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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용 시인 두번째 시집 [풀타임] 발행! 구속된 노동을 망치질하는 격렬한 희망!
  • 조회 수: 12986, 2015-03-24 13:45:25(2014-10-01)
  • 임성용 시인 두번째 시집 [풀타임] 발행!  


    풀타임.jpg
    • 풀타임
    • 저자 임성용
    • 2014. 9. 30 발행
    • 실천문학사



    <시집 소개>


    구속된 노동을 망치질하는 격렬한 희망!


    1992년 노동자문예『삶글』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제11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임성용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시간적 ‘제약’을 의미하고, 비정규 파트타임직에게는 경제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풀타임’은 노동의 이중성과 애매성을 간결하게 상징하는 말이다. 감옥 같은 공장에 갇혀 ‘풀타임’으로 수감 생활을 하는 자들, 어떤 선택을 해도 부자유를 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이 말은 또한 구속된 시간 속에서도 꽉 채워진 시간을 상상하게 하는 ‘격렬한 희망’이기도 하다.
    풀타임! 그 꽉 찬 시간속으로...!



    <추천글>


    임성용 시인을 생각할 때마다 손톱 밑의 때가 떠오른다. 온종일 화물차를 몰다가 달려와 밤을 지키던 그의 손톱에는 까만 때가 끼어 있었다. 노동이라는 수식어를 매단 많은 시인들이 철학과 관념 쪽을 기웃거리는 와중에서도, 그는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손톱을 날카롭게 벼려왔다. 『하늘 공장』 이후 그의 시를 기다려온 것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때로는 어두운 저수지에서, 묘혈 같은 고시원 골방에서 그가 마주하던 절망과 위악과 반어와 풍자들로 엮어낸 시가 주는 감동은 견고하고 도저하다.
    얼핏 차갑게 들릴 기계의 금속음마저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그의 시가 벌어진 상처 사이로 석류(石榴) 같은 서정의 열매들을 오롯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밤에 뒤울을 서성이던 시퍼런 달빛 같기도 하고, 대밭에서 울던 서늘한 바람 같기도 한 그의 시에서는 그가 두고 온 남도의 걸쭉한 가락이 구성지게 들려온다.
    _이시백(소설가)



    [머리말]


    쓰라린 세월 너머
    더 쓰라린 너울이 몰려옵니다.
    가슴에 잠기는 노래는
    하염없습니다.
    잔인하게 타버린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야 합니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국가를 버리고 노동을 버리고
    결국엔 혼자 남은 상처를 안고
    죽은 별 하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 죽거나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합니다.
    가슴이 저미도록 죽거나
    가슴이 저미도록 살아야 합니다.

    _ 임성용



    [책 속에서]


    기계의 눈


    밤낮으로 돌아가던 기계가 섰다
    망가진 회전축을 뜯어 베어링을 꺼냈다
    기름 범벅으로 끈끈하게 엉겨 붙은 쇠구슬들
    알알이 박힌 기계의 몸통을 빠져나와
    검게 마모된 동공을 열었다
    떼구루루, 한 개의 눈알이 굴러떨어졌다
    숨죽인 눈동자를 장갑으로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그때, 헐떡거리던 내 눈 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하얀 쇠구슬들
    은빛 쟁쟁한 눈을 번득 떴다
    죽어 눈감지 못한 수많은 눈동자들이
    깨진 창문 틈에서 한 줄기 빛으로 어른거렸다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기계의 눈들이
    단단하고 차갑게 내 눈을 찔러왔다




    도금 공장에서 십 년을 일한 형이
    코에 구멍이 뚫려 돌아왔다
    중금속중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부리부리한 눈을 타고 오뚝하게 솟은 코뼈 속에
    수십 개의 작은 구멍이 뚫렸다
    형은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맛도 밥맛도 잃었다
    머리통이 터질 듯이 아프다고 했다
    콧대가 내려앉아 사지가 쑤시고 떨린다고 했다
    꼭지처럼 형을 꿰고 있는 코에서
    윤기를 잃고 가뿐가뿐 숨을 쉬는 콧구멍에서
    촉촉하게 반짝이는 숨결이 차츰 썩어갔다
    형은 코를 벌리고 누렇게 흐르는 농을 닦아내며
    골방에서 코뼈가 녹아내리기를 기다렸다
    물 위에 뜬 물고기처럼 뻐끔뻐끔 방 안을 맴돌았다
    형은 죽기 전까지 이불로 얼굴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므로
    나는 끝내 형이 숨겨놓은 늠름한 코를 보지 못했다



    풀타임


    친구들은 대부분 감옥에 수감되었다
    농민도 노동자도
    엔지니어도 화이트칼라도 함께 갇혔다
    장사꾼도 청년들도
    수감 생활에 적응하고 저항을 포기했다
    체념이란 총칼보다 무섭고 세금보다 무겁지만
    때론 고픈 배를 채워주는 상한 음식처럼 시큼한 것
    친구들은
    왕성하게 발기된 희망을 섞어 트럼프 놀이를 하고 있다
    조마조마하지만 불안정한 미래는 늘 조커처럼 숨어 있다
    다행히 무기형으로 감형된 나는 더 이상 이력서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풀타임 정규직이 되고 싶은가?
    그렇게 그들의 완전한 가족이 되고 싶은가?

    나에게 남은 것은 집단적으로 구제를 거부하는
    폭동처럼 격렬한 희망뿐
      


    [목차]


    쓰라린 세월 너머
    더 쓰라린 너울이 몰려옵니다.
    가슴에 잠기는 노래는
    하염없습니다.
    잔인하게 타버린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밤이 깊었으니, 돌아가야 합니다.


    l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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