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계승사업회
故 남궁원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 다 잘될꺼야.
  • 사랑
    조회 수: 2022, 2013-06-28 09:54:28(2013-06-28)
  • 자기야~~~

    요즘 나는 많은 것을 버리고 있어.

    그동안 버리지 못해 쌓아두기만 했던 모든  것들...

    버릴때마다 울컥해.

    그 모든 것들이 자기하고 연결되어 있더라.


    제발 그 옷 좀 입지마.

    이불이 빨아도 지져분하냐?

    안 입는 옷은 과감히 버려.

    어디서 또 이런걸 얻었나.

    안쓰는 그릇들 좀 버리지.

    지져분한 실내화들은 버려.

    자전거 낡아서 쓰지도 못하는데 가져 갈데 없냐?


    다 버렸어.

    다 버릴 거야.

    건이 방 낡은 가구들도 다 버리고 새거로 해줄려고해.

    동생들이 해준데.

    누군가 버리지 말고 그냥 다 쓰는게 어떠냐고 하더라.

    우리 형편에 맞는 말이긴해.

    병원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다른데 돈을 흘리고 다니는게 말이 안돼는 거지.

    그런데 건이랑 나 자기도 없이 이사가는데  구질구질하기가 싫어.

    지겨운 가난의 그림자가 이번만큼은 싫으네.

    영진이한테 냉장고도 해달라고 했다.

    동생들한테 무리한 부탁 뻔뻔하게 하고 있어.

    그릇들, 냄비, 후라이펜도 다 바꿀꺼야.

    미쳤는지도 몰라.

    허영의 늪에 빠졌나봐.

    남들이 한심하게 생각 할꺼야.

    그래도 그렇게 할래.


    다 버리면, 그래서 집이 깔끔해지면, 모든게 다 편안하게 정리가 되면 자기가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자기야~~~

    다 잘될꺼야.

    걱정하지마.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와.

    우리에겐 행복할 날만 남았어.


    남편의 따뜻한 목소리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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