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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글씨] 우파에 대항하는 ‘좋은 노조’, 좌파노총 건설? [새로운 시대의 총연맹, 좌파노총] 비판 - 이혜원
  • 조회 수: 6436, 2013-05-05 21:47:22(2013-04-30)
  • 우파에 대항하는 ‘좋은 노조’,  좌파노총 건설?

    허영구의 [새로운 시대의 총연맹, 좌파노총] 비판

    이혜원|국제코뮤니스트전망

     

    좌노총1.gif


    다시 좌파로?

     

    노동조합, 노동운동에서 좌파라는 단어만큼 힘을 갖는 말이 또 있을까? 좌파라는 말은, 정치적 입장을 표현할 때나, 행동을 결정할 때, 세력을 합칠 때, 흔하게 ‘잣대’로 등장한다. 속된말로 “저쪽은 우파고 우리는 좌파야”라는 말을 안 들어본 활동가가 있을까? 이렇듯 좌파라는 말은, 세력과 노선을 가르는 경계 기준이자, 은연중에 우리의 사고를 하나의 공통분모로 형성하는 하나의 단어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조운동, 아니 노동운동에서 좌파란 무엇인지, 대체 좌파는 무엇을 지향하는지, 정확하게 제기하고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이 물음에 답하는 책이 최근에 발간됐다. 민주노총 전직 간부 출신인 허영구의 [새로운 시대의 총연맹, 좌파노총](이하 ‘좌파노총’) 소책자다. (이 소책자는 64쪽이라 인용할 때, 따로 쪽수를 적지 않았다. 소책자에서 허영구는 고전적인 주제인 당-노조 관계를 검토하지 않으면서, ‘좌파정당-좌파노총’을 주장하고, 좌파노총 강령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이 서평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먼저 허영구의 핵심주장을 들어보자. 첫째, 현 시기를 “파국적 위기에 직면한 신자유주의.금융자본주의 체제”라 규정하고, “금융의 세계화”, “금융위기”를 설명한다. 통계수치를 인용하면서 한국 자본주의 부패, 고용, 노동재해 문제를 언급한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의 쇠퇴와 노동정치의 우경화”에서는 우편번호부 책자를 연상시키는 연대기적 사건으로 노동운동을 나열하면서, 민주노총 출범 이후 “총연맹 집행부는 우경화와 노사협조주의, 타협주의로 변해갔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운동은 변혁적 정치 노선을 포기하고 우경화” 됐다고 평가한다.

     

    셋째, “시급한 것은 올바른 정세 인식”이며, “민주노조나 진보 정체성이 아닌, 좌파노총 건설이 시대적 과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좌파노총의 내용은 무엇인가?

     

    허영구는 “이제 자본주의 체제 내 진영의 개념으로서 ‘좌파’를 선언할 때다. ‘노동=좌파’와 ‘자본=우파’의 대결을 분명히 할 때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철폐시키는 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계급 (금융피해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주체로 세우는) 좌파노총”이다.

     

    좌파노총은 어떤 경로를 거쳐 건설할 것인가? 그는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 2011년 총회의 안건이었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통한 (가)노동해방노조 건설안’을 소개하면서, “노동전선을 노동조합으로 재편하면서, 산업과 지역을 포괄하는 전국적인 단일한 노조로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굵은 글씨 인용자 강조)

    좌노총.JPG


    좌파노총은 과연 시대적 요구인가?

     

    이 서평은 허영구가 주장하는 ‘좌파노총 건설’을 비판한다.

     

    왜, 어떤 점에서, 좌파노총이 위기에 처한 노조운동(민주노총)을 구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노동조합은 무엇이었을까? 더 나아가 자본주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면서, 노동자 권력의 기초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런 물음 앞에, 허영구는 “자본주의 체제 내 진영의 개념으로서 ‘좌파’를 선언”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내 좌파다. 자본주의 내 좌파를 이념(?)으로 하는 좌파노총이 과연 노동조합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독특한 성장배경을 갖고 등장했다. 사회주의 운동세력이 85년부터 89년 비합법 정치운동 시기에서 벗어나, 90년 공개 정치운동을 하면서 진보/좌파라는 용어로 자신을 드러내면서 썼던 용어다. (최근 노무현 추종 세력이 다수를 이루는 부르주아 분파인 진보정의당과 NL의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것을 보라.) 진보/좌파는 90년대 소련 붕괴에 따른 사상 이론 혼란을 관통하는 말이며, 이념적으로도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NL(민족해방운동) 운동에 대한, ‘반정립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좌파로 규정했다. 이런 점에서 좌파라는 단어는 NL운동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다.

     

    게다가 그가 아무리 ‘행복한 감성’을 갖고 좌파노총, 변혁성 운운하더라도, 자본주의 내 좌파는 결국 전투적 노동조합주의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68혁명 때 노동자계급의 90% 이상이 파업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68혁명에서 노동조합을 오히려 장애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 광장 점거투쟁은 한 달 동안 50개 도시로 확산되고 노조 총파업 투쟁까지 이어졌으나, 2010년 9월 노조가 정부 협상안(현재 연금 수령자들보다 20% 낮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을 수용함으로써 패배로 끝났다. 노조의 협상안에 분노한 젊은 세대들이 2011년 5월초에 20여만 명이 모이는 대중 집회를 이어간 바 있다. 이렇듯,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기구로 작동하지 않는다.

     

    좌파노총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수준, 저항의 정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지 못한다. 특히 대공장 사업장일수록 노동조합의 조직 안정성을 위해서, 현장 내에 형성된 평균적 의식에 조응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태도를 보라!

     

    게다가 허영구가 말하는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계급과 금융피해자들이 대거 좌파노동조합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의 성숙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없다. 노동조합의 가입률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의 성숙성’을 판단하는 것은 단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기준일 뿐이다. 만약 대중 파업이 일어날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할 집단은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아니라 덜 조직된 또는 조직이 안 된 노동자들일 것이다.(로자 룩셈부르크) 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파업투쟁을 지도했던 투쟁 조직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파업자위대, 정당방위대 등이었음을 상기하자.

     


    노동조합 좌·우파 대립에서 벗어나야  

     

    역사적인 96-97 총파업 투쟁 이후 민주노총이 98년 1월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를 합의한 것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민주노총의 정리해고 합의에, 현장대중의 정서는 당시 현장파(좌파)라 할 수 있는 현장조직들(현대자동차, 한라중공업, 기아자동차 등)이 대거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는 흐름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장대중의 좌파에 대한 지지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들은 국민파의 정리해고 합의에 맞선 내부투쟁을 통해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를 이끌어내고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강화하는 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좌파의 흐름은 오래가지 못하고,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해산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의 무력화와 해산의 원인을 찾는 견해는 다양하다. 주요한 원인을 일부 좌파 조직의 정파적 활동의 폐해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무엇보다 현장대중, 현장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좌파나 우파나, 노조 위원장에만 당선되면, 차이가 없이 똑같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장대중들은 수년간에 걸친 체험으로 이제 더 좋은 노조, 노조 간부의 지도력(leadership)에 의존하는 노조운동의 속성을, 노조가 갖는 근본적인 구조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필자는 노동조합(민주노총) 좌.우파 대립구도에서 문제점을 찾는 좌파노총은 우리시대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통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 때 총파업을 조직하자고 외쳤던 민주노총 전.현직 위원장과 중앙 간부들이 부르주아 정당 선거캠프에 줄을 서며 입당하는 이때, 어떤 현장의 조합원들과 노동대중이 민주노총의 투쟁을 신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노동자들이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노동조합 또한 거대해진다. 노동조합 관료 지도자들이나 중앙 간부들은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 자본가들에 의해 착취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업이나 해고의 위협을 당하지 않으며, 사무실에 앉아서 조합의 일들을 처리하면서 전문가가 된다. 노동자들과 회의를 준비하며, 자본가들과 협상한다. 노동자들의 위치뿐만 아니라 자본가들의 위치도 이해하는 것을 배우고,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필요성”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된다.(안톤 판네쿡)

     

    따라서 노동조합 관료 지도자들은 현장 노동자들과 갈등.대립을 겪으면서, 부르주아 정치로 쉽게 순응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에 대해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밑으로부터 노동자의 독립적인 행동을 조직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 전략적 첫 노선의 단추는 노동계급의 스스로의 조직화를 꾀하는 독립적인 행동인 비공인 파업, 현장점거투쟁 등이다.

     

    자본주의 역사적인 대공황과 쇠퇴의 정세적 조건은 노동자 임금.생활조건의 악화, 자본의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급의 자연스런 투쟁과 대중의 자기조직화는 파업위원회나 행동위원회로 등장한다. 이러한 흐름들은 자본주의적으로 조직되는 ‘공식적 노조운동’에 대한 대중적 거부다. 전체 운동의 계급투쟁 효과로서 나타나는 노동조합의 전투성은 오직 노동자 대중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데, 좌파정당이나 좌파 노동조합 리더십에서 강화될 수 없다.


    좌파노총이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과 분배를 통제하는 노동자평의회 정신을 추구할 때다. 노동자 권력의 조직적 구조의 맹아적 형태는 여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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