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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8호]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해산 사태와 민주노조 원칙
  • 조회 수: 5629, 2018-11-20 11:00:08(2018-11-20)
  •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해산 사태와 민주노조 원칙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구재보 동지 인터뷰 -

     


    Q 동지가 활동 중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에서 올해 가장 큰 조직적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반대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은 무엇입니까?

     

    A 글쎄요. 조직적 성과라고 하는 것이 투쟁사업장이 승리했다던가, 혹은 조합원 수가 대폭 늘었다거나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한 마디로 답변드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지난 8년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유성기업지회 동지들이 이번에는 끝을 내자는 각오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본부 역시 유성 투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죠.

    문제가 되었던 사건은 아시다시피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Q 충남지역에서는 올 초 노조 내부 테러 사건에서부터 사상 초유의 지부 해산 사태까지 민주노총 내부는 물론 노동운동 진영 상당수가 경악할 만큼 널리 알려진 사건이 있습니다. 이른바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해산 사태”가 그것인데요. 이 사태에 대해 충남지부 해산과 세종충남본부 직가입 과정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충남지부 현재의 집행부는 작년 초 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핵심적인 선거공약의 하나가 충남지부에 대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선 이후 세종충남본부에 외부회계감사를 요청했고, 본부 운영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금속노조 법률원 회계사 출신의 변호사를 포함한 회계에 정통한 지역의 동지들로 TF팀을 구성해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24일 충남지부 정기모임 자리에서 그동안 진행됐던 회계감사 중간보고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을 진행하는 도중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들이닥쳐 당시 충남지부 정책국장과 간부 그리고 조합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승철 정책국장은 코뼈와 안구 뼈가 함몰되는 등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폭행을 자행했던 자들은 발언권을 주지 않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졌던 일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3월 10일 충남지부 3월 정기모임에서 결국 회계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그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집행부가 장악했던 6년여 기간 동안 횡령 유용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무려 3억여 원에 이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은 분노했고, 그 자리에서 폭력을 저지른 자, 회계 비리를 저지른 자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음을 90%가 넘는 찬성으로 결정했습니다.

     

    충남지부가 임금교섭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전플 본조가 충남지부의 교섭권을 회수했습니다. 당연히 교섭에 나오던 업체는 교섭권 박탈을 이유로 교섭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월 2일 전플은 운영위를 통해 충남지부 해산을 결정합니다. 1만 명이 넘는 충남지부 조합원 중 단 한 명의 동의나 의견을 듣는 절차도 없었습니다.

     

    교섭권을 박탈하고 지부를 해산시킨 전플 본조는 업체에는 교섭에 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지부에는 조합비 등 지부의 모든 재산을 모두 본조로 회수하라고 했습니다. 이는 폭행범, 회계비리범과 함께 다시 현장에서 얼굴 맞대고 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지부 조합원 동지들은 세종충남본부 운영위에 지부 해산이 철회될 때까지 직가입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사측은 전플 본조의 결정을 근거로 교섭을 해태하고 충남지부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부터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현장 투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지도부의 지침이 없이도 현장 사안들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Q 민주노총 충남본부(운영위)에서는 충남지부의 직가입을 승인했고, 민주노총 중집 결정과는 달리 일관되게 충남지부 해산 철회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세종충남본부 입장의 판단 근거는 무엇입니까?

     

    A 노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사실이 판단 근거입니다. 뭔가 대단한 논리나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10여 년 전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악질 자본과 검경을 상대로 노동조합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했던 조합원들입니다. 당연히 그 동지들이 노동조합의 주인이죠. 게다가 전플 본조는 충남지부의 교섭권마저 회수했습니다. 1만이 넘는 조합원의 생존이 걸린 교섭권을 어떻게 위원장 혼자 쥐락펴락할 수 있습니까? 도저히 민주노조라고 할 수가 없지요. 교섭권을 빼앗기고 지부가 해산된 상황, 그러나 민주노총 중집은 이 어이없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었죠. 세종충남본부와 운영위 동지들은 ‘충남지부 조합원 동지들은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노동조합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10여 년간 동지라고 부르며 함께 투쟁했던 전플 본조로부터 버림받은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하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민주노조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종충남본부입장.jpg

     

    Q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운영위의 충남지부 해산 결정과 새로운 지부 설립을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A 세종충남본부 운영위 결과만 봐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현장의 의견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지난 9월 13일 플랜트 충남지부 해산 사태에 대해 지역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동지들 대다수는 어떻게 민주노조에서 지부 해산이라는 사태가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시군위원회(서태안위원회, 당진시위원회, 아산시위원회)과 충남지역 열사회(이현중,이해남,박정식,박종길,최종범,한광호,김종중열사)가 지부 해산을 철회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입장문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Q 현재 충남지부 조합원들의 뜻과 이해관계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고, 왜곡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A 뜻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조합비를 횡령 유용한 자들과 2월 24일 조합원을 폭행한 자들에 대해서 징계하고, 지부 해산 결정을 철회하라는 것입니다. 반영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플 본조와 여러 SNS를 통해 충남지부 동지들의 투쟁이 왜곡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횡령유용과 관련해서 고소를 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그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고 아무런 결과가 없기 때문에 회계감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것, 2.24 폭행은 우발적인 것이었으며, 오히려 충남지부 김준수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막고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의 사태의 본질이 노조 집행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정파 간의 갈등이라고 왜곡 하는 것입니다.

     

    Q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인 전체 조합원의 이해관계 방어 차원에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민주노총의 책임은 무엇이며, 세종충남본부는 어떠한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A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의 원칙과 기본, 상식을 바로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파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정파 간의 갈등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과 세종충남본부 운영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무총장은 플랜트 충남지부 해산은 ‘노동운동의 상식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 노동운동의 상식을 뛰어넘은 만행을 저지른 전플 본조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입니다.

    세종충남본부와 운영위는 토론을 통해 지부 해산이 철회될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결정했고, 그때까지 한시적으로 충남지부의 직가입을 승인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남지부 조합원 동지들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조합원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충남지역 노동열사추모사업회와 세종충남본부 지역위원회 대표자들이 충남지부 해산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공통의 문제의식은 무엇입니까?

     

    A 앞서도 말했듯이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 탈퇴와 해산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조합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민주노조의 기본적인 원칙이니까요.

     

    Q 이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체 노동운동 진영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이고 충남지부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산되어야 할 것 같은데, 어려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어렵네요.

     

    Q 이 문제가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운동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A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조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가진 그 누군가에 의해서 조합원들의 생존이 좌지우지되는 노동조합을 어떻게 민주노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국가와 자본이 국민과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짓거리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입니다. 사무총장도 밝혔듯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밝히고 바로 잡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Q 민주노총 내 조직 갈등에 대한 민주노총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동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플랜트 충남지부 해산의 문제는 조직(정파) 갈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적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조직 내 갈등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습니다.

     

    Q 이러한 문제에 있어 중립을 요구받는 노조활동가는 사실상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에 대한 동지의 원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가끔씩 저에게도 중립을 요구하는 동지들이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중립을 지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노조 활동가에 대한 중립 요구는 마치 정권의 공무원, 교사들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말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Q 이 문제의 올바른 (운동적) 해결을 위해 충남지부 조합원 동지들, 충남지역 동지들, 민주노총, 그리고 노동운동 진영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제한 없이 해 주십시오.

     

    A 플랜트 충남지부 사태는 매우 복잡합니다. 우선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사태의 진실과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기 위한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충남지부 해산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노총 역시 눈치 보지 말고 옳고 그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줌으로써 민주노조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플랜트충남.jpg

     

    <다운로드>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해산 사태와 민주노조 원칙.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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