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투쟁
  •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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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었거든
    중학교가 다섯 반씩, 고등학교가 세 반씩
    남녀공학이었거든
    나는 그때, 키도 쬐그만한 중학교 3학년이었거든
    그날이 반공일이었던가, 학교가 일찍 파했거든
    집엘 가지 않고 집에 가면 소 뜯기러 가기 싫었거든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 흙먼지가 일면서 트럭이 한 대 들어왔거든
    커다란 군용트럭이 운동장을 한 바퀴 휘익, 돌더니
    구령대 앞에 섰거든
    트럭에는 총을 든 사람들이 반 차 정도 타고 있었거든
    머리에 하얀 띠를 매고 빨간 글씨를 쓰고 소리를 질렀거든
    광주 시민들 다 죽는다고, 다 광주로 가자고 했거든
    나는 친구들이랑 달려가서 트럭 뒷문짝을 잡았거든
    근데 교련복을 입은 고등학교 형들이 먼저 타버렸거든
    나는 뭣도 모르고 그래도 억지로 짐칸으로 올라탔거든
    총을 든 아저씨가 중학생들은 안 된다고 내려라고 했거든
    내리긴 내렸지만, 광주 간다는 말에 뭣도 모르고 정말 가고 싶었거든
    트럭은 보성 들렀다가 장흥 갔다 또 해남까지 간다고 했거든
    다시 흙먼지를 일으키고 트럭이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떠났거든
    나는 친구들이랑 운동장에 남아 아쉽게도 트럭 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나중에 나중도 아니지, 몇 달인가 지나서 소문이 돌았거든
    거 트럭이 해남 어디 고개에서 계엄군한테 총격을 받았다고 했거든
    트럭에 탄 사람들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전부 몰살당했다고 했거든

    - 임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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