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 [붉은글씨] 『붉은글씨』를 창간하며
  • 조회 수: 7586, 2013-05-05 21:40:15(2013-04-24)
  • 『붉은글씨』를 창간하며

     

    1.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후보 등록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문재인과 안철수는 단일화 논의에 들어갔다. 박근혜와 야권단일후보의 팽팽한 양자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선거가 지나면 부르주아 양당 제도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눈치 빠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출신의 사민주의자들은 마침내 독자적인 제3당 노선을 포기하고 미래의 권력을 찾아 야권연대라는 명목으로 보수정당에 투항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던 합법적 노동자정당 운동이 통진당 사태로 파산에 이르자, 그로부터 빚어진 정치적 공백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진보신당과 여러 좌익 정치조직들은 자신의 명운을 걸고 대선 판에 뛰어들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자며 통합운동에 나섰던 좌익 정치조직들은 통합 운동의 거품이 빠지자 어떻게든 생존의 기반을 다지고자 필사적으로 자기 몸을 던지고 있다. 결국 정치가 아니라 생존을 담보로 한 몸부림은 노회한 기회주의자들의 배신과 협잡에 휘둘리고 실력의 바닥이 드러날수록 선거를 활용하겠다는 애초의 공언은 간 데 없이 출마의 성공 자체가 목적이 돼버렸다.


    2.한국에 사회주의 운동이 본격화 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운동은 소련의 몰락으로 집단적인 배신과 변절의 열풍이 불던 90년대 중반 언제쯤에 소위 ND, PD와 같은 기존 정파 운동의 부정으로부터 출발했다.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민주노동당과 같은 개량주의 정당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현장 노동자의 전투적 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의 결합을 이루려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 간 그들이 기반을 두려고 했던 전투적 노동운동은 해체되고 조직노동운동 전반이 무력해졌다. 그로 인해 이 운동 역시 현실에서 밀려나 함께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낡은 운동의 쇠락에 대한 조급함은 부르주아 선거판에 무원칙한 투신으로까지 나아가게 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불안정한 삶과 생존의 위기를 몸소 체현하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한 판의 선거에 쏟아 붓기 위해 돈을 모으고 몸을 던질 각오를 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도박이 과연 성공할까? 설사 이러한 도박이 어떠한 성과를 낸다하더라도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는 결국 이전의 실패를 고스란히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위기와 쇠락의 원인은 더 깊은 곳에 있으며 그에 대한 반성과 극복 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3.하지만 우리는 조급하지 않다. 낡은 운동의 기반은 붕괴되고 있지만, 새로운 투쟁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을 운동의 가능성을 예상보다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회 경제적 위기는 깊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들이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에 미련을 두는 옛 사회주의자들은 새로운 운동과 투쟁에 결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붉은글씨"의 창간을 통해 새로운 침머발트 좌파 경향을 창출하고 그것으로 새로운 운동과 결합하고자 한다. 

    1차 대전이 발발한 후, 유럽의 모든 사회주의 세력들이 애국주의의 광풍에 휩쓸려가고 있을 때, 제2인터내셔널로 대표되는 기존의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이 전반적으로 파산하고 붕괴하는 시기에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극소수의 좌익들 - 즉, 독일의 로자 룩셈부르크 지지자들과 좌익 공산주의자들, 러시아의 볼셰비키와 트로츠키주의자 등 - 이 시대의 유행에 반해서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고자 침머발트에 결집했다. 이 운동은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인터내셔널, 코민테른의 건설로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혁명적인 좌익은 모두 침머발트 좌파로부터 시작했다.

    물론 이후 코민테른의 역사는 침머발트 좌파의 정신을 온전히 담지하지 못했다. 2차 대회에서 중도주의자들을 수용하는 문제로 좌익 공산주의자들이 축출되고, 5차 대회 이후에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쫓겨났으며, 코민테른은 스탈린주의자들과 이도저도 아닌 기회주의자들의 손에 장악되었다. 그리고 초기 코민테른에 기초해서 자신의 운동을 시작한 혁명적 제 세력도 지금에 와서는 현실의 변화에 경도되어 한편으로는 반자본주의 전선 같은 현대판 인민전선에 투항하거나 반대로 변화와 변절을 구별하지 못하고 낡은 원칙에 집착하며 형편없이 축소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적으로 운동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이 시기에 새로운 상황을 분석하고 원칙을 재점검하고 그 운동에 결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미약하지만 우리는 현재 사회주의자들 사이에 팽배한 맹신과 무지에 맞서 새로운 국제주의 운동이 창조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4.우리가 생각하는 "붉은글씨"의 기본적인 편집방향은 다음과 같다. 

    스탈린주의와 명확한 이론적, 실천적 단절은 오래전에 이루어 졌으나 아직도 스탈린주의자들과 반(半)스탈린주의 세력들이 운동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새롭게 운동에 참여하려는 이들의 눈을 흐리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대한 평가로부터 다시 새로운 혁명적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련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개량과 개선이 아닌 새로운 체제, 노동자들의 직접 권력에 기초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코뮤니즘 사회의 건설을 지향할 것이다. 

    "붉은글씨"는 진지한 이론적, 실천적 노력 없이 야합과 무원칙이 현실 개입이라는 미명아래 정당화되는 운동의 흐름에서 새로운 경향을 창출하고자 한다. 우리는 혁명적인 원칙을 가지고 새로운 세대를 만나고 기다리려 한다. 아직은 <사회주의노동자신문>과 <국제코뮤니스트전망> 두 개 단체의 회원들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의 방향에 동의하는 동지들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활짝 열어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속과 상관없이 다양한 동지들의 기고를 조직할 것이다. 


    2012년 11월

    붉은글씨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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