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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13호]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한국기업과 미얀마 노동자 투쟁
  • 조회 수: 4424, 2021-05-14 12:21:27(2021-05-14)
  • 미얀마 군부와 결탁한 한국기업과 미얀마 노동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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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독재 국가가 황금의 땅이었던 한국 자본


    미얀마에 대한 한국기업의 진출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전두환 정권은 1983년에 발생했던 북한의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 이후에 지속하여 경제협력 확대를 합의한 상황이었다. 1984년에 대우를 시작으로 의류 봉제업을 중심으로 진출한 한국기업1)들은 미얀마 군부와 밀접하게 유착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사회를 수십 년간 통치하면서 미얀마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기업의 미얀마 진출을 위해서는 미얀마 군부와의 유대관계 형성은 필수적이었다


    미얀마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 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의 폐쇄적인 고립정책과 독재정치, 특히 1988년에 있었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이른바 선진국들의 미얀마 투자는 제한되어 있었다. 이 틈을 노리고 한국 자본들은 미얀마에 진출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한국 자본의 해외투자에 있어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독재국가에 대한 투자는 시장개척이란 이름으로 칭송받기까지 하였다.

     

    이른바 민주개혁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권 때 본격 추진된 미얀마 슈에가스 개발사업에는 대우인터내셔널뿐만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까지 지분에 참여하여 사업이 이뤄졌다. 국제민주연대를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가 독재정권인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의 인권침해 위험성을 계속 경고하였지만, 정부와 기업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의 성공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성공적으로 2010년에 포스코에 인수되었고 가스공사 역시 지속해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 진출 한국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의류 봉제업도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얀마로 향한 한국 의류 봉제 기업들은 낮은 임금과 함께 미얀마 군부에 의해 억압된 노동자의 권리를 착취할 수 있었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마저 형성되게 되었다. 2015년에 아웅산 수지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제사회의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마저 사라지면서 한국 자본의 미얀마 진출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였다.

     

    군부독재와 협력한 대가

     

    대우인터내셔널이 1984년부터 미얀마에 진출하면서 유착된 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이 바로 대우의 무기 수출 사건이다. 2006년에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이 사건은 대우가 미얀마 군부에 포탄 제조기술과 설비를 몰래 수출하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노다지로 불리는 가스개발 사업을 따내고 유지하기 위한 대가로 독재정권에 무기까지 팔아넘기는 회사라는 오명이 생겼다.


       그러나 대우가 포스코에 인수된 이후에도 이런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아웅산 수지 정권이 들어서고 미얀마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배신한 로힝야 학살이 2017년에 발생하였다. 미얀마 군부의 주도로 발생했지만, 주류인 버마족의 로힝야족에 대한 반감을 의식한 아웅산 수지 정권은 이에 침묵하거나 심지어 옹호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끔찍한 대량학살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에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의 요청으로 군함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정부가 군함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민간상선인 것처럼 꼼수를 부려가며 기어이 군함을 팔아넘겼다.2)


       포스코 역시 1997년에 미얀마 군부가 자금확보를 위해 설립한 기업인 MEHL과 합작으로 아연도금강판 회사를 설립하였다. 포스코는 미얀마 현지 생산법인이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독재 시절부터 미얀마 군사정부의 큰 수입원이자 군사정부의 든든한 파트너인 중국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가스개발사업을 수행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포스코 입장에서는 군부와 결탁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다. 심지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은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토지를 임대해 벌이고 있는 롯데호텔 사업의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대우 시절부터 다져온 군부와의 끈끈한 관계로 미얀마에서 벌이고 있는 여러 사업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에 주목받게 되자 포스코는 당황하고 있다. 포스코는 MEHL과 합작사업인 포스코 강판의 생산법인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하여 416일 자로 MEHL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작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포스코가 군부에 직접 자금을 전달한 것은 아니라는 변명, 군함이 아니라 민간상선이었다는 변명,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한 시민사회의 주장이 한국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 결부된 사업들에 대해 추가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고, 포스코 강판의 지분인수를 하는 선에서 비판을 잠재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독재국가에서 한국기업의 활동을 제재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에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에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아도 이례적일 정도의 이 강도 높은 지지 속에서도 한국기업의 미얀마 군부와의 결탁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낮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문제, 특히 도덕적으로 한국기업이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한국기업이 인권침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보다 포스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고, 정부와 기업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포스코에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는 가스전 사업을 철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철수한다고 해도 포스코와 가스공사의 지분은 고스란히 중국과 미얀마가 인수해 갈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선봉에는 의류 봉제업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한국과 중국의 의류 봉제 업체에서 일하면서 갖은 탄압 속에서도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을 결행하고 경찰과 용역의 폭력 속에서도 노조를 사수해왔다. 그렇게 단련된 노동운동은 군부와의 싸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군부는 노조 지도부를 겨냥한 체포를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적어도 독재국가에서 독재정권에 이익을 제공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지금, 한국기업들의 독재정권과의 유착을 끊을 수 있는 제도의 도입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노동자와 민중을 살상하고 억압하는 무기와 시위진압 용품에 대한 수출만이라도 금지할 수 있는 법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해외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 이익을 자신의 이익으로 간주하던 한국 사회에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한국기업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국제민주연대 ┃ 나현필 사무국장3)




    <주>


    1. 이와 관련된 내용은 참세상기사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전두환에서 미얀마 군부까지, 독재와 손잡은 기업들” 2021.4.2.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856


    2. 포스코 군함 수출과 관련해서는 MBC가 계속 단독 보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언론사들은 이 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함 수출이 문재인 정부에서 허가되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도 이 건에 대해선 침묵하는 상황이며, 보수 야당 역시도 한국기업과 관련된 문제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https://imnews.imbc.com/news/2021/econo/article/6151064_34887.html


    3.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2000년에 설립된 인권단체로 주로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수행해왔다. www.khis.or.kr 나현필 사무국장은 2006년부터 국제민주연대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였고, 미얀마에 3차례(2006.2013.2016) 한국기업 인권침해 현지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소중한 기고 글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 글>

    미얀마 항쟁
    http://communistleft.jinbo.net/xe/index.php?mid=cl_bd_04&document_srl=339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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