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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9호] 제주의 난개발과 구조적 원인 -자본과 권력에 맞선 투쟁이야기-
  • 조회 수: 4438, 2019-07-10 12:02:06(2019-07-10)
  • <기고>

    제주의 난개발과 구조적 원인 

    자본과 권력에 맞선 투쟁이야기

    노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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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난개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포크레인이다. 평일, 주말 구분할 것 없이 쉬지 않고 포크레인은 작동되고 있다. 그 내용은 상,하수도관 공사, 도로 확장 공사, LNG가스관 매입 공사, 신축 건물 공사, 바다 매립 공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제주의 풍경은 빠르게 변해 왔으며, 지금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제주도의 모습은 변해가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본래의 제주도의 모습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제주시의 모습은 대도시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제주시에서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교통체증 문제 역시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최근 종종 올라오는 제주의 소식은 단연 쓰레기문제이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의 발전, 제주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에 불법 쓰레기를 수출했던 것이 제주도 쓰레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주지역 사회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렇다면 제주에 난개발이 일어나고 있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난개발은 과연 제주도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살펴봐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주 쓰레기 문제와 강정 해군기지 문제, 제주 제2공항 문제, 영리병원 문제, 비자림로 문제는 이슈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 제주 난개발의 구조적 원인 >

     

    1) 사회학적, 역사적인 측면

     

    194843. 제주에서 4.3사건이 발생한다. 제주 4.3은 아직 이름을 찾지 못했다. 학살로 불러야할지, 항쟁으로 불러야할지 아직도 논쟁이 뜨거운 주제이다. 제주 4.3은 단순히 1948년에 일어났던 사건은 아니다. 1947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부터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풀리기까지 7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다. 제주 4.3사건이 일어날 당시 대통령은 이승만이었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군인에 의한 군사쿠테타가 두 번이나 일어났다. 서슬퍼런 군사 독재 시절, 제주 4.3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될 주제였다. 게다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마을에서 살아야했다는 점 역시 4.3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50년부터 제주도 개발 논의가 본격화되었지만, 전시 제주도개발계획은 정부가 비계획적, 비현실적으로 기획하였고 결국 현실화되지 못한 계획에 그쳤다.

     

    1961년 박정희가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쿠테타로 잡은 정권이라 정통성이 약했던 박정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택했던 방법은 경제 성장이라는 기치를 대외적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 결과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정부 주도의 관광개발의 일환으로 제주항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63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가 개통된다. 이후 1973년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안이 확정되었다. 이 개발계획에 따라 중문관광단지 조성 1차 공사, 해수욕장 정비 등 관광지 개발,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의 확장 및 카페리의 취항, 간선도로의 포장, 통신망의 확충 등 각종 기반시설의 확충과 정비가 이루어진다.


    제주 4.3과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 개발주의가 제주도를 휘감기 시작했고, 그것은 관광개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선전되었다.

     

    2) 법적, 제도적 측면

     

    1991년에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이후 2002126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으로 변경되어 공포되었다. 이후 2006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2011년에 수립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는 계획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규제완화 등을 통하여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는데 정책방향과 지침을 제공한다.

     

    1997년말 IMF 경제위기 이후 전사회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신자유주의 담론과 이에 대한 노동 및 사회단체들의 반발로 인해 타협책으로 영토적 예외성이 허용되는 특구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제주국제자유도시, 경제자유구역 등 다양한 예외적 공간이 도입되었다. 또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현실에 직면한 국가와 지역 차원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으로 인식되었다. (이승욱, 조성찬, 박배균 제주국제자유도시, 신자유주의 예외공간, 그리고 개발자치도)


    이것은 쉽게 말하면 자본가가 마음껏 제주도를 수탈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을 의미한다. 또한 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제주도가 신자유주의의 실험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 4.3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군사주의와 개발주의가 제주 지역 사회 내에 깊숙이 개입하였고, 제주지역 공동체를 서서히 해체하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관계가 파편화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투쟁은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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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개발에 대한 저항, 제주 시민들의 투쟁이야기 >

     

    1)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


    20151110, 갑작스럽게 국토부에서 성산에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산읍 부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저항으로, 난산리 주민 김경배 씨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서 천막을 제주도청 맞은편에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토부와 원희룡 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 투쟁은 제주도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지점과 난개발에 대한 저항이라는 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문제


    우선, 제주 제2공항 사업추진은 제주도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51110일 국토부에서 사업을 발표할 때, 이미 결정을 내리고 발표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결정권문제이다.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계속해서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라고 얘기하고 있다.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이를 중앙정부 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치권이 과연 누구에게 있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왕적 도지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살펴보면 제주도지사에게 막강한 권한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제주시장 역시 도지사 임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권한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18,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청으로 진입하는 계단에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피켓과 문구를 발로 밟고 지나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제주도민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없다는 측면에서 절망적이지만,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함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측면에서 천막촌의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20188, 갑작스럽게 송당리에 있는 비자림로의 나무들을 베어내기 시작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모임인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비자림로 이슈가 전국적 이슈로 급부상함에 따라 공사는 중지되었다가, 지난 3월 공사가 재개되었다. 이에 대해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시민 모니터링단을 구성하고, 공사를 감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자림로의 핵심은 제주 제2공항 연계도로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도로부터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필요 이상으로 환경이 훼손되고 있으며, 천미천 역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들


    중요한 것은 시민 모니터링을 통해 공사 진행 과정에 있어서의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최근에는 투융자 심사논란이 일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비자림로 공사 투쟁을 계기로 제주 지역 사회와 전국에 난개발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지점에서 비자림로 투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 영리병원 반대 투쟁

     

    며칠 전 원희룡 지사는 제주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는 개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영리병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바로 그 단어이다.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어이다. 이것은 영리병원을 오직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은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그런데 스스로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자신의 결정 미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도지사

     

    작년 12, 공론화 조사 결과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지사가 이를 뒤엎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이야말로 제주도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지사 스스로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제주 시민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끝내 영리병원 허가 취소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 정리하며 >

     

    제주에 산적해있는 문제들 중 쓰레기 문제, 강정 해군기지 문제, 제주 제2공항 문제, 비자림로 문제는 사실은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제주에서 4.3이라는 사건 이후로 군사주의와 개발주의는 끊임없이 제주도를 노려 왔으며, 현재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뒤에는 권력과 자본이 숨어 있는 것이다. 사실은 제주 4.3은 제주 역사와 동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고 제주 역사 1000년을 관통하는 긴 역사의 한 부분이다. 오랜 기간 동안 수탈과 착취, 피지배는 이어져 왔으며 그만큼 제주에서 사는 것은 어려웠다. 동시에 이에 대한 투쟁 역시 존재했지만,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지금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난개발의 이면에는 이런 제주의 깊은 역사성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제주의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제주도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제주 난개발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밝혀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차별적인 자본의 폭격이라는 점에서 제주 4.3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시공간을 초월해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은 아직 있다. 그것도 가장 변방인 제주에. 이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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