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7호] 혁명당과 노동계급
  • 조회 수: 8976, 2019-03-28 18:30:49(2019-03-28)
  • 혁명당과 노동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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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년 국제주의 코뮤니스트당(Internationalist Communist Party)[코뮤니스트 투사(Battaglia Comunista)]가 요청한 제2회 국제회의의 문서, 코뮤니스트 투사의 국제주의자들이 “혁명 조직의 역할과 구조”에 관해 쓴 글을 출간한다. 우리는 이 문서를 영어로 출간한 적이 없었다.1) 그러나 우리는 올해 후반에 있을 회의에서 정점에 달할 국제코뮤니스트경향(Internationalist Communist Tendency) 내부의 혁명당 역할과 구조에 관한 토론 일부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문서는 당의 문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는 일련의 문서 중 첫 번째이며, 그 배경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하기 위해 서문을 작성한다.

     

    (적어도 러시아 혁명의 실패 이후) 중요하고 가장 난처한 문제 중 하나는 노동계급의 혁명적 소수의 역할과 본질에 대한 것이었다. 각 세대는 이러한 문제에 매번 새롭게 직면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문제에 적절히 맞서기 위해서는 과거 투쟁과 과거 프롤레타리아 세대의 진정한 성취를 고려해야만 한다. 1970년대 초반 자본주의 전후 호황의 마지막에 뒤따라 만들어진 다른 좌익공산주의 조직처럼 코뮤니스트노동자조직(Communist Workers’ Organisation)의 선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기는 스탈린주의 소련이 보여준 바와 같은 러시아 혁명 실패의 유산에 대한 거대한 의심의 시기였으며, ‘모든 정당은 부르주아적’이라는 오토 륄레(Otto Rűhle)의 관점이 많은 공감을 얻던 시기였다. 제국주의 전쟁에 직면하여 사회민주당은 몰락했고, 제3 인터내셔널에 의한 세계 혁명의 포기와 함께 소련에서 정당주의가 출현했다. 이러한 사건은 대중 정당이든 ‘전위’ 정당이든 노동계급에 뭔가 줄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싹 쓸어 없애버린 것처럼 보였다. 소련이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사실 국가자본주의의 독특한 형태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한 이들에게는 당의 문제 전체가 문제였다. 그랬던 만큼, 그 시기는 평의회주의와 ‘자발성’ 숭배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취했다.

     

    그러나 노동계급 혁명의 진정한 성격은 끈질기게 돌아와 혁명가들의 앞을 막아선다. 역사상 다른 적대 계급이나 피지배계급과는 달리 노동계급은 지킬 어떤 형태의 재산도 없다. 그야말로 재산이 없는 계급인 것이다. 노동계급은 부르주아지와는 달리, 과거 체제 아래에서 이런 법을 없애거나 저런 특권을 제거한다고 해서 점증하는 이득을 얻을 수가 없다. 노동계급의 유일한 ‘재산’은 노동하는 능력(그리고 착취 계급을 위해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능력)뿐이며, 유일한 무기는, 안톤 판네쿡이 언급하듯이, ‘의식과 노동계급 조직’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맑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직면한 문제가 있다. 만약 아래와 같은 것이 사실이라면 :

     

    “지배계급의 이념은 모든 지배적 이념의 시대에 존재한다. 사회를 지배하는 실질적 세력으로서의 계급은 동시에 지배적인 지적 세력이다. 물질적 생산 수단을 소유한 계급은 동시에 지적 생산 수단도 통제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지적 생산 수단을 갖지 못한 생각의 이념은 (지적 생산 수단을 가진 이들의 그것에) 종속된다.”

     

    어떻게 노동계급은 그러한 지배로 벗어날 수 있는가? 그 대답은 우선 해결할 수 없는 체제의 모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모순은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경제 위기와 체제의 존속이 ‘시민 사회 안에 있지만 시민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노동계급(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증가하는 착취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이 계급은 때때로 광범위한 봉기의 형태를 띠는 집단행동으로 착취에 함께 뭉쳐 저항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에 대처한다. 계급투쟁은 자본주의 착취의 대안을 위한 학교이다. 그러나 투쟁의 과정에서 일부의 노동자들(일부 노동자는 아니지만, 체제를 간파할 수 있고 노동계급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들)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데 일상적인 게릴라전을 넘어선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깨달음, 의식에 도달한다. 그들은 체제, 그 자체를 넘어서는 정치적 강령의 필요를 인식한다. 그러나 계급 내에서 소수인 탓에,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자신을 조직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계급투쟁이 생산한 의식에서 획득한 모든 것과 자신을 통합할 수 있는 조직, 당을 만드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무엇이 있는가?

     

    프롤레타리아 당의 성격, 역할, 그리고 구조의 문제가 이제 제기된다. 그리고 그것은 짧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맑스는 처음에 국제노동자연합 또는 제1 인터내셔널 안에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규칙에서 그는 핵심 요소를 제기했다. “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자신의 책무이다.” 이를 통해 맑스가 의도했던 바는 (평의회주의자들이 이것을 잘못 해석하듯이) 노동자들은 당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결국 노동계급은 모든 부르주아 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자신의 정치적 조직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1 인터내셔널은 바쿠닌(Bakunin)과 프루동(Proudhon)의 추종자들과의 논쟁으로 찢어졌고 진정한 세력으로서 10여 년 만에 사망했다.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민족(국가) 정당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한 걸음 후퇴한 사회민주당이었다. 이들은 부르주아지가 미디어를 통제하고, 대중에게 접근할 방법이 대부분 효과적이지 못할 때의 노동계급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사회민주당은 수백만의 운동으로 성장하였고, 자본주의가 선거 때문에, 또는 적어도 평화적인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맑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과거 지배의 잔존물을 깨끗하게 쓸어버리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던(5 테제를 보라) 혁명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그리고 특정할 수 없는 미래로 연기되었다(이른바 최대 강령이 되었다).

     

    사실은 계급 내에서 코뮤니스트 의식의 저장소로서 행동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사회민주당 내의 진정한 혁명가들의 존재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적 개념들로 뒤섞여 버려 실제로는 노동계급을 자본주의로 통합시키고 있는 ‘운동’을 위장하는데 이바지했을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른바 제2 인터내셔널의 광범위한 다수 사회민주당이 그들 ‘자신의’ 정부의 음모를 지지하고 노동계급을 제국주의 전쟁으로 내모는데 찬성 투표를 던진 1914년에 이르러서야 명백하게 밝혀졌다. 전쟁 이후 혁명적 물결이 있었던 시기에는 노동계급 혁명을 위한 진정으로 국제적인 첫 번째 시도를 억압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지지를 계속함으로써 사회민주당은 자본주의에 두 번째 봉사했다. (특히)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그들의 대중을 새로 만들어진 코뮤니스트당을 따르는 대중에게 반대하기 위해 동원했고, 러시아 밖에서의 혁명의 패배를 확정 지었다. 이것은 다시 고립된 러시아에서 반혁명의 최종 승리로 이어졌다. 이 반혁명은 최초에 혁명을 이끌었던 바로 그 당에 의해서였다.

     

    볼셰비키는 사회민주당 가운데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반대한 몇 되지 않는 당 중 하나이며, 결과적으로 러시아 혁명적 계급 운동 내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전쟁은 죽음, 빈곤, 그리고 기아에 가까운 상황을 가져왔고, 자본주의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에서 혁명이 의제로 떠올랐다. 볼셰비키당은 이후 스탈린주의자들(그리고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신화가 묘사하듯이 규율이 잘 세워진 집단이 아니었다. 볼셰비키당은 혁명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활발한 논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와 관련하여 중요한 지점은, 1914년 당시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았지만, 더욱 광범위한 노동계급 안에 있었으며, 차리즘과 전쟁에 반대하는 명확한 입장을 대표한다고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볼셰비키당이 자본주의 규칙을 대체할 역량이 있는 진정한 노동계급의 실체로서 소비에트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냄으로써 표현되었다. 이로써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볼셰비키당은 결합점이 되었다.

     

    그리 논쟁이 많이 되지 않았던 점은 다가올 혁명에서 당의 역할과 입장에 대한 것이었다. 이 점에 대해 주요한 목표는 당이 성장하여 권력을 잡도록 충분한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가정되었다. 간략히 하자면, 당이 계급을 대표하고, 따라서 혁명을 당의 이름으로 수행한다는 사회민주당의 입장을 대체로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다양한 색조의 사회민주주의자들로 구성된 임시정부가 전-러시아 최고위원회 소비에트로 권력을 넘겨주는 대신 전복되었을 때, 새로운 정부, 인민 위원 평의회가 그 위에 서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사회주의적 혁명가 좌익이 여기서 손을 뗀 다음에는 그것이 유일한 당 정부가 되었다. 따라서 당은 국가가 되었고, 당과 국가 사이의 분리가 사라졌다. 그 시기 이것이 혁명뿐만 아니라 혁명당에 대한 개념에 대해 위험할 것이라고 인식한 이는 거의 없었으며, 특히 혁명이 고립되자 명백해졌다.

     

    러시아 혁명은 우리가 다른 곳에서 다루었고 계속 다루겠다. 여기서 우리는 혁명 조직에 대해 짧은 언급을 간단하게 하고자 한다. 러시아 혁명은 당, 혁명적 소수 또는 그 외 당신이 그것을 지칭하든 어떤 이름이든 그것은 혁명을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당은 혁명 전부터 계급 안에 존재했고, 혁명의 처음부터 참여했다. 그 영향력은 구성원에 그치지 않고 발휘되었다. 당은 전진할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자로서 지도력을 발휘했고, 혁명 과정을 중단시키려 하는 모든 이들을 비판했다. 심지어 봉기를 지도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봉기를 지도했을 수도 있지만, 봉기는 혁명이 아니며, 일단 계급 대중이 혁명적 경험을 스스로 쌓게 되면 봉기는 궁극적으로 그들만이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를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이들은 계급 수준의 기관들(평의회, 또는 소비에트, 지역 위원회 등)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회주의가 법령의 공포로 이루어질 수 없고, 오직 자신들의 혁명적 소수, 당이 제안한 강령을 받아들인 계급 대중의 의식적인 자기활동에 의해서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복잡한 문제이며 우리가 앞으로 몇 달간 다룰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 다양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혁명 이전의 대중 정당은 과거에 속한다는 것이다. 1914년 사회민주당의 붕괴는 이를 보여주었고, 1921~2년 혁명적 파도가 사그라지자 코민테른이 사회민주당과 통일 전선을 형성하려는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를 했을 때도 그러했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1930년대부터 계속 사회민주당에 ‘위장가입’을 하고 그들을 혁명적 경향으로부터 제거하는 오류를 반복했다. 인테사(Intesa)위원회의 강령은 통일전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모든 상황에서 임기응변과 전술적 조작이 당의 기반을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되었다. 당과 대중의 관계는 대부분 객관적 상황에 의존하기 때문이다.”2)

     

    혁명가들의 첫 번째 책무는 상황이 어떻든 혁명적 관점을 방어하는 것이고, 거짓된 (그리고 기만적인) 바탕 위에 조직을 건설하려는 이런저런 기회주의적, 단기적 방침을 쫓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짧은 글이 진정으로 국제적인 국제주의자 계급당의 설립에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CWO(코뮤니스트노동자조직)


    <주>


    1) 원 번역은 국제코뮤니스트경향(International Communist Current)이 1978년 11월, 코뮤니스트좌파 그룹(Groups of the Communist Left)의 제2회 국제회의 팸플릿 1권: 준비 문서로 출간했다. 이 번역은 레프트콤 웹사이트(leftcom.org)의 이탈리아어 부분의 글을 번역한 판이다.

     

    2) 우리의 팸플릿 “Platform of the Committee of Intesa 1925 – 파시즘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스탈린주의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좌파 싸움의 시작.”을 보라. 자세한 것은 뒤표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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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www.leftcom.org/en/articles/2016-08-28/the-revolutionary-party-and-the-working-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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