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0호]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
  • 조회 수: 5370, 2020-02-20 14:14:10(2020-02-20)
  • [다시 읽는 詩]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

    -2012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쳐

     


    더 이상 날 동지라 부르지 마라

    민주노총 소속 같은 조합원이라고 하더라도

    투쟁 현장에서 몇 번 구호를 함께 외쳤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아니다

     

    1998, 민주노총 합법화를 위해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파견법을 합의해 준 너는

     

    2004, 국회의원 선거 한다고 날 찾아 와

    박일수 열사 투쟁을 접으라고 한 너는

    민주노총 깨려고 아예 작정한 거냐

    박일수 열사 투쟁을 접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날 협박했던 너는

     

    2005, 비정규직 악법 폐기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기꺼이 폐기한 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항의를 양아치라 조롱하며

    사회적 합의주의로 게걸음질 친 너는

     

    2005년 류기혁 열사를 열사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던 너는

    열사투쟁을 조직하라는 항의를 종파주의자들의 분열책동이라고 매도했던 너는

     

    2007, 민주노조 깃발을 위로금 몇 푼으로 맞바꿔치기 한 합의서에 직권조인 한 너는

    하청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움켜쥐고

    사람 목숨을 매매했던

    대공장 정규직노동조합 간부였던 너는

    노동자는 하나다란 슬로건(11노조 방침)을 외치며

    기아비정규직노조 공장점거파업을 파괴했던 너는

     

    2010,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는 지금 당장 불가능하니

    현안문제부터 풀자며 CTS점거파업 해제를 중재했던 너는

    CTS점거파업 해제를 위해 금속노조 총파업을 유예시킨 너는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김밥 가지고 장난친 너는

     

    20121111, 자본가들을 만나고 악수하고 반갑게 협력하는 것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인 너는

    20121111, 밥 처먹고 허구한 날 교섭하고 중재하고 타협하고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인 너는

    20121111, 고작 부르주아 야당이 돼 보겠다고

    저요 저요 부르주아 선거제도에 목매달고 있는 너는

     

    노동자계급이 아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운동 내부로 파견한 자들,

    자본가계급의 마름이다

    내게 다가와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려 하지 마라

    난 너의 적이다

     

    난 나의 권리를 대의하겠다고 나선 자들을 믿지 않는다

    난 너와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마주 설 것이다

     

     

    詩 ㅣ 조성웅


    선거주의.jpg


    저자


    조성웅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식물성 투쟁의지』가 있다.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 모임,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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