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9호] “우리는 여기 있다! 마크롱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여기 있다!”
  • 조회 수: 11579, 2019-06-18 19:23:53(2019-06-18)
  • <기고>

    우리는 여기 있다마크롱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여기 있다!”

    김정도(Fernand Kim)


    (필자는 지난 2018년 12월 5일부터 2019년 1월 1일까지 노란 조끼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다현재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 소식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기고글의 내용은 본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모든 대·소제목과 인용문은 ‘68년 5(Mai 68)’과 노란 조끼 운동에서 등장한 문장이다.)

     

     

     

    정치는 거리에서 일어난다

    “La politique se passe dans la rue”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L’imagination au pouvoir.)’ 주고자 했던 ‘68년 5’ 이후가장 폭발적인 대중투쟁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2018년 11월 17일 1차 행동 이후지난 5개월간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은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며 아직까지도 건재하다매주 토요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noname01.jpg 

    <2019.04.20. 23차 행동자본주의는 지구의 암 덩어리이다마크롱은 하나의 종양이다노란 조끼는 해독제이다.> 

    출처 : Fadhel Ishak


    4월 20일 현재 총 23차례의 행동이 진행되었으며참가인원은 연인원 약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약 40,000건의 크고 작은 점거봉쇄집회시위모임토론회행동 등이 펼쳐졌다약 8,700명이 연행되었고, 2,0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이중 40%에 달하는 800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어현재에도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나머지 60%의 사람들은 벌금집행유예집회시위 참가 금지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았다. 1,800명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한편경찰은 시위대에게 ‘LBD’ 고무탄환을 14,000소형 수류탄을 5,000회 발포했다인체에 대한 심각한 유해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이른바 전쟁무기를 자국의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자유와 평등의 상징 국가 프랑스이로 인해 사망 1중상 400명을 포함하여 약 2,500명이 경찰 폭력에 의해 부상당했다그럼에도 노란 조끼 운동의 열기는 식지 않고연대의 폭을 전 유럽전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2018년 봄 대규모 철도파업에서 유래한 투쟁가요가 구전되며노란 조끼들 사이에서 다시금 울려 퍼지고 있다.

     

    “On est là, on est là ! Même si Macron ne le veut pas, nous on est là!”

    (“우리는 여기 있다우리는 여기 있다마크롱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여기 있다!”)

     

     

    덧칠하지 마구조 자체가 썩었어!”

    “Pas de replâtrage, la structure est pourrie!”

     

    여성 노란 조끼장애인 노란 조끼번역가 노란 조끼파리 노란 조끼툴루즈 노란 조끼붉은 조끼붉은 펜녹색 조끼검은 조끼분홍 조끼 등등 다양한 지역별부문별분야별 노란 조끼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하고 따로또 같이라는 말처럼 각각의 독립적 투쟁을 펼치며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특히 여성 노란 조끼는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빵과 장미’ 행진을 펼쳤고, ‘붉은 펜이라 불리는 교육노동자들은 마크롱 정권의 교육개악에 맞서는 청년들의 투쟁에 열성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기후 위기에 맞서는 생태주의자 녹색 조끼들은 3월 16일 노란 조끼 18차 행동과 연대하여, ‘기후 파업이라 불리는 전 세계적 국제 연대 시위를 성사시켰다이날 프랑스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프랑스의 청년 약 170,000명을 포함하여총 270,000명이 집결했다같은 날 ‘1차 최후통첩이라 불리는 노란 조끼의 전국적인 집중 투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noname02.jpg

    <2019.03.16. 나치에 협력하면서자본을 축적한 것으로 유명한 HUGO BOSS. 3월 16일 ‘1차 최후통첩’ 투쟁(노란 조끼 18차 행동)으로 샹젤리제 거리의 HUGO BOSS 매장이 파괴된 모습.> 

    출처 : Black Bloc France


     가장 아름다운 조각은 경찰의 머리에 던져진 짱돌이다!”, “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했으니우리가 직접 부유세를 걷겠다.” 전투적 가두투쟁으로 알려진 블랙 블록(Black Block)은 3월 16일 파리에서 집중 투쟁을 펼쳤다최고급 레스토랑과 여러 명품 상점은행들이 불에 타거나파괴되었다곳곳에서 재전유(la réappropriation)’라 명명된 약탈’ 투쟁이 이어졌고스키장으로 휴가를 떠났던 마크롱은 서둘러 엘리제궁으로 돌아와야 했다노란 조끼 활동가의 제안으로부터 비롯된 총파업 호소는 붉은 조끼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제1노총 CGT(프랑스노동총동맹)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CGT는 다른 노총과 합세하여 2월 5일과 3월 19일 각각 300,000명 이상이 참여한 총파업을 벌였다.

     

    "Toi, mon camarade, toi que j’ignorais derrière les turbulences, toi jugulé, apeuré, asphyxié, viens, parle à nous." (당신나의 동지난리 통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당신목 졸리고 두려움에 떨고 숨 막힌 당신 이리 와요우리에게 이야기하세요.")

     

    한편 노란 조끼들은 지난 2월 20일 유엔(UN) 유럽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에 집결하여프랑스의 끔찍한 국가 폭력을 규탄하는 국제연대 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그리고 오는 4월 27일 유럽연합(EU) 의회와 인권 소위원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며전 유럽인들의 국제연대를 호소하고 있다노란 조끼의 대다수는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오는 5월 말로 예정된 유럽 의회 선거에 일정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넥타이 맨 혁명에 반대한다

    “Non à la révolution en cravate”

     noname03.jpg

    <2019.02.20. 2018년 12월 1일 마르세이유 3차 행동에서 경찰의 최루탄 조준 발포로 사망한 지네브 르두아네를 추모하기 위해경찰 규탄 요구안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스위스 제네바로 온 노란 조끼의 모습.> 

    출처 : Revolution Permanente


    5개월 이상매주 평균 10만 명 이상이 프랑스 전역에서 결집하고 있다노란 조끼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연대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나가고 있다지난 1월 26~27일과 4월 5~7일 노란 조끼는 두 차례의 전체 총회를 개최했다각 지역별 노란 조끼 총회에서 선출된 대표단이 모여 전체 총회를 구성하는 총회의 총회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노란 조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방식이다. 1차 총회에는 약 70명의 대표단을 포함하여총 350명의 노란 조끼가 모여 2일간 토론을 벌였다참가자 수 대폭 증가와 논의 구조 다양화로 그 대표성을 더욱 확대시킨 2차 총회에는 약 200명의 대표단을 포함하여총 700명의 노란 조끼가 모여 3일간 토론을 벌였다이들은 “<대토론>이라는 사기극과 함께소수 특권층에게만 봉사하고 있는 대표성 없는 정부에 맞서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그리고 5월 1일 국제 노동자의 날 투쟁이 벌어지는 주간을 노란 조끼 집중 투쟁 주간으로 선포했다또한 5월 18일 형사 처벌 전면 무효구속자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전국 집중 투쟁을 촉구하며 오는 6월 3차 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노란 조끼들의 자발적인 자기 조직화 학습’ 과정은 넥타이 맨 혁명에 반대한다!’는 68년 5월의 슬로건과도 맥락이 닿아있다그 어떠한 자칭 지도자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노란 조끼들은 지배하기도지배당하기도 원치 않는다.’는 68년 5월의 목소리와 반쯤 닮아있다공인되지 않은 채로공인받을 수 없는 체계 속에서노란 조끼를 대표한다고 자임하며 정부와 협상을 시도하거나유럽 의회 선거에 노란 조끼의 이름으로 나서려했던 활동가가 시위 현장에서 모욕을 당하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노란 조끼의 자발성과 의식성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 섣부르게 단정 짓기는 어렵다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정치운동이 포괄해내지 못했던 민중들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정치 운동 그룹은 자신들의 지도력’ 부재를 탓해야하는가아니면 문제설정과 전망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하는가누군가 이 운동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노란 조끼는 이미 행동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를 그저 쳐다보지만 말고우리와 함께하라!’는 노란 조끼의 외침은 강렬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68년 5프랑스 공산당(PCF)과 CGT의 오만한 판단과 잘못된 선택을 다시 한 번 반복할 것인가?

     

    "Professeurs vous êtes aussi vieux que votre culture, votre modernisme n’est que la modernisation de la police.“

    (“교수들당신들은 당신네들의 문화만큼이나 늙었어당신네들의 모더니즘은 경찰의 현대화에 불과해.”)

     

     “Cours, camarade, le vieux monde est derrière toi.” (“도망쳐라동지여낡은 세계가 당신을 뒤쫓고 있다.”)


    noname04.jpg 

    <2019.03.16. 3월 16일 ‘1차 최후통첩’ 투쟁(노란 조끼 18차 행동)에서 자본주의 체제에 분노한 노란 조끼와 블랙 블록은 부르주아지의 상징과도 같은 럭셔리 호텔의 레스토랑에 불을 질렀다.> 

    출처 : Black Bloc France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프랑스 현지 소식을 한국어로 접할 수 있다.


    * 블로그 https://Emmanuelmacrondemission.tistory.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mmanuelmacrondemission

    * 텔레그램 채널 https://t.me/Emmanuelmacrondemission


     

    <편집자 주>

     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communistleft 283 2024-02-23
notice communistleft 218 2024-02-14
notice communistleft 218 2024-02-08
notice communistleft 212 2024-02-03
notice communistleft 237 2024-01-29
notice communistleft 241 2024-01-17
notice communistleft 243 2023-12-22
notice communistleft 281 2023-11-14
notice communistleft 1072 2023-04-24
231 communistleft 4667 2020-03-03
230 communistleft 3924 2020-03-01
229 communistleft 5982 2020-02-26
228 communistleft 5369 2020-02-20
227 communistleft 4115 2020-02-15
226 communistleft 5142 2020-02-11
225 communistleft 4166 2020-02-09
224 communistleft 4243 2020-01-29
223 communistleft 5081 2020-01-21
222 communistleft 6623 2020-01-14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