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3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뮤니스트 과제
  • 조회 수: 3876, 2021-07-22 11:15:37(2021-06-16)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뮤니스트 과제

    (코뮤니스트 좌파 활동가 인터뷰)


    KakaoTalk_20210607_132730302.jpg  

     


    질문 :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동 문제, 평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자면.

     

    답변 : 문재인 정부의 노동과 노동계급에 대한 태도와 정책은 ()노동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에 가깝다. 노동, 자본, 국가의 통합구조를 안착시키려는 시도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미완성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형성될 전망이다. 국가는 노동과 자본의 적대와 대립을 조정하거나 중재하는 기구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자본가 국가이고 노동계급과 동맹하는 기구이다. 여기에 노동계급마저 자본 계급 편에 선다면 그 기구는 자본계급의 단일기구이다. 계급의 대립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는 노동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는 반민주주의 국가임을 문 정부 스스로 천명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구체적 모습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법제화에서 드러난다.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의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계급의 투쟁은 이 착취체제와 이를 규정하는 법을 반대하고 없애려는 투쟁을 몇백 년 해오고 있다. 메이데이가 노동시간의 단축 투쟁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원칙을 계층 사이의 이해로 조정하고 노동시간을 변형근로제로 후퇴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보며 노동계급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노동자들은 어떠했는가? 반노동으로 나아가는 정부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집권한 지 1년이 되자 그 실체가 드러났고 노동계급은 정권퇴진운동을 벌였다. 어느 정권도 예외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어디 있는가? 노동운동은 여전히 운동인가?

     

    질문 : 남북관계 문제는 사회주의자로서 난감한 과제일 수 있다. 통일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답변 : 촛불이 매개 되어 10년의 이른바 적폐가 정권교체의 문을 열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다양한 형태의 제국주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국가와 민족도 자유로울 수가 없고 남과 북도 예외일 수 없다. , , 미 그리고 세계의 공통 화두는 평화와 번영이다. 평화는 계급전쟁을 종식하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번영은 이윤과 계급 불평등을 사라지게 하는 자본주의의 지속적 성장일 뿐이다. 갈라진 남, 북이 표면적이고 가시적 적대를 넘어 세계자본주의 체제 속에 부분 집합으로 나아가는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를 상상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고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어도 이 과정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통합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개혁, 개방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가자본주의로 공고해지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연합, 연대할 것이다. 아직도 사회주의 건설을 말하는 형용모순이 존재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을 삼척동자도 알게 될 것이다. 이 효과는 남쪽의 우리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도 보수주의 자본가들이 자유주의-민족주의 자본계급(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력을 좌파’, ‘빨갱이’, ‘친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이념 논쟁을 벌이는 것은 그러한 대립이 허위이며 지금이 그런 대립을 주장할 마지막 기회임을 알기 때문이다. 두 가지 형태의 자본 세력은 자본주의의 양면이며 보완적 관계임을 깨닫게 될 날이 머지않았고 이는 세계 노동자 투쟁과 혁명적 실천이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념적 재편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진보’, ‘자유주의’, ‘부르주아 사회주의등의 개념이 정리되면서 자본에 맞서는 노동계급의 코뮤니스트 이념과 실천이 성숙할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 : 백기완 선생이 얼마 전 영면했다. 노선은 달랐지만, 많은 시간을 함께했었다. 어떤 생각이 드나.

     

    답변 : 백 선생은 통일운동가이면서 노동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pd(민중민주주의) 계열에선 민족주의자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비판을 일삼았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운동 진영은 서로를 그렇게 비판하는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백 선생은 늘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자라고 자처했는데,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백 선생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자라고 받아치곤 했다. 백 선생은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사회운동을 했고, 백 선생의 영면으로 이제 그 운동의 마지막 세대가 마감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우리 노선에서는 애초 민중통일 운동보다는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한 시대가 저물고 다른 시대가 오고 있다. 백 선생의 시대가 어떻게 마감되고 있느냐, 앞으로의 시대와 과제는 무엇이어야 하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질문 : 전쟁 위기를 끝낼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변 : 한국도 제국주의 국가다. 중심과 주변의 차이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긴장과 충돌은 제국주의 사이의 필연적 과정이다. 이 대결을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활용하는 것 역시 제국주의의 본질이다. 세계전쟁의 가능성은 100년 전보다 훨씬 커지고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자본계급에 없다. 그렇기에 세계전쟁의 화약고는 늘 수면 아래 있다. 전쟁을 막아내고 진정한 계급 평화를 혁명으로 이루어내고 인류를 구원할 대안은 오직 자본주의를 대체한 코뮤니즘밖에 없다. 전 세계의 코뮤니스트들과 노동자들은 100년 만에 다시 한번 혁명을 통해 평화를 이루자는 코민테른의 교훈을 상기하고, 100년의 사이비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청산하고 자본주의의 질곡과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혁명적 무기, 세계 혁명당 건설을 함께 선언하고 그 구체적인 역사적 과업에 나서야 한다.


    질문 :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기본 특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

     

    답변 : 인간의 필요가 아닌 이윤을 위한 생산, 노동계급 착취를 대가로 한 비용효과의 영원한 추구, 피착취자 삶의 조건에 대한 폭력적 공격, 국가와 기업 사이의 치열한 경쟁 등이다. 프랑스에서 자본주의는 바이러스, ‘혁명은 백신이라는 구호가 일반인 입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몇 개월 동안 세계 사람들은 코로나에 대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응 방식을 지켜보고 있다. 지역봉쇄, 이동금지, 거리 두기, 재정지원, 실업급여 등의 재정금융 지원, 그리고 삶의 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자, 민중 행동에 대한 공권력의 억압과 폭력, 인종주의, 민족주의를 이용한 적과 희생양 만들기 등등 100년 동안 자본주의 위기 시기마다 자본주의 국가와 자본계급이 활용한 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노동계급을 포함한 모두는 알고 있다.

     

    질문 : 대안은 무엇인가.

     

    답변 : 지금은 노동계급의 광범위한 투쟁이 건강, , 안전, 공장폐쇄 등의 방어적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투쟁이 지구적 규모로 확장되고 있고 계급영역 내의 기본투쟁으로 진전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자본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인종주의, 민족주의 외피를 쓰고 노동계급을 포함한 민중의 심리와 의식을 왜곡시켜 자본계급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 코뮤니스트들과 그들 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항, 혁명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세계 노동계급과 함께 전쟁, 억압, 착취의 고리를 끊어내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연합하는 코뮤니스트 세상을 세계혁명으로 만드는 길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역사적 임무일 것이다.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오세철 교수 제공


    질문 : 끝으로, 앞으로 과제가 있다면.

     

    답변 : 옛 노동운동에서는 사회주의가 어느 정도 민족 선구자 뒤에서 실현될 수 있고 세계 공동체는 사회주의 경제의 점진적 융합 과정으로 창조될 수 있다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가능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험처럼 일국 사회주의 건설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코뮤니즘이 결정적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자본주의는 모든 곳에서 결정적으로 파괴되어야만 한다. 코뮤니즘은 자본주의 내에서 건설될 수 없다. 한편에서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순환적 위기로 규정하고 조용히 참고 기다리면 비바람이 그치고 순수한 항해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특히 이러한 입장이 이른바 사회주의 진영에까지 파고들어 와 계급투쟁을 희석하고 건강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19세기 자본주의에서 일어났던 광경이며 20세기와 21세기 자본주의 위기에 더 적용될 수 없는 논리가 되어버렸다. 이는 상승기에 있고 무한히 확장되는 19세기 자본주의의 위기였고, 맑스는 코뮤니스트 선언에서 이 위기를 과잉생산의 전염병으로 불렀다. 그런데 과잉생산의 경향은 기아, 가난, 실업을 가져왔지만, 상품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상품, 너무 많은 산업, 너무 많은 자원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경쟁을 통해 무정부체제로 끌고 가는 자본주의의 기능인데 새로운 임노동과 상품을 찾아 새로운 지역을 정복함으로써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확장하고 심화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19세기는 위기의 순간을 건강한 심장이 뛰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열어갈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한 노동계급의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비타협적인 자발적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일이다. 계급의 투쟁을 엇나가게 하고 자본 분파와 연결하는 모든 세력(노동조합, 좌파당, 민족해방전선 등)으로부터 독립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세력들과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국제적인 것처럼 노동계급의 투쟁도 국제적이어야 한다. 나아가 세계의 인류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운동이 계속되어야 한다.

     


    20214

    인터뷰이 : 오세철

    출처 :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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