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3호] 詩 : 30년, 백종원 김밥, 저녁이 있는 삶
  • 조회 수: 3070, 2021-05-13 11:23:36(2021-05-11)
  • 30

     
     
    30년 전에 야간고 실습생 영국이는 나사를 깎았다.
    아침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건 영국이뿐이었다.
    영국이는 태핑기에 장갑이 끼였다.
    손가락이 잘린 채 그대로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30년 후에 특성화고 민호는 기계에 끼여 죽었다.
    민호와 영국이는 혼자 작업을 했다.
    30년이 가고 다시 30년이 와도 영국이는 엎드려 있다.
    30년 후에 민호가 죽어서 엄마의 통곡 앞에 누워 있다.
     
     
     


    백종원 김밥
     
     
    편의점 김밥을 고르는데 백종원김밥이 눈에 띄었다.
    조리 모자에 위생복을 입고 내 김밥 드시라고 엄지척한다.
     
    음식장사로 성공한 백종원은 유명 요리사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골목 식당 주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이래 가지고 장사가 되겠어?
    나는 그 말이 이래 가지고 나처럼 성공하겠어,라는 말로 들렸다.
     
    새벽, 치킨집 오토바이 한 대가 교차로에 들어섰다,
    직진 신호가 바뀌면서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왔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날아올랐다.
    통닭이 죽고 오토바이가 죽었다.
     
    누구도 백종원이 될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


    얼마 전에 과로로 사망한 서른두 살의 택배 노동자는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면서 1만 건의 배달 물품을 처리했다고 한다. 일요일만 쉰다 치고, 25일이면 1400건이다. 1시간에 28.5건이다. 그러니까 2분에 1개씩은 배달해야 되는 중노동이었다. 두 아이의 가장인 그는 그렇게 일하다 쓰러졌다. 다시는 일어나 눈을 뜨지 못했다.

     


     

    | 임성용


    KakaoTalk_20210510_193405635.jpg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communistleft 229 2024-05-03
notice communistleft 277 2024-04-30
notice communistleft 460 2024-04-26
notice communistleft 513 2024-04-18
notice communistleft 559 2024-04-17
notice communistleft 663 2024-02-23
notice communistleft 523 2023-12-22
434 communistleft 1440 2022-12-12
433 communistleft 1441 2023-02-01
432 communistleft 1474 2022-12-08
431 communistleft 1489 2022-12-15
430 communistleft 1526 2022-12-12
429 communistleft 1618 2023-03-16
428 communistleft 1674 2022-10-20
427 communistleft 1696 2022-12-19
426 communistleft 1704 2023-03-07
425 communistleft 1732 2023-02-10
424 communistleft 1772 2022-12-28
423 communistleft 1826 2022-07-27
422 communistleft 1866 2023-01-04
421 communistleft 1879 2023-01-06
420 communistleft 1911 2023-01-11
419 communistleft 1928 2023-02-21
418 communistleft 1955 2022-06-16
417 communistleft 1967 2022-11-18
416 communistleft 1997 2022-09-30
415 communistleft 2028 2021-11-30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