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구의역
  • 조회 수: 3357, 2020-05-29 11:33:13(2020-05-29)
  • 1.jpg
    구의역


    피의 스크린 도어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시인들의 시가 
    너도 나도 적혀 있다
    적혀 있는 게 아니라 장식하고 있다

    시인이 되지 못한 시민들과 시인이 된 시인들이
    스크린 도어에 시를 적어 낼 때
    스크린 도어 하청업체 수리공의 탈출구를 알고 있었을까

    수리공의 월급이 일백사십만 원이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시 한 편이 스크린 도어에서 빛날 때
    노동자의 팔다리는 비명도 없이 절명한다.

    거기 광고판이 년간 20억이란다
    지하철 시는 스크린 도어 게재 작품으로 선정되면
    신사임당 지폐 한 장 오만 원이란다

    오만 원 짜리 시가 떡하니 스크린 도어를 막아서니
    노동자의 입이 자물쇠 구멍으로 보인다
    핏방울이 시에 튀긴다
    피를 피해 달아나는 시가 흘러내린다


    詩 ㅣ 임성용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communistleft 304 2024-02-29
notice communistleft 281 2024-02-28
60 communistleft 2970 2017-05-12
59 communistleft 2962 2018-04-11
58 communistleft 2948 2019-08-15
57 communistleft 2924 2018-08-25
56 communistleft 2908 2018-04-05
55 communistleft 2888 2020-07-09
54 communistleft 2876 2019-05-13
53 communistleft 2872 2018-03-11
52 communistleft 2871 2019-06-26
51 communistleft 2864 2017-02-27
50 communistleft 2862 2018-04-04
49 communistleft 2845 2019-05-14
48 communistleft 2800 2015-03-10
47 communistleft 2782 2017-12-11
46 communistleft 2776 2019-04-04
45 communistleft 2774 2019-07-14
44 communistleft 2758 2017-09-19
43 communistleft 2756 2018-03-30
42 communistleft 2755 2018-12-15
41 communistleft 2710 2020-04-03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