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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중사내하청지회 성명서] 폭력과 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운남 동지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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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10511, 2013-05-05 14:06:04(2012-12-23)
  • [현중사내하청지회 성명서]  

    폭력과 탄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운남 동지을 애도하며

     

     박일수 열사 9주기를 불과 2달 앞두고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이 들려왔다. 2012년 12월 22일 오후5시 20분 경 현중사내하청지회 발기인이자 초대 조직부장인 이운남 동지가 자신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을 했다. 하청노조의 결성을 위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이운남 동지의 불꽃같은 삶이 살아있는 동지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소주잔을 기우리며 수줍게 웃던 마음씨 여린 동지를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이운남 동지는 현중사내하청지회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극악무도한 현대중공업의 탄압 속에서도 초기 하청노조 건설을 위해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박일수 열사 투쟁에 선봉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열사의 뜻을 이루기 위해 크레인점거 농성에 돌입했고 경비들의 악랄한 폭력도 온 몸으로 받아 안았다. 해고와 구속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몸부림은 막을 수 없었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면 돌아오는 경비들의 수 없는 폭행에도 항상 수줍게 웃고 있는 모습은 마치 온 세상의 고통을 짊어 진 부처의 온화한 미소였다.

     

    그러나 폭력과 탄압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그에 따르는 생활고는 불가피하게 택시노동자로서의 삶을 강요했다. 이런 고통 속에도 불구하고 희망버스의 연대와 화진교통분회 활동 등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한 번도 잃지 않고 살아왔던 자랑스러운 동지였다. 불안한 평화도 잠시 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처절한 투쟁과 한진중공업 최강서 조직차장의 죽음은 도사리고 있던 병마를 다시 불러냈다. “왜 우리는 당해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죽어야만 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병마가 토해내는 꼬리를 무는 질문은 이운남 동지를 다시는 못 올 죽음의 음침한 계곡으로 몰고 갔던 것이다. 누가 이운남 동지의 가슴속에 씻지 못할 아픔과 고통를 남겼는가? 저임금과 산재은폐, 그리고 노동기본권 박탈로 가해지는 노동착취를 막기 위한 하청노동자의 몸부림을 현대중공업은 과연 어떻게 했던가? 현대중공업의 극악한 폭력은 결국 한 명의 열사를 만들고야 말았다. 인간으로 누려야할 노동기본권을 폭력으로 짓밟고 노동자들간의 분열 음모를 통해 경비대가 아닌 같은 동료들에 의해서 공장 밖으로 내쳐져야 했던 이운남 동지의 비통하고 처절한 마음이 병이 되어 쌓여갔다. 마침내 폭력으로 상처받아 잉태한 병마는 소중한 우리의 동지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송전탑에 오른 쌍용자동차동지들, 생존권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에게 가해진 국가적 살인인 용산참사,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투쟁하는 한진중공업동지들,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목숨을 건 고공투쟁 등 이 땅의 노동자들과 민중들은 지금도 최소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이제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 내는 이 참혹한 현실 앞에 우리는 답할 차례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노동탄압 그리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투쟁으로 열사의 물음에 답하자. 오직 그것만이 이운남 동지를 비롯한 수많은 열사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며 살아남은 자들의 임무일 것이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이운남 동지의 죽음 앞에 무한한 애도를 표하며 동지가 이루지 못한 노동기본권 쟁취와 비정규직 철폐의 소망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운남 동지의 죽음은 현대중공업 자본의 악랄한 폭력의 결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이운남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현대자본의 만행과 폭력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하청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낼 것이다. 한 맺힌 노동자들의 분노는 경비대와 구사대의 폭력도 자본권력의 착취도 한 순간 무너뜨릴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노동해방의 그 날을 맞고야 말 것이다. 이제 열사의 죽음을 딛고 일어서서 모든 노동자의 단결 된 함성과 불끈 쥔 주먹으로 반격을 준비하자.

     

    2012년 12월23일 현중사내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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