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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 14호]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역설
  • 조회 수: 4794, 2021-11-17 20:32:19(2021-09-11)
  •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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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내년에 치러지는 부르주아 선거와 맞물려 한국 사회는 때아닌 공정 담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1) 공정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능력주의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을 갖춘 사람을 사회의 모든 요소에 선발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자본주의 물적 토대인 생산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 개인의 능력은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게다가 가족을 경제단위로 하는 자본주의에서는 가족 배경이 능력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노동력이 상품으로 되는 자본주의에서는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관점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순수한 개인의 능력은 환상에 불과하고, 이러한 능력주의를 전제로 한 공정은 계급지배의 통치 수단이다.

     

    공정 담론 그 자체만으로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무시하고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형식적 공정은 실질적 불평등을 은폐시킨다. 역설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에 정의, 공정 담론이 주장되고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정의, 공정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하는 생산양식이다. 이렇게 정의, 공정이 있어야 하는 계급사회에서 공정은 실현될 수 없는 허구이자 환상에 불과하지만, 부르주아는 공정, 능력주의 담론을 유행시키고 있다. 이것은 경제 위기와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배경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함이다.

     

    능력주의의 역할

     

    노동계급 분열

     

    공정의 핵심 전제인 능력주의는 봉건귀족에 대항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였다. 또한, 무산자계급에 대한 차별과 배제,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원시적 자본 축적기부터 자본주의가 세계적 지배 질서가 된 이후에도 자본은 능력주의를 통해 노동계급의 연대와 단결을 막고 분열을 획책했다. 이에 포섭된 노동계급 일부는 능력주의 신분 상승 대열에 개별적으로 합류하는 데서 전망을 찾으면서 불평등 사회를 인정했다. 한국의 주류 노동조합운동도 능력주의에 편승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노노 갈등은 증가하였다. 그 흐름은 노동운동의 역할을 계급의 해방이 아니라 당면 생존권에 대한 협소한 방어로 제한했다.

     

    노동계급 일부의 능력주의로의 편승은 노동자 자기해방에 대한 전망 부재를 스스로 폭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미래 노동계급에 능력 중심의 불평등 사회를 지양하기보다는 더욱더 능력과 공정에 집착하도록 하였다. 전망의 부재는 한편으로는 불평등 완화를 부르주아 정부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기도 했고, 한편에서는 공정성 시비로 적법한 노동권마저도 빼앗고 있다. 올여름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의 직고용 요구를 내건 재파업에 대한 취업준비생, 건보공단의 정규직에 의한 '공정성' 논란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렇게 능력주의에 갇히는 순간 노동운동의 전망을 잃어버리고 체제를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과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하게 된다. , 노동운동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라지고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불평등을 인정하고 노동계급의 투쟁을 탄압하는 자본주의 신봉자가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모순 은폐와 왜곡

     

    자본주의에서 불평등과 노동자 민중의 생활에 필요한 자원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필요에 의한 생산이 아니라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생산의 사회화가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지만, 이윤의 사유화는 코로나19 백신전쟁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인류 생존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2)

     

    자원의 불평등 분배는 이렇듯 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능력이 부족한 개인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시킨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순수한 개인의 능력주의는 환상이며, 사회경제적 배경을 무시한 왜곡된 시각이다. 따라서 능력주의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계급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실에서 능력주의는 노동계급에 초등학교부터 취업 이후까지 학업/취업/임금인상/승진 경쟁을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본이 요구하는 능력에 부합하도록 노동자를 재창조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 능력주의에서 패자에게는 결과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사회 부적응자로서 온갖 차별에 노출되고 적법한 요구마저도 무시된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인종주의, 엘리트주의, 평가주의, 성과주의 등 차별의 여러 형태와 같은 패러다임을 가진다. 하지만 부르주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란 부와 권력에 대한 세습이 가장 중요할 뿐, 실수로 거액을 날려도 그들의 태생적인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능력주의는 계급마다 다르게 적용되며 계급적 성격을 갖는다. 자본가계급에는 공정을 초월한 정의이지만, 노동계급에는 억압적이고 차별적이다.3)

     

    불평등 사회 은폐 ; 대장동 게이트, 계급 간 착취!

     

    능력주의는 자본이 요구하는 기술도 지식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을 정리, 처분, 폐기, 도태시키는 명분이며, 차별과 혐오의 근거이자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쇠퇴하는 자본주의에서 능력주의는 한계가 분명하다.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 소유 간 모순은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은 더욱 실현되기 어렵다. 작년의 조국 사태, 최근의 화천대유 사건을 비롯하여 지배계급의 부동산 투기 의혹, 학력 위조 등 수많은 편법과 불법은 이 사회가 형식적으로도 공정한 경쟁을 지키지 않는 사회임을 증명하고 있다. 장기간의 경제 위기는 노동계급에는 착취의 강도 증가로 나타나지만, 자본에는 이윤의 증가로 나타난다. , 공정과 능력은 불평등한 사회 경제적 배경 속에서 착취를 합리화시키고, 사회구조적 불평등이 격화될수록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최근 논란이 된 대장동 게이트가 대표적 사례이다.

     

    부르주아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게이트’, ‘검언정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라고 불리는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은 자본, 검사, 언론, 정치인 등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개발이익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대중을 착취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은 사건이다. 지배계급은 자신이 만든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법망을 빠졌나갔고 필요하다면 관련 법규를 수정, 보완까지 하였다. 이것은 적법이라는 명목하의 자본주의적 방식의 이윤 착취이다. 이런 점에서 대장동 게이트는 지배계급의 부패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간 착취이다. 이처럼 능력주의는 지배계급에 의한 개발 의혹이 비리나 부정으로 인식되는 것을 방어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럼으로써 노동계급이 처한 현실을 은폐하고 왜곡시키는 요인이다.

     

    능력주의 비판 한계 ; 경쟁을 넘어 코뮤니즘을 향한 연대로

     

    지금까지 능력주의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공정에 기준을 두고 조건, 과정에 대한 평가였다. 또한 능력주의가 차별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며, 능력이 세습되는 시대에는 능력주의 자체가 불공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차별과 불평등의 원인을 공정의 기준, 능력주의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무시한 결과이다. 그래서 비판의 결론은 불평등과 차별의 원인인 능력주의를 다시 계급 상승의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계급사회에서 정의, 공정, 능력주의는 언제나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자본이 요구하는 능력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의 힘이다. 계급 단결로 노동력이 상품이 되지 않는 사회, 생산수단이 사회화된 사회, 가치법칙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코뮤니즘 사회로 나아가야 비로소 노동계급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 정의, 공정, 능력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더는 필요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사유재산과 착취, 계급 분열에 기초한 자본주의 생산은 가치법칙 및 시장과 화폐를 통한 분배와 소비에 종속됨으로써 경쟁과 무정부성을 벗어날 수 없었다. 코뮤니스트 사회에서는 가치법칙이 사라지며, 생산은 평의회 체제에 의해 사회화된다. 국가적 경계와 분할은 사라지고 인간의 보편적 정체성과 창조성이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코뮤니스트 정치원칙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코뮤니스트 사회’, 국제코뮤니스트전망)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의 사유화는 자원 희소성, 자원의 불평등 분배의 원인이었다. 자본주의 고유의 모순을 감추고 노동계급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서 공정 담론,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하지만 노동계급에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결코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계급의 단결과 연대로 불평등과 차별의 원인인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코뮤니스트 사회를 건설해야 억압과 모순을 뿌리 뽑을 수 있다.

     

    노동계급의 가장 큰 능력은 야만과 착취의 낡은 사회를 혁명적으로 전복하고 집단으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며 스스로 해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반대로 지배계급의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은 노동계급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단결과 연대라는 진정한 능력을 빼앗아가는 반동 이데올로기이다. 현장에서부터, 일상에서부터 자본주의적 경쟁, 능력주의, 공정 논리에 맞서 코뮤니즘의 전망으로 투쟁하자!!!

     

    202111

    국제코뮤니스트전망 윤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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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의, 공정 담론은 자본주의가 탄생할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다. 때로는 구질서(봉건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서, 때로는 노동계급을 분할 통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공정, 능력주의 담론이 이슈화되는 것은 자본주의 쇠퇴기 경제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부의 불평등한 경제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2) ‘()코로나19 백신: 보건은 단지 자본주의의 상품이다.’(코뮤니스트13, 국제코뮤니스트흐름)

     

    3) 최근의 화천대유사건과 관련해서 곽상도 아들의 퇴직금 50억은 큰 논란이 되었다. 그는 부동산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한 대가를 얻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50억은 곽상도의 뇌물 의혹으로 이어지며 수사대상에 올랐다. 뇌물이든 부동산 분야 일을 열심히 했든지 간에 이것이 부르주아가 그토록 강조하고 싶었던 공정이고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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