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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연 강좌] 노동자를 위한 회계Ⅲ
  • 조회 수: 1185, 2023-03-20 17:42:42(2022-09-02)
  • 노동자를 위한 회계

     

    한 형 성 | 사실연 회원

     

    연재 순서

    자본주의 회계는 자본가의 이윤증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계이다. 노동자가 자본주의 회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자본의 착취를 폐지하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만들어갈 새 사회에서는 자본가 회계와 구별되는 노동자 회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Ⅰ. 노동자에게 회계란 무엇인가?

    Ⅱ. 자본주의 회계에서 기업의 주인은 누구이고 기업이 번 돈은
    어떻게 나뉘나?
    Ⅲ. 노동자도 알아야 할 자본가의 기업 사진 감상법 (1), (2)
    Ⅳ. 노동자도 알아야 할 자본가의 기업 동영상 감상법 (1), (2), (3)
    Ⅴ. 자본가의 몫은 어떻게 증가하나?
    Ⅵ. 자본의 위기와 현금 물신주의
    Ⅶ. 자본의 기업이익 극대화 전략 (1), (2)
    Ⅷ. 자본가를 위한 회계와 노동자를 위한 회계

     

    Ⅲ. 노동자도 알아야 할 자본가의 기업 사진 감상법 (1)

     

    지난 호에서는 “자본주의회계에서 기업의 주인이 누구이고 기업이 번 돈은 어떻게 나뉘나”라는 주제로 (1)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의 정의 (2) <재무상태표>의 자산, 부채, 자본의 정의 (3) <손익계산서>의 수익, 비용, 손익의 정의 (4)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면, <재무상태표>는 “기업이 특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 부채, 자본을 보여주는 사진”이라면,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특정 기간에 얼마의 수익, 비용, 손익을 보여주는 동영상”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총 5번의 연재를 통하여 기업의 특정 시점 사진인 <재무상태표>와 기업의 특정기간의 동영상인 <손익계산서>를 노동자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와 기업의 분식회계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실제 보기들을 통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호서는 우선 <재무상태표>의 전체적인 감상 방법과 <재무상태표>의 자산과 부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1. 기업의 자금조달 활동은?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지난 호에서 “<재무상태표>는 기업이 특정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돈 버는 데 기여하는 자산과 이러한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자금을 부채(남의 돈) 자본(자기 돈)을 통하여 조달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표”라고 했습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자산 = 부채 + 자본이라고 했는데 기억나시는지요? 이 수식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표 1>이 됩니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단 자산이 있어야 합니다. 보기를 들어, 자동차 제조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공장 부지와 건물,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부품, 다양한 용도의 제작 기계, 첨단 제어장치, 운송 수단 등의 대규모의 자산이 필요하며, 이러한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기업은 이러한 돈을 조달하기 위하여 남(금융기관이나 외부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거나 기업 소유주(주식회사의 경우는 주주)가 직접 자기 돈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빌린 돈을 타인자본이라고 하여 <재무상태표>에서는 부채로 표시하며, 기업 소유주가 직접 투자하거나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은 주주의 내 돈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기자본이라고 부르며 <재무상태표>에 자본으로 표시합니다.

     

    우리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가 본격적인 검진을 하기에 앞서 청진기로 맥박을 재고 혈압을 체크하는 등의 간단한 사전 조사를 통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회계에서도 기업이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를 파악하면 기업의 현 상태에 대해서 대충 알 수 있습니다.

     

    <표 2>는 2018년 12월 31일 시점의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부채, 자본의 총계만을 따로 떼어내어 정리한 표입니다.

    <표 2>에서 자산총계를 보면 한눈에 보아도 현대차와 쌍용차의 자산총계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 말일 현재 총 180조 6,558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쌍용차는 2조 2,056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가 쌍용차보다 기업규모가 약 82배 큰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규모의 차이는 자동차 생산능력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가져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우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자동차 생산대수가 843,849대로 쌍용차의 같은 기간 66,987대와 비교하면 16배가 큽니다. 주의할 점은 현대차의 자산규모가 쌍용차의 자산규모보다 크다고 하여 현대차가 쌍용차보다 재무적으로 좋은 상태라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상태를 보다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를 꼭 살펴야 합니다. <표 2>에서 현대차는 180조 6천억여 원의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서 총자금의 59%(1,067,597/1,806,558)를 은행 같은 기업 외부로부터 조달했고 41%(738,960/1,806,558)만 기업 스스로 조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쌍용차는 약 2조 2천억 여 원의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서 약 69%(15,124/22056)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했고 31%(6,933/22,056)는 스스로 조달했습니다. 즉 현대차가 쌍용차와 비교하여 자산을 보유하기 위하여 남의 돈을 이용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기 돈을 더 많이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기업 모두 자산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자기 돈보다 남의 돈을 더 많이 이용했다는 점에서 ‘건강한 상태’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친구가 10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6억 원은 은행 대출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4억 원만 스스로 조달했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업이 자산을 보유하기 위하여 남의 돈과 자기 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쉽게 알기 위하여 회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율이 ‘부채비율’입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누어 계산하며, 한 마디로 자산을 보유하는 데 있어서 자기 돈과 비교하여 남의 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로 나타내어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비율입니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산 보유를 위하여 자기 돈보다는 남의 돈을 더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의 안정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합니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남의 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고, 제때에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회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채비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지만, 보통 100% 이하인 경우에는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며, 200% 이상은 “재무 상태가 위험하다”고 봅니다. <표 2>에서 현대차의 부채비율은 144.47%이며, 쌍용차 부채비율은 218.14%로, 2018년 말 현재 현대차가 쌍용차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 상태를 보입니다.

     

    참고로,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1년 전인 1996년에 국내 1,000개 상장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463%였으며, 부채비율 400%를 넘어선 기업 숫자만 해도 1,000개 기업 가운데 299개였습니다. (출처: 「헤드라인뉴스」, http://www.iheadlinenews.co.kr) 심지어 한보그룹은 부채비율이 2,000%로 자기 돈의 20배에 이르는 남의 돈으로 기업을 운영하다 망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부채비율이 가능했던 이유는 산업자본가, 금융자본가, 정부 고급 관료가 결탁하여 기업에 온갖 편법·특혜 금융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의 주범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기업규모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었던 자본가, 엄격한 기업심사 없이 돈을 퍼 주었던 금융자본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정부고급관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언론은 한목소리로 ‘자본의 위기’를 ‘국가부도의 위기’로 포장하여 ‘금 모으기 운동’을 읍소했으며, 결국 ‘자본의 위기’에 따른 책임을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민중에게 실직, 파산, 복지축소와 같은 방식으로 떠넘겼습니다.

     

    2. 유동성(流動性)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분류

     

    ‘유동성’이란 글자 뜻 그대로 ‘흘러 움직이는 성질’을 말합니다. 좀 이상하죠? 회계에서 생뚱맞게 흘러 움직인다니... 흔히 흘러 움직인다고 하면 물이 연상됩니다. 시냇물은 흘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은 흘러서 바다가 되듯이 ‘흘러 움직인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물이 흘러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고 썩겠죠. 즉, ‘유동성’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러한 변화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자본주의에서의 최종 목적지는 현금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는 처음 출발할 때 가지고 있던 현금보다 더 많은 현금을 갖는 것이 자본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회계에서 ‘유동성’이란 ‘현금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이러한 자본가의 자본증식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의 완전한 형태는 M(화폐)-C(상품)-M′(=M+ΔM)이다. 다시 말해, M′는 최초에 투하한 화폐액에 어떤 증가분을 더한 것과 같다. 이 증가분, 즉 최초의 가치를 넘는 증가분(ΔM)을 나는 ‘잉여가치’라고 한다...이 운동의 의식적 담지자로 화폐 소유자는 자본가로 된다. 이러한 유통의 객관적 내용(가치의 증식)이 그의 주관적 목적이 되고 추상적 부(富)를 점점 더 많이 취득하는 것이 그의 행동의 유일한 추진적 동기로 되는 한, 그는 자본가로 기능한다...자본가는 화폐를 새로운 생산물을 형성하는 요소 또는 노동과정의 요소로 역할 하는 상품들로 전환함으로써, 그리고 죽은 물체에 살아 있는 노동력을 결합함으로써, 가치(즉, 이미 대상화된 죽은 형태의 과거 노동)를 자본(즉, 자기 증식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가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출처: 「자본론」 1권 4장)

     

    그리고 마르크스는 자본의 가치증식과정을 다음과 같이 수식으로 표현했습니다.

     

    M(화폐) - C(생산수단과 노동력) ··· 생산(노동)과정 ··· C′(=C+ΔC) - M′(=M+ΔM)

     

    위의 수식에서 자본가가 화폐로 구매한 상품(C) 가운데 생산수단은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변하지 않고 새로운 생산물(C′)에 가치가 이전될 뿐이지만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냅니다. 이렇게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통하여 새롭게 창출된 가치를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라고 하였습니다.

     

    자본주의 회계에서도 모든 자산은 최종적으로는 화폐(현금)로 실현되어야 하며, 모든 부채는 최종적으로 화폐(현금)로 정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산과 부채를 ‘유동성’에 따라서 분류한다는 것은 ‘현금으로 변하는 성질’에 따라서 분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 회계에서는 <재무상태표>의 모든 자산을 유동자산 비유동자산으로 나누며, 모든 부채를 유동부채 비유동부채로 나눕니다. 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들은 재무상태표의 특정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현금화되는 자산들이며,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들은 그렇지 않은 자산들입니다. 또한 유동부채에 속하는 부채들은 재무상태표의 특정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부채들이며, 비유동부채에 속하는 부채들은 그렇지 않은 부채들입니다.

     

    <표 3>은 2018년 12월 31일 시점의 현대차와 쌍용차의 재무상태표를 유동성에 따라 분류한 결과를 요약한 표입니다.

    <표 3>에서 현대차가 2018년 12월 말일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의 총액은 73조 81억 원이며, 비유동자산의 총액은 107조 6,477억 원입니다. 즉 현대차는 1년 후인 2019년 12월 31일까지 현금화될 수 있는 자산의 규모가 약 73조 원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현대차의 2018년 12월 31일 현재 유동부채는 49조 4,384억 원이며, 비유동부채는 57조 3,213억 원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갚아야 할 빚(원금과 이자)이 약 49조 원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현대차의 경우는 1년 이내에 현금화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약 73조 원이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약 49조 원이기 때문에, 기업 유동성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쌍용차의 경우는 약간 다릅니다. 쌍용차는 2018년 12월 31일 현재 유동자산은 5,711억 원이며, 유동부채는 9,951억 원임을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1년 이내에 현금화될 수 있는 자산은 5,711억 원인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는 9,951억 원이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재무 상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계에서는 기업의 단기부채(유동부채)에 대한 지급 능력이 어떠한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유동비율을 이용합니다. 앞서 말한 부채비율이 기업의 장기적인 채무 지급 능력을 알기 위한 비율이라면,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적인 채무 지급 능력을 알기 위한 비율로, 유동자산 총액을 유동부채 총액으로 나누어 계산합니다.

     

    보통 기업의 유동비율이 200% 이상일 때 양호하다고 보며, 유동비율이 100% 미만일 때는 기업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표 3>을 보면, 현대차의 2018년 12월 31일 시점의 유동비율은 147.67%이며 쌍용차의 유동비율은 57.39%로 쌍용차는 유동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자본가는 어떠한 방법을 이용하여 위기를 벗어날까요? 여기 네 개의 시나리오를 소개합니다.

    첫째, <표 4-1>과 같이 판매를 늘리거나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여 현금으로 대표되는 유동자산의 금액을 늘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자본가는 노동자들에게 기업의 위기를 ‘호소’ 또는 ‘과장’하면서, 임금수준 동결, 경비 절감, 사원복지 축소,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긴축 경영방안을 노동자가 받아들이도록 설득, 위협합니다. 심지어는 노동자 해고와 같은 기업구조조정의 정당화 논리로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둘째, <표 4-2>와 같이, 자본가는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를 비유동부채로 전환하는 만기 연장, 부채 감액과 같은 채권자와의 채무조정을 통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고 하거나 새로운 비유동부채를 창출하여 유동성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존 채권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이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에 추가적 자금조달을 하려는 새로운 채권자를 찾기도 어렵고, 기존 채권자가 채무조정이나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요구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자본가가 선뜻 채택하기 어려운 방법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팔았습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팔 수 있는 이유는,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 직전에 몰린 대우조선에 계속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전환(이를 출자전환이라고 합니다)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방법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건물과 같은 비유동자산을 시장에 매각하여 유동성을 개선하거나 극단적으로 계열사를 통째로 매각하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이 이러한 보기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18년 말 현재 부채비율 649.28%, 유동비율 44.93%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으며, 금호그룹도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돈이 1조 3,000여억 원이었기 때문에 금호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4번째 시나리오는 기업의 대주주가 자신의 개인재산을 회사에 내놓는 것으로, 언론에서는 이를 사재출연이라고 보도합니다. 물론 대주주가 자신의 개인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지는 않으며, 그 대가로 주식을 받아 기업의 소유 지분을 더 늘립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오너경영자의 부실 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고자 하는 자본가의 얄팍한 술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재출연을 이야기 하니 한진해운 사건이 생각나네요. 2008년 남편 조수호 회장이 사망하자 경영 경험이 전무했던 부인 최은영이 회장이 되었습니다, 최은영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한진해운의 경영 위기가 지속되자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도 퇴직금 52여억 원과 한진해운 본사 빌딩을 계속 소유하며 거액의 임대료를 챙겼죠. 또한 2016년에는 한진해운이 파산 위기에 몰려 자율 협약을 신청한다는 사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과 두 딸의 한진해운 주식을 미리 매각하여 10억 원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기도 했었죠, 이 일로 국회청문회가 열리자, 최은영은 청문회장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무릎까지 꿇고 사죄한다고 했지만 청문위원들의 거듭된 사재출연요구에는 끝내 곤란하다고 했었죠. 이런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자본가에게는 ‘사재출연’이 아닌 ‘사재 몰수’가 정답이 아닐까요? 물론 자본가의 사적 소유권이 신성불가침의 권리인 자본주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요.

     

    3. 유동자산, 비유동자산, 유동부채, 비유동부채

     

    보통 기업들은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같은 재무제표를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줄 때(회계에서는 이를 공시라고 합니다), 1개 연도의 재무제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2~3개 연도의 재무제표를 동시에 공개하여 연도별 변화를 비교할 수 있게 합니다. <표 5>는 현대차의 2017년 말과 2018년 말의 <재무상태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 5>에서 현대자동차의 자산, 부채, 자본의 2017년 말과 2018년 말의 차이를 보면, 자산총계는 2017년 말 178조 1,995억 원에서 2018년 말에는 180조 6,558억 원으로 2조 4,563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부채총계는 2017년 말에 비교하여 2018년 말에 3조 3,176억 원이 증가했으며, 자본총계는 8,613억 원 감소했습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가 2018년도 중에 자산 2조 4,563억 원어치를 새로 구입했는데, 이 자산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두 남의 돈(부채)으로 조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차의 자기 돈(자본)이 2018년에 감소한 이유는 <재무상태표>만 봐서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손익계산서>나 <자본변동표>와 같은 재무제표를 추가로 분석해야만 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현대차의 2018년도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1) 자산의 분류: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기업의 자산 가운데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에 속하는 자산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표 5> 현대차의 2017년 말과 2018년 말의 재무상태표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동자산에 속하는 자산으로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이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상당히 높은 자산이기 때문에 현금과 더불어 <재무상태표>에 함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표시합니다. 현금성 자산은 취득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CD, RP, MMF, CMA와 같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살 수 있는 금융상품입니다. 현대차는 2018년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9조 1,136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921억 원 증가했습니다.

     

    단기금융상품은 기업이 시장가격 변동을 통한 단기매매 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사채 그리고 국·공채를 말합니다. 현대차는 2018년 말 현재 7조 9,363억 원의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이나 제품을 외상 판매(매출)하여 돈 받을 권리(채권)를 말합니다. 외상 판매를 할 때 보통 현금 회수가 1년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출채권은 유동자산에 속합니다. 만약 1년 안에 현금 회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장기성 매출채권으로 하여 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합니다. 현대차는 2018년 말 매출채권은 3조 5,960억 원이며, 장기성매출채권은 1,368억 원입니다.

     

    재고(在庫)자산은 글자 뜻처럼 창고에 있는 자산으로 판매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품이나 제품은 물론 원재료와 가공과정에 있는 미완성품도 포함하며, 보통 1년 안에 현금화되기 때문에 유동자산으로 분류합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차체 제작에 이용하는 강철판, 자동차 제작에 사용되는 부품, 조립과정에 있는 차량, 완성차 등이 여기에 속하며, 2018년 말 현대차의 재고자산 총액은 10조 7,149억 원입니다.

     

    비유동자산에 속하는 자산에는 장기금융상품, 장기성 매출채권, 유형자산, 투자부동산, 무형자산 등이 있습니다.

     

    장기금융상품은 1년 이내에 처분계획이 없는 다른 기업의 주식이나 만기가 1년 이후에나 도래하는 국·공채 등을 말합니다.

     

    유형(有形)자산은 글자 뜻 그대로 형태가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차량, 비품 등을 말합니다.

     

    무형(無形)자산은 형태가 없는 자산으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영업권, 산업재산권(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소프트웨어, 개발비 등을 말합니다.

     

    투자부동산은 기업이 임대나 매매 등을 통한 이익 실현을 위해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을 말하며, 보통 비업무용 부동산이라 부릅니다. 현대차는 2018년 말 현재 1,893억 원의 투자부동산이 있고, 2018년 현대차의 <손익계산서>에는 투자부동산에 대한 임대수익이 연 479억 원이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벌기업의 부동산 투기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평화당 대표 정동영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30대 재벌 기업이 2007년도 8억 평 있던 땅이 10년 사이 18억 평으로 늘어났고, 5대 재벌(삼성, 현대, LG, SK 롯데)의 계열사가 지난 10년 동안 120개가 늘었는데 대부분이 부동산 투자회사, 부동산 운용회사”라고 합니다. 생산적 투자를 열심히 하여 신규 일자리 창출하라고 세제지원과 같은 특혜를 주면 재벌 기업은 그 돈을 가지고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었던 것입니다.

     

    상위 5대 재벌소유 토지자산이 지난 10년간 장부가액 기준 23조 9,000억 원에서 67조 5,000억 원으로 약 43조 6,000억 원이 증가했다. 투자부동산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5대 재벌 전체 12조 원이며, 그룹별로는 삼성이 5.6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롯데 3조 원, LG 1.6조 원, 현대차 1.4조 원 순이다.
    경실련은 “재벌과 대기업들 본연의 주력사업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한 최근 10년간 부동산 거품이 커지고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까지 위협받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출처: 「문화저널21」. 2019. 02. 26)

     

    (2) 부채의 분류: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

     

    부채는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유동부채로, 1년 후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는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기업의 부채 가운데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표 5> 현대차의 2017년 말과 2018년 말의 재무상태표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동부채에 속하는 부채에는 매입채무, 미지급금, 단기차입금, 충당부채 등이 있으며,

    비유동부채에 속하는 부채에는 장기성 미지급금, 장기차입금, 사채 등이 있습니다.

     

    매입채무란 원재료나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하여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를 말합니다. 현대차는 2018년 말 현재 7조 6,556억 원의 매입채무가 있습니다.

     

    미지급금은 기업이 토지, 건물, 기계장치와 같은 유형자산을 외상으로 구입하여 지불할 금액을 말합니다. 구입대금 가운데 1년 안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유동부채의 미지급금으로 보고하며, 구입대금 가운데 1년 이후에 지급해도 되는 부분은 장기성 미지급금으로 보고하여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차입금은 기업이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거나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빌린 돈을 말합니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유동부채에 속하는 단기차입금으로, 1년 이후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부채는 비유동부채에 속하는 장기차입금으로 보고합니다.

     

    충당부채란 회사가 직원의 퇴직금, 제품의 하자와 관련한 보증수선비 등의 금액을 추정하여 아직 최종 금액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부채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판매보증 충당부채, 종업원 급여 충당부채 등이 있습니다. 만약 1년 이내에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면 유동부채로, 그렇지 않으면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사채(社債)란 드라마에서 보는 사채(私債)업자의 사채가 아니라, 회사채의 준말로 금융기관이 자금을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이를 간접금융이라고 합니다)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 사채라는 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이를 직접금융이라고 합니다)할 때 발생하는 부채를 말한다. 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만기 전까지는 약정된 이자를 약정된 이자 지급일에 주어야 하고, 만기가 되면 사채에 표시된 금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사채는 3년, 5년, 10년 등의 만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비유동부채로 분류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회계라는 것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회계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이번 호에서 보셨듯이 대부분의 회계용어가 한자입니다. 보기를 들어, ‘빌린 돈’이라고 하면 이해도 잘 되고 쉬운 데 회계에서는 이것을 ‘차입금’이라고 합니다. 회계 용어가 이렇게 한자로 도배된 이유는 한국의 근대회계 도입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이루어졌고, 일본회계에서 쓰던 일본식 한자 용어를 그대로 갖다 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58년에 만든 한국 최초의 ‘기업회계원칙’도 일본의 회계원칙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해방 이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식 회계용어를 그대로 쓰는 지식의 식민성이 회계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습니다.

     

    다음 「실천」 4호에서는 <재무상태표>의 자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주>

    1. 금융감독원 전자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 사이트에 접속하면(포탈검색창에 dart 입력), 우리나라 모든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무료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1) 검색하고자 회사명 정확히 입력. (2) 넉넉한 기간 입력. 보기를 들어 2018년 재무제표를 보고 싶으시면 20180101.~20190630 입력. (3) 정기공시-사업보고서 체크박스 또는 외부감사관련-감사보고서 체크박스 표시 (4) 원하는 보고서 선택 후 검색.

     

     

    <이전 강의>

    노동자를 위한 회계Ⅰ
    https://blog.daum.net/sopractice/229

    노동자를 위한 회계Ⅱ
    https://blog.daum.net/sopractice/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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