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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8호] 성차별, 페미니즘 그리고 성해방
  • 조회 수: 4775, 2019-03-29 12:14:57(2019-03-07)
  • 성차별, 페미니즘1) 그리고 성해방

     

    1. 들어가며

     

    올해 들어 미투 운동에 이어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 성차별성 폭력 끝장 집회까지 성차별에 맞선 여성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페미니즘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많은 여성도 참가하였다. 여성들의 참가가 증가한 이유로 집회 주최 측에서는 “성범죄 피해를 내 탓이게 하는 구조에 의문이 늘면서 시위 공감대 커진 듯”2)이라고 보았다. 참가자들 역시 “여성들이 느끼는 상시적인 공포와 왜곡된 사회 구조에 대해 여성 스스로가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는 없는 법현실에 지난 8월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성차별성 폭력 끝장 집회를 열어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주로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30살 이하 연령층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한 구조에서 어릴 때부터 경쟁하며 자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작업장 내 성별 분업과 기회구조의 차별,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힌 성차별 구조와 문화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2000년대 이전의 페미니즘 운동은 의식 있는 소수 고학력 여성과 선도적인 여성 노동자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위와 같은 대중이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 글은 성차별에 맞선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의 현실과 역사적 배경, 전망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성차별 반대는 단순히(여성과 남성의) 의식을 개혁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사회 구조화된 성차별에 기인함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은 여성 대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 성해방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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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

     

    성차별은 전통과 관습이란 명목으로, 한편으로는 가족 생계라는 명목으로, 한편으로는 차별적인 성역할로 재생산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 불평등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데 경제적 불평등의 고통은 필연적으로 노동계급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제적 불평등의 고통은 노동계급 여성에게 더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20대 여성 실업률은 2016년 11월 7.3%로 1999년 이후 최고라는 수치를 보이고도 2017년 6월 7.9%, 2018년 6월 7.8%를 기록했다. 거기에 청년 여성 전체 일자리 중 비정규직 비율은 35.4%나 된다. 일자리를 가진 여성 셋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① 성적 대상화

     

    여성은 오랫동안 외모로 평가받았다. 직업적 능력과 상관없이 나이 든 여성은 한물간 여성으로 취급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여성의 95%가 자신의 몸을 바꾸고 싶어 한다. 모든 것을 이윤의 원천으로 바꾸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몸마저도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성적 대상화로 왜곡시키고 있다. 여성은 점점 더 과장된 섹시 이미지에 맞추라는 압력을 받는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성의 상품화는 성적 자유가 아니라 상업적인 섹시함만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성을 비롯한 오직 사고 팔릴 수 있는 것만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결국 섹슈얼리티를 통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개인의 능력도 축소된다. 여성의 몸을 이렇게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 성매매3)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 노동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와 여성의 일반적인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성매매와 성 노동의 규모와 성격은 빈곤, 양극화, 경제위기에 의해 좌우된다. 그리고 성매매는(남성 권력 재생산을 위한 일부일처제에 따른) 여성 억압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여성의 몸과 성관계 능력 자체가 상품이 되는 것과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은 다르다. 성적 착취는 여성 억압과 소외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다. 많은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는 이유는 그들 대다수가 성매매 이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선택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성들 삶의 물질적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4)

     

    ② 낙태 금지

     

    현재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낙태는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은 이처럼 낙태가 널리 실행되고 있는데 굳이 낙태를 법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낙태 금지는 종교, 법, 교육, 노동현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성억압과 성차별과 깊은 관련 있다.

     

    - 성적 자유와 지배계급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성적 자유가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남성은 책임은 덜 지면서 더 많은 섹스를 할 수 있었으며 여성은 이용만 당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한다. 이런 주장은 여성은 섹스를 즐기지도 않고 성욕도 없으며 단지 남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섹스를 한다는 여성 성억압 논리를 수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5) 이런 상황에서 보수세력은 성적 대상화가 극심해지는 현상을 이용해서 성적 자유 규제와 임신중절을 부정하려고 한다.

     

    지배계급은 오랫동안 대중의 섹슈얼리티를 두려워하고 악마화해 왔다. 스레츠코 호로바트6)는 지배계급이 대중의 섹슈얼리티를 두려워한 이유를 사랑은 급진적이고 혁명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욕망은 전체주의뿐만 아니라 서구의 자유방임주의부터 이슬람 근본주의까지 적대시한다. 왜? 욕망은 본질에서 혁명적이고 기존 사회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즉, 욕망은 현 사회체제에 위협적이고 전복적이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

     

    계급사회에서 욕망 역시 철저하게 계급화 되어있다. (서구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이슬람근본주의 사회의 사례를 통해 피지배계급의 욕망은 철저하게 억압당하지만, 최고위 계급에는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섹스와 출산의 분리를 한편으로는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이것이 노동계급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와 출산에 대한 모순된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섹스와 출산의 분리는 성 해방의 전제 조건이다. 여성이 가족 안에서 어머니이자 가정을 돌보는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이 여성 억압을 형성하기 때문에 출산을 통제하는 것이 성 해방의 근본적 요건이다.

     

    더 나아가 빌헬름 라이히7)는 성의 억압은 그 기원에 있어서 결혼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유산법과 관련이 있으므로 지배계급 자체에서 시작되고 순결의 도덕률이 지배계급의 모든 여성에게 강요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억압은 성적 불안과 죄의식의 수단으로 합치된 대중 속에 깊은 뿌리를 심어왔던 교회의 권력을 강화했다. 이와 동시에 성적 만족을 바라는 염원은 성적 분열과 도착으로 투사되어 나타남으로써 다시 결혼과 가족을 침해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성적 억압은 권위에 복종하게 만들고 부모에게 어린이를 묶어두게 한다. 이들이 자라면서 국가 권위와 물질적 착취에 굴종하게 만든다. 그것은 결국 억압된 대중의 지성적 비판 능력을 마비시키고 창조적 힘의 발전과 인간 자유를 위한 성취와 열망을 질식시킨다. 이것이 대중 행동의 비합리성8)의 근거라고 라이히는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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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가족

     

    가족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들의 계급적 위치에 따라 형성된다. 예를 들어 봉건제 시대 귀족의 아내는 가사와 임신/육아보다는 사교에 능숙한 외모 가꾸기와 역할이 중요하고 상인/수공업자의 아내는 사교보다는 가사, 육아 및 근검절약하는 생활 태도가 강조되었다. 이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은 가족을 벗어나 대규모 제조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급 여성은 가정 바깥에서 일하면서도 여전히 무보수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

     

    - 자본주의에서 가족제도의 역할

     

    가족은 계급사회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계급사회를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이윤 축적을 위한 노동자 착취만이 유일한 추동력이다. 그런 이유로 가족 역시 이런 목표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유용하다. 가족제도는 경제적(자본의 사회 구성원 재생산 비용에 대한 책임 회피), 이데올로기적(핵가족/가부장/성역할/성차별 이데올로기) 구실을 통해서 자본축적이라는 목표에 이바지한다.

     

    사회적 분업이라는 역사적 사건 때문에 여성이 가정 밖에서 임금노동을 하더라도 가사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자 일하는 남성이 여성을 부양한다는 핵가족 이데올로기와 현실 간의 틈이 더 크게 벌어졌다. 틈이 벌어지자 이상적 모델로서 가족의 필요성은 자본주의 체제에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그 결과 여성들은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좋은 어머니이자 아내가 되지 못하면 실패로 여기고 남성들은 가족 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벌어 오지 못하면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느낀다. 여성과 남성이 가정에서 하는 무보수 노동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음 세대의 노동자를 양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계급에 엄청난 가치가 있다.

     

    가족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자녀를 먹이고 입히는 책임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게 만든다. 그래서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면 사회를 탓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부족 탓이라고 믿게 만든다. 결국, 핵가족은 사람들을 원자화하며 문제에 대한 집단적 해결책에서 멀어지게 한다. 또한, 가족 이데올로기는 위계질서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우리보다 나은 사람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심어준다. 이는 빌헬름 라이히의 견해처럼 결국 자본과 국가에 대한 복종으로까지 이어진다.

     

     

    3. 페미니스트의 모순

     

    - 여성의 이해관계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계급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를 반영하듯 페미니즘 내에서도 상충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영국에서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마가렛 대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영국 페미니즘의 위대한 영웅이며 대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세의 여성 권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서 논쟁이 된 적이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박근혜 논쟁이 2002년 ∼ 2004년 있었다. 한쪽에서는 ‘박근혜가 여성이므로 여성운동 차원에서 연대세력으로 상정하고 지지하자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이며 이는 곧 가부장제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였다.9)

     

    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일수록 여성의 자유에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10) 그러므로 계급 간의 차이를 무시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로,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 노동자의 고통을 결국 하찮은 것으로 무시하는 셈이다. 많은 여성이 그 어느 때보다 노동계급에 더 많이 속한다. 이런 변화는 여성의 삶에 또 다른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여성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만큼 강력한 잠재력이 있는 사회 세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성차별은 계급 관계 속에서 문제 제기와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 맑스주의에 대한 주류 페미니즘 시각의 한계

     

    주류 페미니즘에서 보는 맑스주의 비판의 전제는 ①성역할 차이를 인정 ②여성 노동이라는 모호한 개념 ③전반적으로 맑스주의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이다.

     

    우선 성역할의 차이를 인정하고 들어가는데 이는 현재 사회에서 성차별의 근거를 제공하고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 본성에 따른 역할 구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여성 노동? 남성이 하던 노동을 여성이 하는 것을 여성 노동이라고 하는지 육아/가사와 같은 성별 분업 이후 여성의 영역에서 행해지던 노동을 일컫는지 명확하지 않다. 만약 첫 번째 사례라면 여성 노동 무시라는 맑스주의에 대한 비판은 노동 무시라는 용어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맑스주의 핵심에 대한 왜곡과 무지를 들어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육아/가사노동을 여성 노동이라고 지칭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선천적 성 본성의 차이에 따른 성역할 구분으로 전형적인 성차별의 근거이다.

    또한, 이 모든 비판의 전제에 포함된 맑스주의에 대한 몰이해이다. 이는 단순히 맑스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몰이해에 해당한다. 자본주의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노동은 상품을 창출하지 못하는 노동이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와 가치를 지녀야 하며 가치는 교환 과정에서 나타난다. 가정 내에서 행해지는 육아와 가사는 교환되지 않기에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인 것이다. 맑스가 수많은 저서에서 말하고 있는 주장의 핵심 전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주류 페미니즘은 철학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혼동하면서 철학적으로 가치 있는 노동이 경제적으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맑스의 핵심 명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담한 왜곡을 하는 것이다. 육아/가사노동이 사회적 재생산과 밀접한 중요한 노동임에도 개별 가족 단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자본과 국가의 가족 이데올로기와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없이는 여성해방은 요원하다는 것을 주류 페미니즘은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이해하고 싶은 의지도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의 모순된 주장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과 주최 측은 시위를 ‘성대결’로 보는 시각에 대해 “우리는 남성이 아니라 기득권을 비판하고 있다. .... 이에 대한 책임을 모든 남성한테 묻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 사회와 정부, 공권력을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11) 그러면서도 2차 시위에서 주장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철성 경찰청장·문무일 검찰총장 파면, 여남 경찰 비율 9:1 요구가 포함돼 있다. (여남 경찰 9:1 정도는 주장해야, 성비가 5:5 정도라도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대답) 또 폴리스라인 안 취재를 여성 기자들에게만 허용한 것도, 언론사가 여성을 더 뽑으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순수하게 불법촬영 문제 해결을 사회에 요청하고 싶어 거리에 나온 거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앞뒤 모순적인 내용은 결국 성차별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무지와 불법촬영의 사회적 배경을 무시한 결과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 억압과 성적 대상화, 성 상품화 속에서 불법촬영 문제를 판단해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차별의 역사적 배경을 밝힘으로써 성차별을 넘어 성해방의 전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4. 성차별의 역사적 배경과 자본주의에서 작동 방식

     

    - 평등에서 계급과 억압으로

     

    엥겔스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인류는 오랫동안 계급도 없고 여성 차별도 없는 사회에서 살았고 협동과 평등에 기반을 둔 유랑적 수렵, 채집사회가 인류사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만에서 2만 년 전 목축과 경작은 이러한 평등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잉여를 생산한 자들이 잉여 사용도 통제하며 집단 내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계급, 사유재산이 등장하게 된다.

     

    움직임의 시발은 지금의 인도 북부,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였고 가축의 사육, 즉 목축이었다. (최초의 사회적 분업) 가축에서 생기는 우유와 고기에 대한 개별 가족의 사적 소유가 발달하면서 이에 대한 노동력의 필요는 노예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었고 모권 씨족에 강력한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자녀들은 상속자가 될 수 없었다. (그때까지 모권이 중요했기 때문에) 하지만 강화된 아버지의 지위는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이 상속 순위를 폐지하려는 충동이 차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춤추는 욕망은 결국 모권을 폐지하게 된다.  

     

    - 일부일처제12)

     

    아버지의 상승한 지위를 반영한 일부일처제는 아버지의 혈통이 확실한 아이를 낳자는 목적이었다. 아버지의 혈통이 확실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특히 여성에게 혼전/ 혼외 순결을 강요하였다. (강제적 일부일처제는 한편으로는 매춘과 혼외정사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그렇게 되었을 때 자녀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할 수 있었다. (더 중요하게는 죽을 때까지 아버지 권위 유지) 그리고 이전에 비하면 결혼 유대가 훨씬 더 공고해졌고 그럴수록 여자의 지위는 추락해갔다. 즉,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 억압이 가정과 종교, 학교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강요되었다. 일부일처제는 원시적, 자연 발생적 공동소유에 대한 (경제적 조건에 의한) 사적 소유의 승리를 기초로 한 가족 형태로 한 성(性)에 의한 다른 성의 예속이다. 그리고 일부일처제의 성립 과정은 계급의 발생과 필연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성차별은 계급의 발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엥겔스는 “원시 공산주의 세대에서 여성이 집안 살림을 맡아보는 것은 남성이 식료품을 획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활동이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에서는 집안 살림은 사사로운 일로 전락했다. 그래서 여성해방의 첫째 조건은 여성 전체가 사회적 노동에 복귀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가족이 사회의 경제적 단위로 되지 않아야 한다. 즉 육아와 가사를 사회적 일로 만들어야 한다.” 라고 강조한다.

     

    - 성차별과 자본주의 이윤 착취

     

    자본주의에서 모든 차별은 피지배자들을 분열시켜서 지배자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사회의 지배계급은 소수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분열을 조장한다. 인종 차별 역시 자본주의 태동과 맥을 같이하며 성차별 등 각종 차별은 지배를 더 쉽게 유지하려는 방법이다. 통계적으로 인종 불평등이 더 심한 곳에서 임금과 노조조직률은 더 낮고 이윤은 더 크다. 즉, 노동자들끼리 분열이 심한 곳일수록 노동조건은 더 열악한 것이다.

     

     

    5. 나가며 - 노동계급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여성 억압의 역사적 배경에서 보듯이 성차별과 성해방은 따로따로가 아니고 육아와 출산의 사회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육아와 출산의 사회화는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하며, 여성 노동계급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남성 노동계급과 연대 속에서 가능하다. 성차별과 성 억압은 어느 날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계급 발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성적 자유와 성 평등은 남녀 간의 문제가 결코 아니며 계급 타파와 인간해방의 주제이다. 이런 점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성차별성 폭력 끝장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처럼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다. 여성 차별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자본주의에서 작동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때 페미니즘은 오히려 성 평등과 성 해방의 장벽이 될 뿐이라는 것을 다양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성해방이라는 명목으로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옹호한다든가.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하건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포장되기도 한다. 게다가 개인적 정체성을 결정적 요인으로 여기는 관점들은 결국 연대세력의 분열과 파편화를 강화하는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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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코뮤니스트전망 ┃ 조덕연

     

     

    <주>

     

    1) ‘페미니즘은 여성 차별과 억압에 대한 기본적 거부를 나타내며 그것은 성차별에 반대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태도다. 페미니즘 사상은 단일한 학파의 사상으로 존재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한 단일한 정의는 필연적으로 다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주디스 오어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2) “왜 많은 여성이 모이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에게 물었다 <한겨레신문. 2018. 6. 21>

     

    3) 성매매의 기원은 여성 억압의 기원과 맥을 같이하는 형식적(강제적) 일부일처제에 있다. 형식적(강제적) 일부일처제의 강요는 한편으로는 가족을 경제단위로, 다른 한편으로는 혼외정사와 매춘으로 나타났다. 일부일처제에서 혼전 순결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이지만 특히 여성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결혼 후 혼외 순결 역시 여성에게 훨씬 엄격하다. 즉, 일부일처제는 여성에게는 성억압, 남성에게는 성의 파편화로 나타난다.

     

    4) 주디스 오어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책갈피>

     

    5) 에이미 리닛 ‘성관계에 대한 욕망은 상호적이지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 피임은 여성이 성적으로 자신을 만족할 수 있게 해 준다’

     

    6) ‘사랑의 급진성’ <오월의 봄> 저자

     

    7) ①1918년∼1927년; 빈대학 입학, 프로이트로부터 사사를 받으며 정신분석요법 실험

    ②1928년∼1933년; 성정치 활동, 성위생상담소 개설, 정신분석과 맑스주의를 결합하여 욕망의 문제를 사회적 관계와 결부시킴. 1928년부터 1930년까지 프로이트와 치열한 논쟁/의견대립 이후 결별. 1930년부터 독일에서 활동

    ③외국 망명 - 1939년 이후 미국에 최종 정착하면서 오르곤 에너지 실험에 집중

     

    8) 여기서 말하는 비합리성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다는 의미가 아니다. 목적에 맞지 않는 행동, 생각을 의미한다.

     

    9) 오장미경 ‘한국 여성운동과 여성 내부의 차이’ 진보평론 20호

     

    10) 여성은 모든 것을 달성한 시기에 살고 있어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 발상. 즉, 여성이 너무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 오늘날 여성 문제라고 주장한다.

     

    11) 한겨레신문 “왜 많은 여성이 모이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에게 물었다 2018-06-21

     

    12)여성에게는 일부일처제이지만 남성, 특히 지배계급 남성에게는 일부다처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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