계급의식의 정치적 표현이며, 바로 그 이유로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투쟁에 필수불가결하다. 혁명당(또는 그에 선행하는 혁명조직)은 전체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한 강령을 방어하기 위해 조직된, 프롤레타리아트 가운데 가장 의식적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혁명당은 늘 프롤레타리아트의 소수일 것이지만, 혁명당이 방어하는 코뮤니스트 강령은 전체 노동계급에 의해서만 이행될 수 있다. 코뮤니즘을 확립하는 임무는 전체 노동계급에 달려 있다. 그것은 의식적인 계급의 전위일지라도 위임될 수 없는 임무이다.

    따라서 혁명당은 계급을 대신하여 권력을 장악하지 않는다. 모든 권력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이 노동자평의회를 통해 장악하고 행사한다. 당은 계급의식의 발전과 조직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국제적이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세계혁명은 세계혁명당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 당은 노동계급 사이에서 혁명 강령을 위한 투쟁을 만들어 내려고 서로 조직한 가장 계급 의식적인 노동자의 구체적인 정치표현이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당을 만들려는 시도는 너무 가련하고 너무 늦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었다. 따라서 세계혁명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혁명 강령의 명확한 세부 내용이 잠재적인 구성 부분 사이의 토론과 논쟁을 통하여 관련된 모든 면에서 명료화되어야 한다.

    이처럼 혁명당은 국제적인 전망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프롤레타리아계급은 수행해야 할 어떠한 ‘민족적 책무’ 갖지 않으며, 세계적 기반 위에서만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혁명당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한다.

     

    - 혁명조직의 구조에 대하여

     

     오늘날 혁명조직은 일상적 정치토론과 직접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아래로부터의 평의회 구조와 높은 정치의식 통일(균질화)과 행동 일치를 끌어내는 ‘민주적 중앙화’를 조직 운영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제국주의의 지배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단계에서 혁명당의 조직은, 상상처럼 존재할 수 없으며, 고도로 중앙집중화된 구조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비록 혁명당의 평당원 동지와 그 안에서 선출된 지도부 사이의 관계에서, 즉 ‘자유와 권위’ 사이의 관계에서 ‘민주적 중앙화’는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그것은 유일하게 건강한 방식이며, 더욱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유지될 수 있다.” (유기적 중심주의냐 민주적 중앙화냐), 1951, 오노라토 데이먼


    이러한 구조는 한국과 같이 대중조직, 정치조직을 막론하고 박제된 구조(총회-대의원/전국위-중앙위-중집/운영위/대표)를 갖는 곳에서는 생소할 것이다. 특히 조직 내 다수파 차지와 핵심 기구의 장악이 전체 조직의 장악으로 연결되는 형식적 민주주의(낡은 민주집중제)에 갇혀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낡은 구조가 아래로부터의 권력, 의식과 투쟁의 발전을 막아온 주요 원인 중 하나이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현재의 이른바 ‘민주집중제’는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형식적인 ‘다수결 원칙’, ‘대의제’와 같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형식으로 변질되었으며, 한편으로는 상설로 위임된 ‘중앙기구’에 의해 관료화되어 버렸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일부 정파는 ‘민주집중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분파금지’ 제도마저 유지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의 다양한 기능에 더 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이 세계적으로 소통하고, 세계적인 공동체를 조직하는 것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집중제는 너무 낡았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 가장 소통이 잘되는 구조이며 가장 집중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적들의 탄압이 정교해진 만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정교하고 창조적인 소통의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 조직 내부의 차이와 통일에 대하여

     

     혁명조직은 내부의 의견 차이와 행동의 통일을 위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하나, 조직 내부의 정치의식 발전이 제한 없이 완전히 가능해야 하고, 획일화되지 않은 조직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수많은 의문과 의견 차이를 억압하지 않고 가장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토론할 수 있게 보장한다.

    둘, 토론의 자유와 함께 조직의 단결과 행동 일치를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조직의 모든 단위가 토론과 아래로부터의 결정으로 채택한 사안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혁명조직에서는 만장 일치주의를 경계해야 하며, 토론의 중요성, 논쟁과 이견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부의 분열적 요소와 존재는 조직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토론문화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들 사이의 격렬한 대립을 절대 배제하지 않는다.

     

    “혁명조직이 자신에게 주어진 주요 임무인 계급의식의 발전과 확장을 완수하려면, 집단적이며 국제적이고 동지애가 담긴 공개토론 문화의 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 물론 이것이 정치적 성숙(좀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인간적 성숙)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 국제코뮤니스트 흐름, 『International Review)』131호, [토론문화 : 계급투쟁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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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현재의 수준에서 혁명조직에 대한 이해 부족과 왜곡, 그리고 악의에 찬 거짓선전과 힘든 싸움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프롤레타리아 운동 내부에 건강한 토론을 끌어내고 활성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위기가 심화 될수록, 부르주아지의 무기는 날카로워지고 있다. 더욱이 계급 운동 내부에 조합주의, 의회주의, 민족주의(스탈린주의), 반여성주의, 인종주의 등 대중들이 피해야 할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기본을 말하고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 한다. 많은 시간과 조직적 개인적 성숙이 필요한 만큼 더 열어놓고 토론하고 경험하고, 투쟁 속에서 원칙을 세워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제안한 정치원칙이 이러한 토론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제코뮤니스트전망 ┃ 이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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