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부르주아 선거와 노동계급」 2판을 내면서
  • 조회 수: 1150, 2024-04-17 10:32:09(2023-04-24)
  • 부르주아 선거와 노동계급2판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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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부르주아 선거의 본질과 의회주의/선거주의에 대한 코뮤니스트 원칙을 밝힌 소책자를 발행했다. 대선 결과 자유주의-민족주의 부르주아 분파에서 보수주의 부르주아 분파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부르주아 권력에 대한 분석 틀을 자본주의 체제 동전의 양면인 진보-보수 또는 좌파-우파로 나누지 않고, 코뮤니즘과 자본주의, 프롤레타리아 정치와 부르주아 정치로 나눈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으로의 정권 교체는 부르주아 분파 사이 권력 이동이며, 심각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지배계급의 위기 전가-노동계급 공격 강화를 의미한다.

     

    경제 위기, 기후 위기, 팬데믹에 이어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앙에 직면하여 세계의 모든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에 더욱 큰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집권 초기부터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위기 극복국익에는 항상 노동계급의 일방적인 희생과 인내가 전제되어 있다. 윤석열 정권은 조직노동자들의 전투력이 약해져 있고, 계급 내부 분열이 공고화된 지금, 노동자들을 이데올로기 공격뿐 아니라 세대별, 성별, 조직-미조직,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라치면서 최대한 밀어붙여 전투적인 부분을 제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 운동의 위기 상황에서 내년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이른바 노동중심의 진보대연합 정당을 만들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총선방침은 이미 위원장 직권 상정이라는 절차상의 비민주성, 야권연대 행보를 한 특정 정당의 동의만으로 강행, 노동자 정치 세력 사이의 명백한 정치적 차이 봉합, 과거 실패한 진보정당 운동과 선거 전술에 대한 반성 부재 등 수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다수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총선방침 반대를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자본주의 위기 전가에 맞선 노동자 대반격과 계급적 단결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투쟁 창출에 부르주아 선거 참여와 조합주의 중심 정치세력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수십 년간 선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조차 민주노총 지지 후보보다 부르주아 정당과 정치인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투표했다. 이것이 부르주아 선거에 포섭된 계급의 현실이며, 선거주의-조합주의 중심 노동자 정치의 토대이다. 여전히 그들은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선거 때만 되면 선거연합, 독자 후보, 비판적 지지까지 반복되는 선거 전술의 재탕과 이합집산 속에서 노동자 운동 전체의 쇠락을 가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낡은 운동과 철저히 단절하고 새로운 운동을 창출하기 위해 부르주아 선거 자체를 반대하면서 자본주의를 넘어선 프롤레타리아트 정치, 코뮤니스트 전망을 제시해 왔다.

     

    "더는 통합진보당’, ‘진보정치’, ‘좌파정치운운하면서 고리타분한 대립을 논하지 말자. 가까이에서 보든, 멀리에서 보든, 우리 주변에 펼쳐진 노동자 투쟁 정치와 미디어에 비친 진보정치는 그 어느 것도 공통점이 없다. 정확히 말해, 96~7년 노동자 총파업 투쟁 이후, ‘민주노총 정치방침으로 형성된 진보정당(정치)’ 시대는 끝이 났다. 그러나 여전히 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말하면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가 노동계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낡은 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정당에 제물을 올리고 축문을 읽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다고 야권연대 진보정당을 비판하면서, 이른바 지도력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공동전선(통일전선)을 통한 노동자 독자정당이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정치 노선에서 실체도 불분명한 민족해방 좌파, 중앙파, 현장파를 포함한 공동전선 당은 무엇보다, 한국 프롤레타리아 정치 운동의 위기를 계급정치의 부활이 아닌 지도력의 정치에서 찾는 점에서 노동계급에 치명적이다. 또한, 통일전선 당은 그간에 진행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당 건설 공동 활동 경험과 노력을 폐기한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진행되는 공동전선당 전략은 기껏해야 계급성과 혁명성도 애매한 진보좌파연합으로 수렴될 것이다.

     

    계급투쟁의 무기력함에서 오는 비관주의와 조급성, 여러 차례 패배의 자책감 등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활동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 파업과 거리투쟁을 통해 동지를 찾아내고, 자본과 노동의 적대적 투쟁을 통해서 새롭게 올라오는 대중의 잠재적 힘을 주목해야 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금 혁명운동의 정치원칙을 강인하게 사고해야 할 때다." (코뮤니스트 정치조직을 출범하면서, 2012, 국제코뮤니스트전망)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정당 이름과 문구 몇 개만 바꾸면 현재 상황과 거의 같을 정도로 변한 게 없다. 통합진보당 대신 정의당과 진보당이 들어섰고, 강령 통일과 실천 검증에 따른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 투쟁 대신 의회주의 좌파 정당에 흡수된 이른바 사회주의 대중정당이 만들어졌고, 노동자 운동 내부에는 선거주의가 고착된 것이 변화의 전부이다. 이렇게 후퇴와 타락을 거듭한 운동 속에서 선거주의자들은 어떠한 반성과 성찰도 없이, 또다시 온갖 명분으로 부르주아 선거판에 뛰어들어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에서 우리는 부르주아 선거와 노동계급에 관한 코뮤니스트 원칙을 근본적으로 밝히고 계급투쟁의 발전을 위해 사상투쟁을 시작하려 한다. 우리 비판의 핵심은 이른바 노동자 정치세력화, 계급정당 건설을 주장하는 세력의 운동적 퇴보와 그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후보 전술이다. 그들은 우리의 반()의회주의 투쟁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교주주의라고 비난한다. 일부 사회주의자 자임 세력은 의회주의-부르주아 선거의 본질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선거 참여는 전술일 뿐이라며 선거 자체를 거부하는 우리를 초좌익으로 몰아가며 깎아내린다.

     

    그러나 지난 몇 번의 선거 전술 실패 사례만 살펴보아도 선거주의자들의 거짓은 쉽게 드러난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그들의 선거 참여가 계급의식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퇴보하는 운동의 역사는 반성하지 않는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지만, 혁명적인 운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으로 운동을 발전시킨다. 역사적으로 혁명운동의 걸림돌은 좌익의 급진적인 행동으로 타격을 받는 것보다 기회주의자들이 계급 운동에 들어와 계급의식을 후퇴시키고 투쟁을 교란하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어서라도 국회에 가겠다."라는 선거주의 중독을 노동자 운동에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타락한 운동의 상징일 것이다.

     

    부르주아 선거에 임하는 코뮤니스트 원칙은 자본주의 체제의 혁명적 전복과 노동자평의회 국제 권력 수립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노동자 운동 내부에서 당연시했던 것과는 전제 자체가 다르다. 부르주아 선거와 노동계급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발간했고, 코뮤니스트좌파의 의회/선거 강령에서부터 지난 10여 년간의 한국 선거 평가, ()의회주의 투쟁 역사까지 전반적으로 다루었다. 우리는 이번 선거만이 아니라 앞으로 노동계급이 주기적으로 치르게 될 모든 부르주아 선거에서 계급적 입장과 노동자 정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의 2판을 발간한다.

     

    노동계급은 4, 5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부르주아 선거 사기극에 맞서 계급적 입장에서 "선거 거부"를 계속 제기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과 거리에서 계급투쟁을 재개하고 "혁명당 건설"에 나서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노동계급의 대변자를 자임했던 자들이 가장 많이 배신하는 경우는 탄압받을 때가 아니라 선거 기간이었고, 반대로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조직하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투쟁에 나섰을 때라는 것을 강조한다.

     

    "해방을 위한 투쟁 속에서 당연히 온갖 오류를 다 범하게 돼 있다.

    그러나 자신 한 몸의 영달을 위해 사는 것보다 더 무서운 오류는 없으니 그래도 투쟁하는 게 더 낫다."

    (한 혁명가의 회고록, 빅토르 세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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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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