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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뮤니스트의 기억] 내 사랑하는 친구 원에게
  • [코뮤니스트의 기억] 내 사랑하는 친구 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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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아!

    처음으로 너를 이렇게 불러보는구나.

    너 살아서는 남궁원 동지, 한 동지라고 하며 꼬박꼬박 호칭을 높여서 불렀지.

    지금 생각해보면 학번도 같은데, 꼭 그렇게 우리 사이에 격식을 갖출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쉽구나. 차라리 원아! 형성아! 하며 서로를 불렀다면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원아!

    연구소(사회실천연구소)에서 만날 때면 항상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한 동지 왔어요하며 반겨주던 너.

    출판사를 운영하던 넌 조만간 발간하고 싶은 책들에 대해 즐겨 얘기했었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랑스어판, 로자 룩셈부르크의 독일사회민주당의 위기, 일명 유니우스 팜플렛.

    그리고 넌 항상 말끝에 이렇게 덧붙였지.

    한 동지,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동지도 번역 좀 도와줘요.”

    사실 나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구나.

     

    원아!

    너에게 일어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던 지도 벌써 수년이 되었구나.

    경희대 병원으로 달려가 처음 본 너는

    마치 편안하게 한잠 길게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벌떡 몸 일으켜 왔어요. 한 동지!”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할 것 같았는데.

    아무리 너의 손과 발을 잡고 부여잡고 연신 비벼도

    너는 끝내 눈을 뜨지 않더구나.

    조금 더 우리 곁에 있어도 좋았을 텐데.

    누워 있어도 네가 있기에 우리가 힘을 낼 수 있었는데.

     

    원아!

    너를 보내며

    산 자들은 너의 영정 앞에서 다짐했지.

    네가 그토록 원하던 인간해방의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너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너의 미처 다하지 못한 임무는 우리에게 성큼 넘겨주고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잘 가라고.

     

    원아!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무겁구나.

    너와 한 약속을 과연 나와 우리는 얼마나 지켰는지.

    진도 앞바다에서 꽃 같은 아이들을 수장하고,

    현장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후려치고,

    심지어 집 안방에서 사람들의 폐를 딱딱하게 굳게 만드는

    자본이 온 천지에서 우리들의 삶을 갈기갈기 찢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네가 떠나간 그 자리에서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아!

    미안하다. 친구야.

    다음번 다시 만날 땐 너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는 하지 않으련다.

    빛나는 성과를 가지고 너에게 자랑하련다.

    그때 까지 지켜봐 줘.

    사랑하는 친구 원아.

     

    사회실천연구소 | 한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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