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0호] 칼 리프크네히트를 추모하며
  • 조회 수: 6420, 2020-01-14 17:55:51(2020-01-14)
  • 칼 리프크네히트를 추모하며


      당대 가장 탁월하고 열렬한 코뮤니스트였던 칼 리프크네히트가 암살되자, 많은 사람들이 케테 콜비츠에게 추모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케테 콜비츠는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리프크네히트를 애도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칼 리프크네히트를 추모하며(Gedenkblatt fur Karl Liebknecht)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뛰어난 혁명가를 잃은 슬픔이 노동자들에게는 커다란 분노로 다가왔지만, 평화주의자인 예술가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아래는 당시의 심정을 담은 그의 일기이다.

     kollwitz_karl_liebknecht_15_januar_1919.jpg


    192010

     

      부끄럽다. 나는 아직껏 당파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무 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본래 나는 혁명론자가 아니라 발전론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프롤레타리아와 혁명의 예술가로 간주하고 칭송하면서 내게 그런 일들을 떠맡겨버렸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일들을 계속하기가 꺼려진다

      한때는 혁명론자였다. 어린 시절과 소녀 시절에는 혁명과 바리케이드를 꿈꾸었었다. 지금 내가 젊다면 틀림없이 코뮤니스트였을 텐데. 아직도 그 꿈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지만 내 나이가 벌써 50대다. 그리고 전쟁을 겪었고 페터(1차 대전 때 전사한 둘째 아들)와 마찬가지로 수천의 젊은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세상에 퍼져 있는 증오에 이제는 몸서리가 난다.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사회주의 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거짓말, 부패, 왜곡 즉, 모든 악마적인 것들에 이제는 질려버렸다. 이 지구상에 세워질 코뮤니즘 사회는 신의 작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은 소심하기 짝이 없고 마음속으로도 늘 회의한다. 나는 평화주의자임을 한 번도 고백하지 못한 채 그 주변에서 동요하고 있다. 어쩌다가 사람들이 페테르스부르크 거리에 전시된 내 작품을 보고서 나를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젊은 노동자들이 만나자고 하는 것도 거절하기 일쑤다. 그들이 내가 확고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제발 사람들이 나를 좀 조용히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 사람들은 나 같은 예술가가 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 똑바로 제 갈 길을 찾아가길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예술가로서 이 모든 것들을 감각하고 감동을 하고 밖으로 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리프크네히트의 정치 노선을 추종하지는 않지만, 리프크네히트를 애도하는 노동자들을 묘사하고 또 그 그림을 노동자들에게 증정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1920, 케테 콜비츠의 일기)


    Kaethe-Kollwitz-German-school-Portrait-of-Karl-Liebknecht-Engraving.jpg

     Kaethe Kollwitz German school. Portrait of Karl Liebknecht, Engr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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