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코뮤니스트 14호] 열사의 시대가 죽음의 시대 산 자에게
  • 조회 수: 1786, 2021-11-30 00:55:27(2021-11-30)
  • 열사의 시대가 죽음의 시대 산 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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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하늘

    - 한진중공업 김주익

     

     

    가을엔 외롭다고 하지 말자

    외로움마저 끊어버린 사람에게

    너무 쉽게 외로움을 말하는 건

    외로움이 싸움이란 걸 모르는 소리

     

    저 나무는 생선가시처럼,

     

    파랗게 떨며 혼자 가슴 태워도

    끝내 피우지 못한 외로움의 연기

    허공의 문을 닫고 꺼지지 않는 불붙여

    죽어가는 하늘 끝 겨우 매달린 가을에

     

    임성용

     

     

     

     

    지옥에서 핀 꽃

    - 세원테크 이해남, 이현중

     

     

    노동자가 한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나라

    이런 나라인 줄 알았으면

    정말로 이 나라에 태어나지 말 걸

     

    너희가 정녕 내 숨통을

    끊어놓기를 원한다면

    오냐, 죽어주마!

    이번에는 내 차례다

     

    나는 지옥에서 핀 꽃이었다

    비바람 몰아치면 비바람이 되고

    폭설이 내리면 폭설이 되어

    나는 기필코 이 세상의 끝을 보리라

     

    임성용

     

     

     

     

    2013128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윤주형

     

     

    아무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혹여 어울리지 않는 열사의 칭호를 던지지 마세요

    버티는 일조차 힘이 들더라

    조직도 노조도 친구도 동지도 차갑더라

    세상에 나온 건 누구나 평등해도 사는 일은 그렇지 않았는데

    나에게 참 다행인 것은 내 죽음을 나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네

     

    주지 못한 뜨거운 마음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으면

    그럴 수 있다면 가난한 내 살과 영혼을 주고 싶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 때

    형제들은 출근의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게 벨 것이며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어두운 강가에서 저녁 노을 바라보며

    나는 꺼져가는 눈물을 흘리겠지요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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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는 땅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1.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고운 때는 이미 지나갔다

    너무 잘 먹은 것이 죄다 독이다

     

    독에 중독된 몸은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이다

    고통조차 두려워 모르핀 쇼크로 죽어갈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촘촘하게 삥 뜯기며 죽어갈 것이다

     

    이제 몸은 이윤의 새로운 세계시장이 되었다

    화해할 수 없는 계급투쟁의 전장이 되었다

     

    식탐을 이기지 못하는 곳에 이윤이 있고

    증상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 이윤이 있다

    한 줌의 알약으로 완치를 꿈꾸었으나

    스스로 몸에 뿌린 제초제였다

    몸의 면역체계는 이윤이 되지 못했다

     

    약을 팔아먹기 위해

    질병을 기획하고

    아픈 몸을 대량 생산했다

    약을 팔아먹기 위해

    새로운 세균과 바이러스를 대서특필하고

    공포와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생명이 아닌 것이 자본주의였다.

     

    독극물 : 백신이라고 쓰고 몸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읽는다

     

    곧 백신 접종 여부가 출입증이 되고 여권이 되며

    국민의 새로운 신분증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 난 국가 밖에서 출입증 없이, 여권 없이, 신분증 없이 난민으로 살 것이다

     

    2.

     

    내 의지는 혁명을 꿈꾸었으나

    내 혀는 자본주의에 길들여 있었다

    매일 매일 자본주의에 길든 혀들이 돋아났다

    먹음직하고 자극적인 것들 뒤에서 질병이 오고

    이윤이, 사적소유가, 명령과 위계가,

    감시와 통제가 부활했다

    ; 이것은 모든 혁명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기형에 대한 이야기다

     

    비어 있으라

    비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싸움이다

     

    비워 내고 비어 있는 몸에 땅을 들여야 한다

     

    GMO, 제초제도, 농약도, 화학비료도, 다량의 질소도

    착취다

    이윤이다

    땅에 어떤 짓도 하지 마라

    몸에 어떤 짓도 하지 마라

    모든 치유는 자연치유,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다”1)

     

    아픈 몸은 사유하는 몸이다

    때에 맞춰 살아갈 뿐

    불치도 완치도 없는 것이 삶이다”2)

    전문가에게 의탁하지 마라

    누구나 아무나 배워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

    내 몸에 하는 침뜸은

    몸에서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를 성찰하는 일이고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통제권을 갖는 일이다

     

    치유는 땅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서로를 꿈꾸고

    풀 한 포기까지 이름을 얻는 것이다

    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풀꽃처럼 춤을 추는 것이다

     

    꼼지락

    꼼지락

    미생물처럼 땅에 깃들어

    간신히 살아간”3) 이의

    혁명론을 읽는 저녁이 있다

     

    조성웅

     

    <>


    1) 돌쑥, 내 몸에 침뜸하기강의 중에서 인용

    2) 돌쑥, 내 몸에 침뜸하기강의 중에서 인용

    3) 간신히 살아간다권정생 선생의 말씀

     

     

     

    <편집자 주> 위의 시는 본지의 요청으로 싣게 된 작품으로 국제코뮤니스전망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글/작품에 대한 반론과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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