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뮤니스트 남궁원 동지 계승사업회
故 남궁원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 문경가던날
  • 사랑
    조회 수: 1690, 2013-06-29 14:00:17(2013-06-29)
  • 자기야~~~

    나 아직 자기 사고 났던 곳 못 가봤어.

    삼개월이 다 되가는데도 못 가보겠네.

    어머니는 혼자 가보셨다는데...

    혼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셨을 어머니...


    문경가던 날,


    "밥은 먹었어?"

    "지금 라면 먹고 있어."

    "언제 출발해?"

    "한시쯤"

    "내일 몇시쯤 와?"

    " 한두시 쯤"

    "응 그래, 잘 다녀와."

    "응"


    수업 끝나고 전화 했을때 울남편 목소리 아직도 생생해.

    그날 아무도 없는 집이 유난히 쓸쓸했어.

    왠지 모를 심란한 마음에 밭에 나가 쑥을 캤지.

    밤새 잠이 안오더라.


    문경에서 돌아 오던날,

    전화를 아무리 해도 자기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

    화가 나는게 아니라 뭔지 모를 불안함에 안절 부절 못했지.


    2시쯤 통화.

    "지금 올라가고 있어"


    통화후 난 쑥을 삶아 덕었어.

    남편이 마실 쑥차.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는 오지 않더라.

    전화도 안 받고...

    불안함에 두번 덕을 쑥을 아홉번이나 덕었어.

    건이도 걱정되는지 다시 전화해보라 했지.

    지부장님한테도 몇번을 전화해도 안 받으시더라.

    겨우 통화 했을때 택시타고 갔다고 하시더라.

    또 기다려도 안오는 남편.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야 생각하는 순간 울린 전화벨.

    기절하는 줄 알았어.

    자는 건이를 놔두고 혼자서 병원 가는 그 순간에 난 내가 아니었어.


    응급실 수술대위에 어렴풋이 보이는 남편, 겨우 심폐소생술로 심장은 살렸으나 가망 없다는 의사 말.

    그날 밤새도록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주지도 못하고,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었던 나.

    뜬눈으로 흐르는 눈물도 닦지 못하고, 아침을 기다리던 가족들.

    학교도 못가고 달려온 건이는 놀라서 울지도 못하더라.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는게 이런걸꺼야.

    매일 그날 일이 떠올라.

    어제는 건이가 "시간을 돌리고 싶다" 혼자서 중얼거리더라.

    우리 모두 같은 맘으로 괴로워.


    그날 일, 이제 그만 생각해야 할 것 같아.

    잊을 수는 없지만, 상처가 영원히 남겠지만 이제는 흐린 기억이 되어야 할 것 같아.

    하루에도 몇번씩 떠오르는 그날, 노력한다고 지워지진 않겠지만...


    오늘은 일부러 하나하나 또렷이 기억해봤어.

    그날을 극복해보려고.

    도망치려고 하면 더 가까이 오니, 도망치지 말아야지.

    자기야 절망할려고 그러는건 아니야.


    어머니가 거기에 가셨던 그 맘이 내게 필요 한 것 같아.


    자기야 나, 우리 잘하고 있어.

    자기도 잘 하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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