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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 - 어느 코뮤니스트의 죽음을 생각하며
  • 뉴스민
    조회 수: 1377, 2013-07-21 14:18:57(2013-07-21)
  •   장마 
     - 어느 코뮤니스트의 죽음을 생각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를 불러 세워 물어보기엔
    다들 너무나 바빠 무표정한 얼굴로 총총히 사라질 뿐
    하긴 슬픔의 실체를 본 적이 있냐니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슬픔의 실체가
    슬픔의 실체를 온전히 기록할 수 있는 역사란
    하여, 존재 할 수 없다
    기억이란 것도 마찬가지여서
    불분명하거나 자주 맥락이 끊긴 채 누락된 이야기로 떠돌기 마련
    오늘도 
    눅눅한 담배연기처럼 가라앉은 세상은 장맛비에 잠겨 있다
    그는 떠났고
    그는 남겨졌다
    외롭고 쓸쓸하게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어떤 세상을 꿈꿨는지 잘 모르는 두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요즘은 쳐다보지도 입에 담지도 않는 혁명과 계급해방을 위해 투쟁하면서 살았고 또 한 사람은 정규직 전환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한 현대자동차 사측에 맞서 투쟁하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 두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지 않고 있다. 아니 기억할 필요도 없다는 듯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냉정한 태도는 곧 이 사회가 아직까지도 야만스럽고 냉혹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다가 죽은 모든 이의 죽음에 대한 예의는 지키지 않으면서 돈이 최고라는 둥 먹고 사는 게 바빠서라는 둥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은 집어치워야 한다. 서울 대한문의 쌍용차 노동자들의 집단 분향소는 벌써 수십 번 철거를 당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향소도 몇 번 철거당했다고 한다. 살아서도 외로웠던 사람을 죽어서도 외롭고 쓸쓸하게 남겨두는 건 정말 인간으로 할 짓이 아니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  

    신경현(노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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