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3호] 詩 : 나의 노동으로
  • 조회 수: 4933, 2021-06-03 13:18:28(2021-05-25)

  • 232423.jpg     

    KakaoTalk_20210525_205011419.jpg

    KakaoTalk_20210525_205014204.jpg


    나의 노동으로



    1899, 런던에선 자동차 두 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그 자동차는 쌍두마차만큼이나 훌륭하게 영국 여왕의 편지를 배달했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났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가 베어지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 꽃과 순결한 땅의 벌레들이

    나의 노동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숲이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의 노동으로 강물은 막혀 댐이 완공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나의 노동으로 수천만 대의 냉장고가 넘쳐난다.

    나의 노동으로 총탄과 포탄이 만들어지고

    나의 노동으로 탱크와 전폭기가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다.

    나의 노동으로 나무와 석탄과 석유를

    마지막 한 그루까지 마지막 한 삽까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없애고 있다.

    나의 노동은 고향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노동과 생산은 너무 위험해졌다는 말이다.

    노동의 권리는 발전의 가치와 다르다는 말이다.

    나는 노동력을 판매하면서 노동을 소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윤에 지배당한 생산은 파괴적 종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쌍두마차가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영국 여왕이 보낸 편지는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다시 120년 후에 나의 노동은 무엇으로 남아 찬란한 고통이 될까.


    詩 | 임성용



    KakaoTalk_20210510_193405635.jpg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communistleft 76 2024-05-03
notice communistleft 133 2024-04-30
notice communistleft 225 2024-04-26
notice communistleft 356 2024-04-18
notice communistleft 382 2024-04-17
notice communistleft 507 2024-02-23
notice communistleft 436 2023-12-22
374 communistleft 2763 2021-10-29
373 communistleft 2792 2022-04-11
372 communistleft 2820 2021-05-20
371 communistleft 2852 2021-06-09
370 communistleft 2883 2022-02-15
369 communistleft 2905 2021-11-17
368 communistleft 2962 2022-02-09
367 communistleft 2967 2021-12-07
366 communistleft 2975 2021-11-22
365 communistleft 2980 2022-02-05
364 communistleft 2999 2021-12-15
363 communistleft 3042 2021-05-11
362 communistleft 3056 2021-07-06
361 communistleft 3074 2022-02-06
360 communistleft 3093 2021-10-14
359 communistleft 3125 2021-12-02
358 communistleft 3178 2022-02-11
357 communistleft 3199 2022-05-04
356 communistleft 3245 2022-02-22
355 communistleft 3268 2021-12-20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